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과 관련한 사람들의 마음과 그와 관련한 관계속의 부작용을 생각하자니 문득 찬물에 밥을 말아서 후두룩 먹던 소설속의 주인공이 생각난다. 언젠가 읽었던 신경숙의 “깊은상처”의 슬픈 주인공이다. 음식에 대한 태도나 욕심 그리고 먹는 습관 등은 놀랍게도 그 사람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현재의 심리상태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나타나 있다.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에 우울한 주인공이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놓고 먹는 장면이 흔히 나오는데 다소 과장된 듯해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가 있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는 성격발달을 다섯 단계로 설명하면서 그 첫 단계로 구강기를 들고 있다. 즉 유아기에 입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 단계로 이때 욕구불만과 좌절을 경험하게 되면 다음 단계로 발전하지 못하고 고착되어 성인이 된 후에 입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난다. 즉 과식, 과음, 과도한 흡연이나 약물 중독 등을 들 수 있고, 빈정거리거나 신랄하게 논쟁을 하는 일, 혹은 별 일 아닌 일에도 과도한 적개심을 보이며 험담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또한 의존적이며 유아적이어서 대인 관계에 거부감이 있고 심하면 공포감을 가지기도 한다. 스스로 고립감과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소로운 것을 끌어 모으고 축적하는데 집착하며 나아가 재산이나 지식을 소유하는데 욕심을 보이기도 한다.

음식은 단순히 먹는 즐거움과 관계된 내용만은 아니다. 기대하고, 장을 보고, 요리하고, 상차림을 하고 또는 정성들여 차려진 밥상을 받는 일 등의 과정속에서 시간과 행동 패턴이 관계되어 있는 중요한 일이다. 음식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속에서의 존재감이나 보람 그리고 만남과 대화의 형태가 가려지기도 한다. 자신은 음식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만방에 통보하고 사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다. 요리하는 기술이나 음식을 장만하는 것은 배워서 하는 일 가운데 하나일 뿐으로 잘하고 못하고는 타고난 선천적인 기술보다 태도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무리 눈썰미가 없고 음식 센스가 없다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이나 재료의 포장용기에 적혀있는 조리법을 통해 얼마든지 음식을 만들 수가 있음에도 굳이 솜씨 여부를 내세우는 것은 일종의 일을 피하고자 하는 핑계일 수 있다. 음식을 못한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대접하는 일에 대체로 소홀하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단순한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베품과 나눔의 문제에 까지 연관이 있음이다. 화덕에 온기가 없고 집안에서 음식 냄새가 나지 않는 가정에서 훈훈한 가족애를 느끼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음식은 가족에 대한 관심과 애정 표현의 중요한 항목이며 음식의 향기는 향수를 불러오는 기억의 촉매제이기도 하다. 비오는 날 대청마루에서 먹던 고소하고 따끈한 호박부침이나 달콤한 팥칼국수에 대한 그리움이 단순히 입의 호사로움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마음이 공허하거나 하릴없는 순간에 사람들이 가장 흔히 하는 일이 군것질이다. 배가 고파서 스낵을 먹거나 딱이 먹고 싶어 죽겠다는 내용이 있어서 군것질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건강이나 신앙의 이유로 단식이나 금식을 해 본 사람들은 음식을 끊는 일의 어려움을 경험했을 것이다. 배고픔의 문제도 있지만 더불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은 마치 시간에 따라 행해지던 어떤 의식이 없어진 것 같은 불안정함과 무료함으로 나타난다. 아무 생각없이 자유로이 맛을 보거나 먹던 습관을 갑자기 멈출 때의 공백에 대한 당황감이기도 하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이 금연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담배맛에 대한 집착만이 아니고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것 같은 허전함 내지는 손 동작의 어색함이라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늘 대화하던 사람과의 대화가 끊기거나 바쁜 일과가 없어졌을 때도 평소보다 더 먹게 된다. 혹은 감정적으로 우울해 있을 때, 외로울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도 가장 쉬운 대체물은 음식물이다.

음식에 대한 취향, 먹을 때의 식습관과 속도, 음식에 대한 집착과 편견, 먹는 양의 조절과 먹을 때까지의 인내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도 단순한 식탐이나 음식만의 문제가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식성과 음식에 대한 성향은 성격, 정신적인 필요와 욕구, 습관과 타성 등이 모두 반영되어 나타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먹는 일과 관련해서 인격시비로 비화시키기 보다는 위에 언급된 상관성을 헤아리는 아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