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방 우수씨’는 작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짜장면 배달부 고 김우수 씨의 삶을 다룬 영화다. 크리스천인 김우수 씨(53세)는 가족이 없이 쪽방에 혼자 살면서 월 70만원 월급으로 5명의 어린이를 후원하고, 생명보험을 들어 수령자를 어린이재단 앞으로 돌려놓고, 장기기증 서약까지 해놓고 세상을 떠났다.

감독 윤학렬 집사는 “‘철가방 우수씨’는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교회에 대한 마음 문을 열 수 있도록 만든 영화다. 중국집 배달부라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쪽방에서 성경을 읽으며 신앙을 세워가고, 작은 월급을 쪼개어 아이들을 후원하는 모습이 큰 감동이 된다”며 “많은 목회자와 기독교인들이 이 영화를 통해 나눔과 섬김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철가방 우수씨’는 김우수가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가 차 사고로 피를 흘리며 사망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는 죽음 직전에도 후원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선물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 짧은 영상은 온갖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을 후원했었던 김우수의 삶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김우수의 죽음이라는 미래에서 시작해 점차 그의 과거를 조명해 나간다. 김우수가 기부를 하게 된 사연과, 그의 기부 안에 담긴 깊은 의미를 담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일 것이다.

김우수는 술집 여인, 조선족 아주머니, 고시 준비생 등 세상에 내세울 것 없는 하류층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고시원의 좁은 방에서 살아간다. 이 고시원의 사람들은 세상 밑바닥의 힘들고 어려운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한편, 따뜻한 인간적 감수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반찬 하나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싸울 때도 있지만, 서로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모두 함께 모여 축하해주는 그들의 모습은, 모순된 세상 속에서의 희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먼저 김우수는 피스메이커로서의 크리스천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우수의 온유한 성품은 열악한 현실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가 가는 곳은 늘 싸움이 멈추고 평화가 피어난다. 한 회사원은 김우수의 조언으로 어렸을 적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용서하게 된다. 고시원의 술집 여인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김우수는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 살려낸다. 여인은 김우수의 나눔의 삶을 모습을 보며 점차 삶의 희망을 찾아가게 된다.

김우수는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크리스천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의 과거는 불행했다. 부모에게 버림받아 고아로 자라며 동냥도 했고, 학비를 내지 못해 교사로부터 면박도 받아야 했다. 청년 때에는 죽고 싶어 가게에 불을 질렀다가 교도소에 가게 됐다. 그의 삶에는 단 한 줄기의 빛도 없었다. 한 통의 편지도 받지 못하는 수감자는 오직 그 뿐이었다. 그는 수감생활 중 우연히 한 아이의 어려운 삶이 적힌 글을 본 후 작업수당 중 일부로 그 아이를 돕게 됐다.

김우수는 그 아이로부터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한 통의 편지를 받은 후 펑펑 울기 시작한다.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누군가 자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 되었기 때문이다. 김우수의 쪽방 책상 위에는 성경과 함께 그가 후원하는 5명의 아이들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놓여있다. 말씀과 아이들은 그가 살아가는 이유이며 희망이었다. 그는 후원을 통해 절망적인 현실을 이겨낼 수 있었다.

김우수는 어려운 이를 향한 사랑과 긍휼, 희생의 마음을 실천하는 기독교인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신앙과 삶이 유리된 까닭일 것이다. 김우수는 정규교육도 받지 못했고 가진 것도 없었지만, 월 70만원 월급으로 5명의 어린이를 후원했고, 그것도 모자라 어린이재단 앞으로 생명보험을 들어 자신이 죽은 뒤에도 어린이들이 후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중국집 배달원에 집도 없었기 때문에 보험가입이 불가했지만, 그의 간절한 마음은 결국 보험사까지도 움직였다. 그가 사망한 후 영결식장에는 그가 후원했던 아이들, 고시원 사람들로부터 사회 유력인사들까지 방문이 이어졌다. 그의 봉사는 세상을 움직였고, 세상은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의 희생은 다윗의 물맷돌처럼 거대한 세상을 움직였다.

김우수는 자살이 범람하는 시대에 타인 뿐 아니라 자신도 따뜻하게 여길 줄 아는 기독교인의 자세를 보여준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고자 하였으나 찾지 못하고, 꽁꽁 얼어버린 시냇가 위를 걸어가는 그의 모습 속에서 외로움과 적막함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영화는 불우했던 그의 어린 시절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했던 고난과 성장 후 사기를 당해 좌절감을 빠졌던 시간들에 대한 이해는 김우수에게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어려움으로 인해 생을 포기하고자 했던 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말씀을 묵상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어려움을 발판 삼아 희망을 발견해가는 김우수의 모습의 인상 깊다.

어려운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은 힘든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을 세워나가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점과, 봉사에는 사랑 외에는 다른 조건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느끼게 됐다. 영화는 중간중간 김우수가 쪽방에서 성경책을 읽는 모습을 반복해서 비추는데, 감독이 성경과 김우수의 삶을 겹쳐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성육신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서 행했던 일들은 가난한 자들, 핍박받는 자들, 병든 자들, 버림받은 자들에게 구원의 능력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리고 끝내는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심으로 온 세계에 그 구원의 능력을 드러내셨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김우수와 같이, 희생적 사랑의 실천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