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최근 중국이 북한과 이란, 시리아 등을 둘러싼 국제안보 문제에서 미국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때마침 일부 중요한 사안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데 따른 것일 뿐 양국간에 새로운 화해의 시대를 알리는 전조로 보기에는 이르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중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로켓 발사를 강행하자 이를 강하게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에 순순히 찬성했다. 안보리의 시리아 결의안에 두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휴전 감시단을 파견키로 하는 결의안에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앞서 2월에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대폭 줄였고 이란이 1년만에 핵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는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환율 문제에서도 전례 없는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미국의 설명이다. 이는 미국이 호주에 2천500명 규모의 해병대를 주둔시키고 필리핀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확대키로 한데 대해 중국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중국이 이란의 원유 수입을 줄인 것이 미국의 제재를 인정한 것인지, 아니면 일각의 지적처럼 원유 수입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인지 저의는 확실하지 않다.


또 중국과의 건설적인 관계에 공을 들여온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저의보다는 양국 관계가 전반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제프리 베이더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두 나라의 관계는 국익이 일치하느냐 상충하느냐에 따라 부침을 반복해 왔다"며 "하지만 최근의 신호는 긍정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달 해군사관학교 연설에서 "오늘의 지정학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며 "중국과 미국의 번영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며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국 관계에 대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양국 간에는 뿌리 깊은 불신이 존재한다며 "특히 중국은 양국 관계를 `장기적인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 있다"며 클린턴 장관과는 다른 진단을 내렸다.


미 당국자들도 양국의 협력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데 대해 이의를 달지 않는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을 비판하는 안보리 의장성명에는 동참하면서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최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를 친히 접견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중국의 고위 관리는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보석'에 비유하기도 했다.


미국은 북한의 군사 퍼레이드에서 공개된 미사일 발사대가 중국산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중국이 고의로 안보리 결의를 어기지는 않았더라도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을 주목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은 어떤 업체가 북한과의 거래에 개입했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중단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중국의 계산법은 북한보다는 좀 더 복잡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인 것이 미국을 도우려는 것인지, 아니면 수입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인지는 올 여름에는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우방들이 제재에 동참함에 따라 현재 이란은 원유를 걸프만에 있는 유조선에 비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여름이 되면 이들 유조선이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그때부터 싼값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할 경우 중국도 제재 대상에 포함할지를 그 이전에 결정해야 하는 힘든 과제를 안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