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목사회(회장 김칠곤 목사)는 지난 25일 시애틀 이민 목회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한 "이민목회탐방"을 위한 첫 방문지로 시온장로교회 김경천 목사를 찾았다.

김경천 목사는 1985년 시애틀에 발을 내딛은 후 시온장로교회에서만 근 30년을 목회했다. 김 목사는 지난 목회를 회고하면서 "겸손과 온유"를 반복해 강조했으며, 사람의 힘이나 능력이 아닌 예수님만 드러나는 목회를 하고자 했다고 소회했다.

그는 교회에서는 근면과 사랑의 목회자로, 가정에서는 따뜻한 남편과 아버지로 주님께서 맡겨주신 일들을 언제나 감사함으로 감당해 왔다고 전했다.

이하는 일문일답

-이민 목회 30년 동안 어려웠던 점이나 갈등은 어떤 것이었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나?

"'목회가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목회자에게 그 정도의 일은 모두 있을 거라 생각했고, 어렵더라도 하나님이 해결해 주실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껏 왔다.

문제가 있을 때는 끝까지 함구하고 참고 있으니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시더라. 또 목사가 선하지 않은 방법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좋다. 이민교회에서는 더러 목사를 상대로 정치적으로 교인들에게 으뜸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목사가 이 문제에 매달리면 문제가 달라진다. 언제나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기에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이때 목사가 성도들과 관계가 깨지고 싸움에 휘말리면 그것은 목회 실패다.

목회하는 동안 내 편을 만들지도 않았지만 외롭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목회도 중요하지만 예수님과 함께 하는 목회가 나중에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한다."

- 목회 철학이 있었나?

"평소 "여유 있는 목회를 한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평북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을 때, "나는 죽고 예수님과 즐겁게 목회하자"란 다짐을 일기에 써 놨다.

평소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고 매일 일기를 써왔는데 지금 돌아보면 대부분 이뤄진 것 같다.

내가 쓴 글을 보면 "30년만 한 교회에서 목회를 하게 해 달라", "절대 큰 교회 하지 않게 해 달라" 등의 메모가 있는데 대부분 다짐 한 것이 이뤄진 것 같다.

일생동안 온 교인들의 이름을 알 수 있도록 300명 미만 교회를 목회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목회라는 것은 목회자의 삶을 교인들이 보면서 삶과 말씀을 함께 나누고 배우는 것인데 큰 교회가 되면 목회자의 삶은 동 떨어지고, 교인들이 외형만 보게 된다.

예수님을 본받으며 살아가고 제자가 되는 것이 목회이며 신앙인데, 내가 교인들을 사랑할 수 있는 수준의 교회를 하고 싶었다.

생활은 언제나 분수에 맞게 살아가려고 했으며, 많고 적음을 떠나 교회에서 나오는 목회 사례비로만 살아왔다.

또 목회자는 건강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운동을 하지 않는 목회자는 게으른 목회자"란 생각을 가지고 시간이 날 때 마다 운동을 했다. 사무실에도 아령이 있다. 공간 제약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줄넘기를 할 수도 있고 조깅이나 등산을 할 수 도 있다. 좋은 것을 먹으려고 애쓰는 것 보다 정기적으로 건강관리를 하기 위해 운동을 하면 좋다."

- 목회 30년 동안 경건 생활은 어떻게 해왔나?

"30년 목회를 하면서 거의 매일 새벽 4시경이면 일어났다. 그때부터 오전 6-7시까지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주님과 교제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대게 일어나서 아침 먹기 전까지 설교를 준비하고 성경을 묵상했는데 이 시간이 목회의 큰 힘이 됐다.

일단 교회 오면 교회 여러 가지 일들이 있으니 경건생활은 보통 새벽에 했다. 그리고 낮 시간에는 교회에 와서 교재를 만들고, 교회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을 추진했다.

그리고 교회 일은 집에 가져가지 않았다. 교회 일은 사무실에 놔두고 살았다. 집에서는 애들하고 놀아주고 최대한 편안하게 지냈다. 목회 기간 어디를 가도 사모와 동행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데도 노력했다."

