“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사역은 하나님께서 다 하시는 것입니다. 저는 행복한 심부름꾼에 불과한 걸요.” 한국 홀사모 자녀들이 가슴을 넓히고 험한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갖도록 돕는 ‘꿈땅 프로젝트’. 젊은 나이에 남편을 먼저 천국으로 보내고 고단한 삶을 꿋꿋이 꾸려가는 홀사모 가정을 위해 2003년 남가주광염교회 정한나 사모와 정우성 목사가 시작한 작은 섬김은 2007년 그 자녀들을 미국으로 초청해 섬기는 ‘큰 일’로 발전했다.

한국 중고생 8명 미국으로 초청해
수업·민박 통해 배움의 기회 선사
비전 대회에서 강력한 도전

정한나 정우성
(Photo : 기독일보) 정한나 사모와 정우성 목사

7월 22일-8월 17일 26박 27일간 열린 올해 꿈땅 행사에는 대부분 중고생인 7명의 홀사모 자녀들과 비슷한 환경의 여집사 자녀 1명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3주간 시미밸리의 크리스천스쿨에서 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영어, 과학, 미술, 성경 등을 배우고 방과 후에는 보이스&걸스 클럽에서 수영, 게임, 연극 등을 하면서 알찬 여름을 보냈다. 디즈니랜드, 사이언스센터로 필드트립을 가서 신바람을 내기도 했다.

특히 중상류층 백인 크리스천 가정에서 민박하며 미국의 속살을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생활 중에 서양문화의 좋은 점을 배우고 주일이면 ‘미국 엄마’ ‘미국 아빠’ ‘미국 형제’라고 부르게 된 호스트 가족들과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주일학교까지 참석했다.

“섬길 기회를 주셔서 오히려 감사하다”고 고백하는 호스트 가정들은 아이들에게 ‘말과 혀가 아닌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정한나 사모는 “그분들은 가정을 오픈하고 매일 식사를 차려 주고 학교에 데려다 주는가 하면 주말에는 캠핑이나 타주 비행기 여행을 시켜주는 등 생면부지의 아이들을 지극 정성으로 섬겼다. 모두들 영양을 고려한 런치를 싸주었으며, 따뜻한 음식을 먹으라고 식사 시간 직전에 배달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호스트 가정들은 헤어질 때는 신발, 옷, 가방, 농구공 등 선물까지 안겨주어 학생들을 감동으로 눈물짓게 했다. 학생들은 학예회에서 미국인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꿈땅 프로젝트에는 남가주광염교회 교인들도 가세, 음식을 준비하고 선물꾸러미를 학생들에게 건네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장로 가정 하나는 바닷가 집에서 아이들을 재우는 등 수고를 감당한 가운데 대학 교수인 장로의 부인이 자신의 거친 삶 속에서 체험한 하나님의 은혜를 학생들 앞에서 간증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관광지 롬바드 꽃길 앞에 선 한국 홀사모 자녀들과 정한나 사모(오른쪽에서 네 번째). 이들은 새 힘과 용기를 얻고 돌아갔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관광지 롬바드 꽃길 앞에 선 한국 홀사모 자녀들과 정한나 사모(오른쪽에서 네 번째). 이들은 새 힘과 용기를 얻고 돌아갔다.

학생들은 마지막 주간에 요세미티와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며 호연지기를 기르고 한국에 돌아가면 성숙한 모습으로 일상의 삶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이 꿈땅은 소명을 받고 목회에 전념하던 아버지를 여의고 ‘하나님께서 살아계신다면 왜 이런 일이…’라는 원망을 한 적도 있는 이들이 변화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과거에 미국에 왔던 아이들 중에는 한국으로 돌아간 뒤 열심히 공부해 학교에서 수석을 차지한 학생, 영어에 취미를 붙여 영국 유학을 간 학생 등도 나왔다.

지난 2013년에는 인도에서 34명의 홀사모 및 자녀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되기도 했던 꿈땅 프로젝트는 하마터면 사라질 뻔 했다.

“제가 인도 행사 이후로 많이 아팠어요. 그래서 한국의 홀사모들을 모아놓고 ‘이제는 꿈땅을 못한다’고 선포했지요. 그 말을 들은 사모들은 저를 붙잡고 엉엉 우셨고요. 그 결과 작년에 행사가 없었어요. 그런데 몇 달 전 우리 큰 딸 베키가 25년간 지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40일 금식기도를 했어요. 딸애가 가족들 요리도 해 주면서 잘 하다가, 32일째부터는 물도 토하는 등 완전히 탈진했어요. 마지막 5일간은 아예 드러누웠고요. 그때부터 온 식구가 딸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어요. 하루는 ‘제발 우리 딸 살려 달라’고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꿈땅과 관련해 저를 책망하시는 거예요. ‘내가 홀사모들을 네게 맡겼는데 몸이 힘들다고, 개척교회 사역이 바쁘다고 그만 두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시면서. 저는 칭찬은커녕 꾸지람을 하시는 하나님이 섭섭하게 느껴져 따지다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어요. ‘그 일을 지금까지 내가 했지. 네가 했냐?’ 얼마나 울며 회개했는지요. 금식이 끝나던 3월 17일부터 딸을 위해 40일 보식을 만들어 주면서 꿈땅 준비에 들어갔어요. 본래 전년도 11월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홀사모 가정에게는 50만원씩만 부담시키고 독지가들과 가족들의 기부로 나머지 경비를 충당한 정한나 사모는 강력한 영적 도전을 주는 비전 대회를 통해 “너희도 부부 선교사로 조선에 왔던 부모에게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의사가 된 뒤 한국 최초의 결핵요양소를 세워 수많은 생명을 구했던 셔우드 홀처럼 될 수 있다”는 말로 아이들의 가슴에 꿈을 심어 주었다. 또 학생들에게 ‘아빠에게 편지 쓰기’를 하도록 한 뒤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그 내용을 나누게 하고는 “아빠와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매일 대화해 보라. 하고픈 이야기를 페이스북에서 하고 아빠의 반응도 상상해서 써 보라”고 가르쳤다. 학생들은 세상 모든 아버지가 다 죽는데 자기 아버지는 조금 일찍 그 일을 맞은 것뿐이고 아버지는 지금은 천국에서 자신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용기백배하게 됐다.

시미밸리에 있는 미국인 교회에서 열린 학예회에서 민박을 제공했던 가정의 식구들과 한인학생이 음식과 함께 사랑을 나누고 있다.
시미밸리에 있는 미국인 교회에서 열린 학예회에서 민박을 제공했던 가정의 식구들과 한인학생이 음식과 함께 사랑을 나누고 있다.

놀러가는 마음으로 왔던 아이들은 귀국 직전 “아버지의 부재 때문에 의기소침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절망의 이유가 아닌 자랑거리가 됐다” “육신의 아버지는 이 땅에 안 계시지만 하늘 아버지를 의지하고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평생 갈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다”는 간증들을 쏟아냈다. 또 “엄마 없이는 못 살 줄 알았는데 혼자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집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 나의 약점을 구체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꿈땅 프로젝트가 크리스천 독지가들의 기도와 후원 가운데 계속 되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