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세운 첫 대통령 이승만 박사를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연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일 개봉 당시, 스크린 167개, 일일 관객 5,400여 명에 불과했던 영화가 어느새 누적 관람객 수 60만 명을 돌파해 역대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 흥행 4위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영화 시장에서 다큐멘터리, 그것도 정치인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유료 관람객 10만 명을 넘기기가 힘들다는 건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마나 그동안 극장에서 상영된 정치 다큐멘터리 영화도 거의 진보 좌파 진영의 인물을 다룬 작품이란 점에서 보수적 시각에서 다룬 '건국전쟁'의 흥행 돌풍은 그야말로 예상 밖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건국전쟁'이 이런 열기를 몰고 오게 된 건 개봉 직후인 지난 설 연휴 기간에 유명인사들이 SNS와 유튜브 등에 올린 관람평과 영상이 큰 작용을 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가수 나얼 씨의 경우, 영화 관람 후 인증 샷과 영화 포스터 등을 개인 SNS에 올렸는데 그러자마자 친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무수한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수 천 명이 '좋아요'를 누르는 등 도리어 많은 사람의 관심을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 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이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수진영의 응원 열기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한국교회 주요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의 단체 관람도 흥행 열기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6일 부산 세계로 교회 성도 1200명이 단체 관람을 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 교회에서 목회자와 성도들의 단체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 13일부터 나흘간 여의도 CGV 상영관에서 3,950명의 성도가 영화를 관람했는데 16일엔 이 교회 이영훈 목사와 교역자, 성도 187명이 첫 상영시간에 영화를 '건국전쟁'을 관람했다고 한다. 이 교회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을 다진 이승만 전 대통령 '바로 알기' 차원에서 성도들에게 단체관람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훈 목사는 "그간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역사해석이 이념적 편 나누기로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었다"며 "이 대통령의 역사적 진실이 담긴 '건국전쟁'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나서 영화관을 대관해 성도들과 함께 관람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은 김덕영 감독도 직접 무대에 올라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가 연일 화제에 오르내리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4.19혁명을 촉발한 이승만을 미화함으로써 헌법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진 교수는 지난 1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건국전쟁'을 겨냥해 "반헌법적인 일들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영화감독들이 쓸데없이 이런 영화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역사 수정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극본 연출을 맡은 김덕영 감독은 진 교수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감독은 "'건국전쟁'은 4·19의 헌법정신을 조금도 부정하지 않는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4·19로 인해서 희생된 숭고한 영혼들에 대해서 마음 깊이 안타까운 심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건국전쟁'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실제로 4·19를 촉발시킨 3·15 부정선거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여러 가지 객관적 자료를 통해서 증명했다. '건국전쟁'의 어디에 잘못된 증거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는 또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4.19의 정신은 자유를 위해서 불의에 항거하는 정신이다. 우리는 이승만에 대해 70년 동안 잘못되게 알고 있었고, 이것 또한 불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보수·진보진영간의 첨예한 역사 전쟁이 재게 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박근혜 정부 시절 진보 성향의 시민방송(RTV)이란 곳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묘사해 원색적으로 공격하는 내용의 두 편의 '백년전쟁'을 공개했다. 당시 민주당을 비롯해 진보 좌파 진영이 이 영화를 대대적으로 띄우면서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러나 건국전쟁은 이념을 잣대로 누구를 공격하고 폄하하려는 목적이 아닌 감춰진 역사의 진실을 드러내 밝히고자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평가받을만하다. 

일부에서 이 영화가 이승만이란 인물의 공과를 균형 있게 다루지 못하고 업적만 다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 동안의 문화콘텐트가 모두 그의 과오에만 치우쳐 있었기에 가려지고 일부러 감추었던 공적을 사실 그대로 알렸을 뿐"이란 입장이다. 치우쳐있던 무게중심에 비로소 균형을 맞추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영화 시장은 세계적으로 봐도 거의 진보 좌파 성향의 영화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영화 장르만큼 정치 선동성이 강한 매체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토양에서 보수적 가치관을 내세운 영화가 뿌리내리기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 현실에서 '건국전쟁'의 흥행 돌풍과 이어지는 호평에 놀라움과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놀라운 정도가 아니라 반갑고 감격스럽다. 이를 기점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키고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히 세운 이들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작업이 활발히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