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는 염치를 아는자가 지녀야 할 덕목이다. 눈치없는 자들이 소신이랍시고 자충우돌로 벌여놓은 사건들의 해결사는 결국 눈치를 아는 자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눈치없는 자들이 눈치주는 왕일 경우가 태반이다. 눈치라고는 쥐꼬리 만큼도 없으면서도 약자에게는 눈치 주기를 다반사로 하는 고약한 자들이 의외로 영계 지도자에 흔하다. 그들이 무차별로 전천후 눈치 레이저를 날리는 것은 고작 줄세우기이다. 저는 그 수하와 함께 눈치화망을 구성해서 자신의 왕국을 결성한다. 눈치 주는 쪽은 강자이며 눈치 보는 쪽은 약자인 까닭에 약자는 울고겨자먹기로 저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 눈치 주는 쪽은 일정한 권력을 가지고 행사하므로 약자는 눈치 밥이라도 얻어 먹으려면 제 성질 죽이고 로보트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국회의원 태반이 거수기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야흐로 정치세계는 눈치작전의 계절이 도래하여 곁눈질하는 선량들로 넘쳐나고 일부는 이미 재빠르게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번개속도로 이동하였다. 그들의 눈치가 적중하였는지 얼마 안있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세상만사가 눈치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비록 나같이 눈치가 무디어서 다 차려 놓은 밥상을 걷어 차는 우를 범하여도 시간이 좀 흘러가니 그런 우가 오히려 득이 되는 일이 수없다.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 먹을 수 있는 눈치를 자랑하다가 그만 망신살이 만 한 소인배들이 많기에 그런 속담은 전 시대의 낡은 유물인 것을 유념할 일이다.

잘 나가던 어떤 동료가 울면서 하소연 한 내용은 나어린 눈치 왕에게 팽당하여 오갈데없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식솔딸린 그에게 아! 나이가 몇인데하고 대성일갈 하고 싶었지만 꾹참고 오히려 잘되었다, 남가일몽의 세상 무슨 영화 보겠다고 여직 손비고 있겠느냐고 나물먹고 물마시고 속 편히 지내라 위로하고 말았다.

눈치가 판치는 영계나 정계나 이전투구 뿐이다. 눈치달인들이 행세하는 한 제대로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좀 우직해도 눈치 안보고 소신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좋은 말 읊고 나를 가만히 돌아보니 하릴없이 흘러간 세월속에 는 것은 눈치뿐이라! 가히 눈치백단 쯤되니 그만 은퇴의 문턱에 다달았다. 이제는 눈치 주는 이도 없겠고 눈치받을 일도 없어지니 살 만하다 생각했는데 웬걸 내자 눈치에, 자식 눈치가 보통아니니 애초에 눈치안보고 살기에는 글러버린 한 평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