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1. 오늘날 널리 수용되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   

오늘날은 복음주의 진영이든 에큐메니칼 진영이든 모두가 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을 수용하고 있다. 즉 하나님의 선교 개념이 양 진영 선교신학의 핵심적인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이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선교의 주인은 오직 하나님이시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교회의 잘못된 선교 자세와 방향을 갱신시키는데 나름대로의 역할을 한 개념이란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하지만 모든 약에 부작용이 있듯이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태동된 이 개념은 상당한 부작용을 지니고 있다. 교회는 이 개념을 수용할 때 이 부작용을 잘 알고 지혜롭게 수용해야 한다. 특별히 성경적으로 이 개념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잘 분별하여 성경과 부합하는 수준에서 지혜롭게 수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 하나님의 선교 개념의 핵심 강조점과 한계점 

WCC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선교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관심이 세상을 구원하는데 있기보다는 세상의 샬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님의 선교에서 말하는 선교의 목표는 전통적인 선교의 목표인 복음화가 아니라 인간화, 정의, 평화, 샬롬, 모든 피조물의 보전 등이 되는 것이다. 즉 하나님의 선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뜻이란 정치적 해방, 복지와 샬롬 등에 우선순위를 두거나 이러한 사항들을 복음전도와 동일선상에 두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를 종합하면 하나님의 뜻이란 결국 세상을 잘 살게 만드는 모든 일이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데이비드 보쉬는 "에큐메니칼 선교신학에서 우리는 복음의 심각한 감소 및 변질을 접하게 된다."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김은수는 "신앙의 이름으로 구원과 관련하여 하나의 정치적, 경제적 이데올로기를 제공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3. 크리스토퍼 라이트 관점의 오류와 무한대로 넓어진 선교 범위의 문제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은 케이프타운 대회의 신학위원장 역할을 담당했던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에게서도 일부분 나타는데, 그는 "하나님의 선교는 그분의 창조세계 전체에서 악한 모든 것을 완전히 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선교 역시 성경 전체가 우리에게 주는 복음만큼 그 범위가 포괄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물론 "하나님의 창조세계 전체에서 악한 모든 것을 완전히 멸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악한 모든 것을 다 멸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서 악한 모든 것을 멸하는 것을 선교의 목표로 삼는 순간 선교는 너무 많은 과제를 포함하면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게 될 수 있다. 선교는 무엇 하나 제대로 성취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말은 매우 그럴듯하고 아주 설득력이 있지만 실제적으로 얻는 것은 거의 없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4. 예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뜻 

신학의 토대가 되어야 할 성경은 과연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요한복음 6장 39-40절에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주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 내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보고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는 이것이니 마지막 날에 이를 다시 살리리라 하시니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에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하나님의 뜻이 두 번이나 나타나는데, 39절에서는 하나님이 주신 자를 잃어버리지 않고 다시 살리는 것 즉 영혼구원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씀하고 있으며, 40절에서는 아들을 믿고 영생을 얻는 것 즉 영혼구원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요한복음이 분명하게 말씀하는 하나님의 뜻은 구령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5. 출애굽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 

또한 출애굽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도 해방신학이나 에큐메니칼 신학에서 강조되는 정치적 해방과 복지에 있기보다는 1) 이스라엘, 애굽, 온 천하가 하나님을 알게 되는 것, 2)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섬기도록 하는 것, 3) 앞의 사항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언약 백성을 형성하는 것 등에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하나님의 뜻은 아브라함을 통해서 땅의 모든 족속이 복을 얻게 하는데 있었고(창 12:3 하), 출애굽 사건 이후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심으로 이 뜻을 이루어 가셨다. 즉 출애굽은 단순한 정치 해방의 사건이기 보다는 하나님의 구원사 속에서 이루어진 사건이며, 하나님의 뜻을 잘 드러내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하나님을 온 천하에 알리고, 하나님을 예배하게 하고, 하나님의 복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로잔이 하나님의 선교라는 용어를 말할 때 이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에 맞는 선교를 수행하는데 중요할 것이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 『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 『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