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파도, 성향도 다른 본국을 대표하는 신학자들이 한데 모여 한국교회 위기 타개를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 해법은 어떤 새로운 이론이 아닌, 종교개혁자 루터가 뜨겁게 토해냈던 것처럼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2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신학’이 아닌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내용의 ‘성경을 통(通)한 재정향(Reorientation)’ 한국신학자 140인 2008 서울선언이 발표됐다. 이들은 취지에서 “한국 기독교 120년 역사상 시대마다 사회를 향한 목회자와 신학자들의 선언이 있었다”며 “기독교의 핵심인 복음을 상대주의와 다원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 시대 속에 이번 선언이 한국교회는 물론 세계교회가 성경으로 거듭나고 갱신돼야 함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치로 인해 이교화된 유럽 기독교를 지난 1934년 바르멘 선언(Barmern Theologische Erklarung)이 바로 세운 것처럼, 포스트모더니즘 속에서 상대화되어가는 성경의 권위와 가치를 ‘서울 선언’으로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반성에서 출발한 ‘오직 성경으로’

이날 신학자들은 그간 신앙이 아닌 학문 중심의 신학 연구와 교육을 한 것에 대해 반성했다. 한신대 김윤규 박사는 시작기도를 통해 복음서 저자들의 신학으로 해석된 ‘케리그마의 그리스도’ 대신, 하나님의 아들로서가 아닌 역사적 인물로서의 예수의 삶을 주목하는 ‘역사적 예수(Historical Jesus)’를 추켜세운 것에 대해 회개했다. 또 축사한 감신대 김외식 총장은 “감신대는 지난 1960년 이래 신학의 학문적 우수성을 추구하면서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보기보다는 연구와 분석,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했고, 민족 운동과 사회 운동가를 길러내는 데는 기여했지만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읽고 실천하는 데는 미흡했다”고 말했다.

이런 반성은 선언문에도 이어졌다. 신학자 140인 중 감신대 박종천 교수가 대표로 낭독한 선언문에서는 “먼저 우리 한국의 신학자들은 성경의 부분적 읽기와 그에 따른 성경의 상대화라는 결정적인 과오를 반성하는 가운데, 성경을 진실하게 전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한 것을 회개한다”는 조항이 첫번째로 나와있다.

선언문은 또 신학의 첫째 목적을 “매 시대마다 성경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를 재발견하고, 바르게 재해석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이 시대 교회의 위기를 “예수에 대한 신앙고백이 흔들리는 것과, 교회의 정경으로서 성경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에서 분명히 드러난다”고 진단했다. 또 성경적 기독교를 복음이 십자가에 달리고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기초한다고 고백하며 “역사적 예수를 십자가와 부활의 그리스도와 분리하려 한다”며 사실상 ‘역사적 예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동·서양의 신학 조화 추구

이들은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성경을 부분이 아닌 전체로 보고 그 본래적 의미를 헤아리는 성경읽기 방법을 제시했고, 성경을 해석함에 있어 서양의 분석적 해석과 동양의 직관적 해석의 장점을 함께 살려 성경을 정경적이면서 심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한시미션 조병호 박사의 ‘통(通)’의 원리에 주목했다.

선언문은 향후 실천방향으로 성경을 통한 재정향에 의해 교회와 신학의 본질 회복과 근본적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을 추구할 뿐 아니라 지구촌 사회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구촌 사회의 방향전환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부정되는 사회에서 비롯되는 생명경시주의, 물질만능주의, 권력지향주의, 파당주의와 사회의 각종 부정부패 및 환경파괴와 생태계 오염 등에 단호히 맞서 하나님 나라와 의를 추구하고 성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언을 채택하면서 한국교회와 신학, 그리고 신학교육이 성경을 통해 재정향돼야 하며, 이에 동의하는 모든 신학자들과 목회자들, 평신도 지도자들이 신학교육과 목회, 선교 현장에서 성경을 통한 재정향의 삶을 실천할 것을 제안했다.

장신대 김중은 총장은 서울 선언을 축하하면서 “하나의 걱정은 용두사미가 될까 하는 것”이라며 “운동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기독교인들이 이 운동을 잘 도와서 오늘의 선언이 세계기독교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출발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