시애틀 목사회 회원들 좌담회 후 시온장로교회에서 기념 촬영
(Photo : 기독일보) 시애틀 목사회 회원들 좌담회 후 시온장로교회에서 기념 촬영

- 30년 넘게 목회하면서 후배 목회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장신대 후배들이 고난당할 때 같이 기도하면서 했던 이야기는 "절대로 싸우지 말라"이었다. 목사가 싸웠다는 소리가 나오면 이미 실패한 것이다.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싸우자고 덤벼들어도 절대로 공개적으로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다투면 안 된다.

싸우지 않는 것이 장기 목회의 노하우다. 다른 것은 없다. 싸우지를 않는다. 목사가 싸워서 이겨도 나중에 보면 이긴 게 아니다. 목회는 당회 중심으로 했으며 교인들이 뭐라고 하든지 신경 쓰지 않았다.

당회원들이 일치되고 잘 교회를 섬기면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회가 나눠지면 문제가 생긴다. 당회가 나뉘면 당회원들이 교인들하고 나뉘게 되면 안 된다.

당회에서 문제가 있을 때는 당장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격돌이 일어날 것 같으면 다음 당회로 미루면 된다. 그럼 대부분 문제는 사그라진다. 당회 결정도 만장일치가 되지 않으면 결정 하지 않았다.

목회자를 허무는 세력이 있을 때는 "목사"라는 정체성이 중요하다. 하나님께서 살아계시기 때문에 말씀대로 행하신다. 예수님의 제자 된 우리는 그저 복을 빌어주면 된다.

우리의 사명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담대하게 가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받지 않으면 나중에 그 사람이 갖게 된다. 말 함부로 하는 사람을 겁낼 필요는 없다.

어떤 후배가 교인이 70명가량 되는데 1명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 그래서 69명이 너를 위해 기도하는데 1명가지고 사기가 죽어 있으면 되냐고 말해줬다.

우리는 가끔 큰 소리하는 사람에게 눌릴 때가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니다. 하나님의 일을 할 때 사람에게 목사가 잡히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교회는 하나님이 거하시는 곳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이민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들에게는 교인 수 증가가 필수다. 조언해 줄 말이 있다면?

"교회에 교인들이 있어야 하는 것은 필수다. 교인이 없는 교회는 공허한 것이다. 교인 수 증가를 위해 전도에 열심을 다하는 것은 매우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교인 수 증가를 위한 경쟁적인 생각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 나는 목회하면서 교인들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200명 될 때나 150명이 될 때나 신경 쓰지 않았다.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평안하다. 떠나고 싶은 사람을 붙들면 문제가 된다. 하나님께서는 늘 새로운 사람을 보내 주신다. 기대감을 가지고 본질적인 목회를 하면 회복이 된다.

'나는 꼭 1천명 이상 모이는 대형교회를 세우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는 있지만, 너무 애착을 가질 것은 아니다. 나는 근본적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교회를 소망하고 있다.

교인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 사람들을 모으게 되면 결국 교인들이 아픔을 얻게 되더라. 이민교회의 특징이 그렇다. 요즘 사람들은 교인수를 목회자의 능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목회자나 교회나 내면의 성숙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민 목회를 하면서 1.5세 2세들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해결했나?

"이 부분을 놓고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 교회 영어권 목사를 모실 때도 고민을 많이 했다. 3년 전에 은퇴를 생각하면서 당회에 내 놓은 프로젝트가 무엇이냐면 영어권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권이 독립되면 교회나 목회자가 영향을 받게 된다. 교인들도 줄고 예산도 나뉘게 된다.

한어권과 다른 영어권의 특성상 독립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독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죽을 쓰던 먹을 것이 없던 목사는 교인들이 주는 것으로 먹고 살아야지 다른 것으로 먹고 살면 목회할 수 없다. 영어권 목회자들에게는 이런 목회 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이 영어권 목회에 제약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

결국 리더의 부재인데, 리더가 아무것도 없으면 교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수 있겠는가? 미국 장로교 안에 한인 교회가 3-400개교회인데 모두 고민하고 있다. 어린아이 전도사들은 구하기가 더욱 어렵다.

영어권 1.5세 2세 사역자들에게 목회에 대한 본질적 자기 확신이 있어야 영어권 사역이 된다. 한어권 목회자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조금씩 숙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