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Photo : 기독일보) 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모세의 생애를 보면 참 특이한 대조법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그렇게 대조되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노예의 자녀였던 그가 여왕의 아들이 되어 40년을 바로 궁정에서 지내며 그 시대 삶 속에서 “나는 모든것을 할 수 있다(I can do everything)”고 호령치며 애굽 사회를 지배하며 살았습니다.

이후 궁정에서 쫓겨나 40년을 광야에서 지내며 양떼를 지키는 자로 전락되면서 그 시대 삶 속에서 그가 깨달았던 것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I can’t do anything)”는 철저한 자기 비움의 시간이 되는 그의 고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나이 80이 되어서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고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구해내는 대과업의 리더로 선택되었습니다. 말에 어눌하고 소극적이었던 그는 그 시대 삶 속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오직 하나님 안에서만이 가능하다. (I can do everything in God)” 라는 고백이 이때 표현됩니다.

김장완 목사님은 모세의 이런 독특한 생애를 비유하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모세는 노예의 자녀였으나 여왕의 아들이었다. 오두막에서 태어났으나 궁중에서 살았다. 궁정에서 교육받았으나 광야에 거했다. 목자의 지팡이를 가졌지만 무한한 능력을 갖췄다. 바로로부터 망명한 자였으나 하늘의 사신이었다. 율법의 증여자였으나 은혜의 선구자였다. 모압에서 홀로 죽었으나 그리스도와 함께 유대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아무도 장사 지내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직접 그를 장사 지내셨다.“ 이처럼 대조법을 사용해서 아주 적절하게 모세의 삶을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바로 이런 극명한 대조를 나타냅니다. 사도 바울 선생님이 고린도 교회에 제기되고 있는 신학적 논쟁을 바로 잡아 주기 위해 고린도 서신을 쓰는 가운데 인사와 감사를 나누고 고린도 교회의 분쟁을 거론한 뒤 바로 이어 십자가 역설의 진리를 이야기합니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고전 1:18)

이 십자가의 능력을 극명한 대조법을 사용해 표현한 대표적인 곡이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 서든 가스펠 작곡자요, 싱어의 대표 주자인 윌리엄 게이터 (William James Gaither 1936- )가 가사를 만들어 곡을 붙여서 1980년 찬송가로 발표하게 된 “십자가 능력있네(The old rugged cross made difference)”라는 곡입니다.

이 찬송은 윌리엄이 감리교 복음 전도자인 죠지 버나드 (George Bernard 1873- 1958) 가 쓴 ”갈보리 산 위에 (The old rugged cross)“ 를 레페런스 삼아서 만든 곡입니다. 그가 곡을 쓰게 된 동기를 “낙담과 실망에 찬 멸망하는 자들이 십자가에서 소망으로 가득 채우는 하나님의 능력을 발견하였기에 나는 그 십자가의 주인공 되시는 주님을 영원히 찬송하겠다는 결의로 가사를 만들어 고백하게 되었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 찬양을 깊이 되새기며 찬양하다 보면 하나님 안에서의 십자가 고통은 저주받은 자가 아니라 축복받은 자라는 사실을 일깨우게 합니다. 그래서 C. S. 루이스 (Clive Staples Lewis, 1898-1963) 는 “고통은 베일을 벗기고 반항하는 영혼의 요새 안에 진실의 깃발을 꽂는다” 라는 역설의 승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사순절이 시작 되었습니다 그리스도 수난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는 그 중심에 십자가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마틴 로이드 존스(Martyn Lloyd-Jones, 1899-1981) 목사님이 십자가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불쾌하게 한 것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1세기에도 사람들은 십자가의 메시지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십자가는 환영받는 것도 아니고 대중에게 인기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모든 사도가 전파한 설교의 핵심이었다는 십자가의 역설을 그의 책 “십자가(The Cross)”에서 이야기합니다.

올해 사순절 시간을 보내며 우리는 십자가 복음의 진리를 깊이 새기며 그 복음으로 인한 진실의 깃발을 꽃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두 내 것이 아닌 하나님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마땅한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십자가가 보여주는 놀라운 대조, 즉 상심과 패배에 얽매인 삶에서 희망과 소망으로 바꾸어준 그 낡고 거친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영원히 찬송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