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이사야 53장 5절)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오늘 글은 오래 전에 한 번 내 보낸 글인데, 이 글이 나간 후에 들어오신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보내드립니다. 이미 읽은 분들은 혜량(惠諒:헤아려 살펴 이해함)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재(Ash)의 수요일입니다. 교회는 일 년에 큰 절기 둘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부활절과 성탄절입니다. 부활절 전 40일은 사순절(四旬節:Lent)이라 하고, 성탄절 전 한 달을 대림절(待臨節:Advent) 혹은 대강절(待降節)이라 합니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 40일(주일은 빼고, 월–토까지)입니다. 그러므로 주일까지 포함하면 약 45일 내지 46일이 되는 셈이지요.

 이 사순절은 항상 수요일에 시작되는데, 이 날을 “재(Ash, 灰)의 수요일” 혹은 “성회(聖灰)수요일”이라 합니다. 회(灰)자는 ‘재회’ 자로, 불이 탄 후 남은 재를 말합니다. 재는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 앞에 참회의 기도를 드릴 때, 머리와 온 몸에 재를 뒤집어쓰고 기도드린 데서 비롯됐습니다.

 따라서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하나님 앞에 죄를 참회 할 때 우리 마음속에 재를 뿌리고 참회하는 의미에서 재의 수요일이라 합니다. 가톨릭교회나 동방정교회(희랍정교회)에서는 재의 수요일에 큰 미사를 드리며 각자 이마에 재로 십자가를 그리고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이 날을 지냅니다.

 필자는 1974년 가을, 미국에 유학생으로 왔습니다. 필자가 공부한 장로교신학교가 가톨릭신학교와 같은 건물, 강의실, 기숙사, 식당, 도서관 등 여러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했습니다.

 봄 학기가 시작된 후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아침, 식당에 갔는데, 신부 후보생, 수녀, 교수 신부들 모두 미간에 새까만 칠을 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한 두 사람이 그랬다면 검정이 묻었나보다 했을 텐데 모두 다 까맣게 묻어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식탁 맞은편에 앉아 식사하던 가톨릭 신학생(신부 후보생)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너희들 왜 모두 미간에 까만 것이 묻어 있느냐고 물었더니, “Today is the Ash Wednesday.” “오늘은 재의 수요일이야.”라고 대답했습니다.

 필자는 그 때 Ash Wednesday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필자가 신학교에 다니던 60년대에는 한국 교회에 재의 수요일 Ash Wednesday도, 사순절 Lent라는 말도 없었습니다. 단 한 번도 그런 용어를 들어 본 일이 없었습니다. 물론 신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했지요. 심지어 교회사 교수님도 언급을 하신 일이 없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도서관에 가서 교회사 사전을 찾아 Ash Wednesday와 Lent를 찾아보고, 착실히 공부를 했습니다. 요즘 교인들은 60년대 목사보다 재의 수요일이나 사순절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으니 참 세월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에는 하루 종일 하나님께 참회하는 날로 보내셔야 합니다. 나의 지난 날 지은 죄를 낱낱이 참회하고, 우리 가족이 지은 죄, 우리 교회가 지은 죄, 우리 민족이 지은 죄, 나아가 인류가 하나님께 지은 죄를 참회하는 하루로 지내야합니다.

 참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의 모든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라고 말하기는 쉽지요.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회개의 기도는 듣지 않으십니다. 그런 형식적인 기도를 들어 주실 리가 만무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구체적인 참회를 원하십니다.

 예를 들어 다윗 왕이 전쟁에 나간 우리야 장군의 아내 밧세바를 강제로 끌고 와서 성폭행했습니다. 임신한 밧세바의 아이가 우리아 장군의 아이인 것처럼 하려다 계획이 실패하자 결국 우리야를 전쟁 최전방에서 죽게 하는 살인죄까지 범했습니다. 음란과 살인죄라는 무서운 범죄를 한 것입니다.

 다윗 왕이 이 죄를 깨닫고 회개의 기도를 이렇게 했다 합시다. “하나님 나는 죄인입니다. 나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하나님께서 이 기도를 들으시고 용서해 주셨을까요? 다윗은 기도하기를 “내가 탄식함으로 피곤하여 밤마다 눈물로 내 침상을 띄우며 내 요를 적시나이다.”(시 6:6) 이것이 참된 회개입니다.

 하나님은 무성의하고 입에 발린 회개의 기도는 결코 듣지 않으십니다. 구체적으로 밧세바를 끌어다 성폭행 한 죄, 임신한 것을 우리야에게 뒤집어씌우려 했던 죄, 그리고 충직한 우리야 장군을 죽인 죄를 구체적으로 낱낱이 회개해야 되지 않을까요?

 오늘 재의 수요일을 맞이하여 진정한 참회의 기도를 드리십시다. 해결할 수 있는 죄는 구체적으로 해결한 후에 회개의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입에 발린 회개 기도는 천만번 드려도 소용이 없고, 구체적으로 회개해야 합니다.

오늘 재의 수요일에 재를 머리에 뒤집어썼다는 심정으로, 오늘 하루를 못하면, 한 끼라도 금식하면서 참회의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