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많은 메가처치(mega-church)들이 복음 전도와 교회 개척 같은 고유의 영역 뿐 아니라 주로 NGO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사회봉사와 국제개발 사역들에 열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적인 메가처치의 부상과 함께 앞으로 메가처치들 공동의 움직임으로 확산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메가처치들로 사회참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새들백교회(왼쪽)와 윌로우크릭커뮤니티교회.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 메가처치 중 하나인 새들백교회(Saddleback Church, 캘리포니아)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피스 플랜(P.E.A.C.E. Plan)이다. 화해 조성(Promote reconciliation), 섬김의 지도자 육성(Equip servant leaders), 가난한 이들에 대한 지원(Assist the poor), 환자들을 위한 돌봄(Care for the sick), 다음 세대 교육(Educate the next generation)의 각 머릿글자를 딴 피스 플랜은 이와 같은 5대 현안을 다루고자 2005년 시작돼 현재까지 전 세계 1백여 국가에 1만5천여 명의 교인들을 사역자로 파송했다.

새들백처치의 피스 플랜은 최근 수년간 메가처치들 사이에서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그 참여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다. 메가처치들은 더 이상 사회참여를 위해서 이미 존재하는 NGO들만을 통로로 삼지 않으며, 그들 스스로가 이같은 사역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내 또다른 유명 메가처치인 윌로우크릭커뮤니티교회(Willow Creek Community Church, 일리노이)의 윌로우크릭협회(Willow Creek Association) 역시 직접 사역의 통로를 열었다. 윌로우크릭커뮤니티교회는 이미 2만여 명의 교인들을 동원, 1백여 개의 다양한 국내 사역을 펼치고 있고 이 가운데는 사회봉사 사역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전 세계 45개 국가, 90개 교단에 속한 1만2천여 교회들의 연합체로서 만들어진 윌로우크릭협회는 기근과 HIV를 해결하기 위해 이같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나라들의 지역 교회들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이미 국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는 ‘영산조용기자선재단’(구 사랑과행복나눔재단), 만나교회(담임 김병삼 목사)는 ‘월드휴먼브리지’를 설립해 NGO 활동에 직접 뛰어들었다.

사회참여 확산 배경: 선교 패러다임 변화와 메가처치 운동 부상

메가처치들이 점차적으로 NGO 영역의 사역들에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은, 선교 패러다임은 물론 메가처치 현상 자체가 가져온 교회의 변화에 있다. 기독교 리더십과 국제개발 분야 전문가인 미국 이스턴대학교(Eastern University)의 섀런 그램비-소버크웨(Sharon Gramby-Sobukwe) 박사는 옥스퍼드선교연구센터(Oxford Centre for Mission Studies)가 발행하는 선교학 계간지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에 2년여 전 기고한 글에서 당시 이미 이같은 흐름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통전적 선교(holistic mission)’ 개념의 확산과 메가처치의 부상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통전적 선교는 복음전도와 사회참여가 함께할 때 복음으로 개인은 물론 세상의 모든 영역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선교의 온전한 성취가 가능하다는 개념으로, 1974년 로잔언약(Lausanne Covenant)은 통전적 선교를 새로운 복음주의 선교의 패러다임으로 선언했다. 메가처치들의 새로운 시도들은 이같은 선교 패러다임에 대한 각성을 의미한다.

이 각성에는 또한 전 세계적인 메가처치들의 부상이 촉매 작용을 했다. 하트포드종교연구소(Hartford Institute for Religion Research) 종교사회학 교수인 스캇 써마(Thumma) 박사는 메가처치를 ‘매주 2천 명 이상의 예배 출석 교인 수를 가진 개신교회’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러나 오늘날 메가처치는 단순히 교회를 넘어서서 보수적 신학, 유명 목회자, 교인들을 위한 다양한 사역 등의 공동의 특성을 가진 하나의 운동으로 전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메가처치 운동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에서 더 강하게 전개되며 메가처치들이 자연스럽게 이들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개발도상국가의 필요에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해 일하게 만들었다. 메가처치들이 이들 지역으로 활발하게 파송한 선교사들은 자신들을 보낸 메가처치에 이 지역 사람들의 가난, 질병, 무지 등으로 인한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다리가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메가처치들에 통전적 선교에 대한 실질적인 각성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들은 메가처치들의 NGO 영역으로의 진출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보다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메가처치들이 그 공동의 특성에 의해서 하나의 운동적 성격을 띠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과 직접적 참여도 앞으로 또 하나의 메가처치의 공동의 특성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학 이해 높아지며 직접적 사회참여 선호
메가처치-NGO 상호 발전적인 관계가 과제

▲새들백교회 교인들이 이끌고 있는 피스 플랜 사역 모습.

한편 사회봉사와 국제개발 활동을 펼치는 메가처치들을 바라보며 품을 수 있는 하나의 의문은 ‘왜 이미 있는 NGO들을 거치는 대신, 스스로 모든 것을 하길 원하는가’일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램비-소버크웨 박사는 몇 가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먼저는 아직까지도 신학적으로 기독교 자유주의 진영의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참여 활동들에 나서는 데 있어서 보수적인 메가처치들은, 복음 전도에 대한 헌신이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NGO들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이같은 활동들을 펼치는 것이 위험 부담이 적다는 인식을 갖기 때문이다.

둘째는 과거와 달리 보다 더 통전적 선교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갖게 된 교인들이 단순히 ‘후원하고, 기도하고, 뒤로 물러나는(pay, pray, and get out of the way)’ 식보다는 자신이 부여받았다고 믿는 특별한 재능과 목적에 따라서 헌신의 삶을 살기 원하게 됐고, 메가처치들은 스스로사회참여 활동을 펼침으로써 교인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메가처치들의 막대한 인력과 네트워크는 때로는 NGO들을 거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사역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며, 이러한 믿음도 메가처치들의 직접적인 사회참여에 일부 기인하고 있다고 소버크웨 박사는 밝혔다.

그러나 메가처치들의 사회참여는 기존의 NGO들과의 긴장과 대립을 낳는 대신, 양측의 새로운 협력 관계 형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즉 기독교 NGO들은 복음주의적 정체성을 강화하고자 교회들을 활용하고, 교회들은 NGO들이 오랜 경험들을 통해 축적한 전문적 지식과 체계를 배우고자 협력할 때 상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