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라 하겠다. 실제로 IT를 선교에 접목시킨 사례를 보면, IT야말로 침체된 선교계에 활력을 던져 줄 대안 중 대안이다. 복음을 전하기 어려운 곳에는 전화선 하나만으로도 텍스트, 음성, 영상, 채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 과거 방송 전파의 경우,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들이고도 지역적 한계를 넘지 못했다면 인터넷은 블로그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전세계에 복음을 전할 수 있다. 게다가 IT 산업을 육성하려는 창조적 접근지역 당국의 노력은 IT산업 관계자라면 선교사일지라도 개의치 않고 문을 활짝 연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많은 교회들이 IT 목회에 나섰다. 교회 홈페이지는 기본이고 이제 인터넷 신문, 인터넷 방송, 온라인 상담, 디지털 교적 관리, UCC 제작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IT화 노력은 눈물겹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을 개혁교회가 종교개혁과 성경보급에 적극 활용했듯, 이 시대에는 IT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선교의 도구라고 보는 관점에는 이의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문제는 IT 기술도 발전했고 교회도 IT화 노력을 강화하는데, 왜 교회는 정체나 감소를 벗어나지 못하느냐다.

캐나다의 마샬 맥루한 박사는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했다.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감각적으로 느낀다. 고로 미디어는 감각기관의 확장이며 미디어의 특질에 따라 인식의 내용 즉, 메시지도 달라진다는 말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신문으로 보는 사람과 TV로 보는 사람은 전혀 다른 메시지로 인식하게 된다. 맥루한의 의견대로라면 IT를 통해 메시지를 듣는 대중은 IT 자체를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교회가 IT로 선교를 한다고 할 때, 불신자들은 쌍방향적이고 다양·다핵적, 수평적, 개방적인 메시지 즉, 의사소통이 원활하며 성도 간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그런 영성이 살아 숨쉬는 콘텐츠로서의 교회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현 한국교회는 IT를 감각의 확장 수준에서 이용할 뿐이지, IT 자체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와 한국교회 현실과의 괴리에는 무감한 듯하다. 인터넷으로 설교를 내보낸다고 교회가 부흥되지는 않으며 그저 신나고 재미난 흥미 위주의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교회가 부흥될 수도 없다. IT 기술의 메시지적 특징이야말로 교회적이고 기독교적인데 교회는 오히려 이것을 피상적으로만 이용하는 아이러니에 빠져 있는 셈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종교개혁의 주요 도구가 된 것은 인쇄술 자체가 주는 메시지, 즉 대중성, 정보균등성, 평등성, 개방성이 종교개혁의 정신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라틴어로 듣기만 하던 말씀을 독일어로 직접 받아 읽던 대중에게 독일어 성경 자체, 인쇄술 자체가 종교개혁의 감격적 메시지였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교회가 IT를 이용하면서 강단의 개혁, 목회의 패러다임 전환, 교회 행정과 운영의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IT가 제2의 종교개혁의 도구가 되기는커녕 교회를 더욱 세상으로부터 뒤떨어지게 하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