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북한 전문가와 신학자들이 ‘2·13 북핵 합의’에 관해 “한반도 비핵화·북핵폐기를 이루기 위한 의미있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오일환 교수,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김근식 교수, 정지웅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소장,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허문영 박사, 장신대 기독교문화 임성빈 교수 등은 14일 평화한국 주최로 열린 ‘제3단계 제5차 6자회담 분석’ 세미나에서 “이번 합의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며 “북한이 이번 합의의 최종단계인 핵 폐기(disabling) 단계까지 이행해 나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오일환 교수는 “지난 ‘9·19 공동성명’이 ‘말 대 말’ 형식의 합의에 그쳤다면, 이번 합의는 ‘9·19 공동성명’을 뒷받침하는 ‘행동 대 행동’ 방식이 적용됐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북한이 60일 내에 핵 시설을 폐쇄(shut down)할 시 중유 5만톤을 지원하고, 이어 북한이 핵 폐기(disabling) 단계까지 나아가면 한국·미국·중국·러시아 등이 95만톤의 에너지, 물자를 공동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는 시일과 시행여부에 따른 지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진일보된 합의”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정권 보유 및 체제 유지 차원에서 핵무기를 억지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번 합의를 깨뜨릴 충분한 여지가 있다”며 “이를 위해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 간의 확고한 공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근식 교수는 “이번 합의가 핵폐기와 북미관계 개선을 향한 의미있는 첫발을 내딛었다는 점에 있어 긍정적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며 “그러나 아직은 첫 발걸음을 뗐을 뿐,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핵시설 폐기로 미래의 핵은 제거할 수 있지만 이미 확보한 핵물질과 핵무기 등 ‘과거’의 핵을 해체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은 난제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임성빈 교수는 “신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합의는 남한과 북한, 국제사회와 북한과의 평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소식”이라며 “하지만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담보로 한 평화 합의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번 합의가 각 당사자들의 근본적 변화가 아닌 이익에 따른 합의이기 때문에, 위험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힘의 균형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신뢰문제가 핵심 포인트”라며 “먼저 교회가 민족과 세계사회에 신뢰의 모범을 보여줘야 하며, 또한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교회의 도덕적 우월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