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종교문화학과 류성민 교수가 “북한은 앞으로 경제난 해결을 위해 중국처럼 점진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우호적인 경제교류를 위해 북한 내 외국인들의 종교활동도 어느 정도 용인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17일 오후 1시 30분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김정일 이후 북한선교’라는 주제로 모퉁이돌선교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류 교수는 미래의 북한 종교정책에 대해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경제난 해결을 위해 인도주의적 지원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인도주의적 지원의 창구인 종교를 통해 생존권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종교활동에 대해서도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경제적 지원이 절실히 요청되는 북한의 현실을 적절히 고려하여 북한선교를 감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즉, 인도적 지원을 통한 조건적 종교활동을 벌이자는 것이다. 또 남한 기독교계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종교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북한 주민의 부정적 인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활동”이라고 평가했으며, 사회주의 체제를 영속화시키는 것이라는 반론에 대해서는 “그러한 주장은 단견(短見)”이라고 반박했다. “어떤 체제든 실제적 몰락은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부정과 부패, 내부 분란에 의해 야기된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교육, 의료, 스포츠 등 문화·예술을 통한 다양한 선교의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며 “외부로부터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문화·예술을 중시하여 왔다는 점에서 외부의 문화·예술의 북한 유입은 북한의 변화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김정일 정권 이후 북한은 중국의 종교정책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 본 류 교수는 중국선교와 북한선교의 연계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그는 “김정일 정권 이후의 북한선교를 위해서는 중국선교의 사례를 면밀히 연구하고, 문화 전반을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선교의 길이 열렸을 때 최대한 북한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하교회를 거점으로 한 선교에 대해서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종교단체들을 통해 선교하는 것보다 더 의미있는 선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조급하게 성과를 거두려는 태도를 지양하고, 실적 위주의 선교보다 한 사람이라도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류 교수는 “사실상 북한에서는 지하교회를 통한 선교마저 용이하지 않고, 성경과 전도지를 전달하는 것조차 힘들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선교는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인터넷, 방송과 같은 미디어를 통한 선교는 가능하며, 문화선교나 다양한 간접적 방식의 선교, 성경과 전도 문서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의 개발 등도 가능하다”면서 “김정일 정권 이후에는 이러한 선교의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