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감사는 놀라운 능력입니다. 감사는 눈뜸입니다. 감사하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고, 이전에 깨닫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됩니다. 깨달음은 열림입니다. 깨닫게 되면 눈이 열립니다. 과거가 새롭게 열립니다. 인생을 보는 시각이 새롭게 열립니다. 감사는 깨달음을 낳습니다. 물론 감사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다 기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감사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감사하면 우리 눈이 밝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감사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되고, 깊은 통찰력을 갖게 됩니다.

   감사하면 우리의 아픈 과거 속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한계 때문에 모든 사건 속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를 다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우리 삶이 무르익게 되면 과거의 고통 속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를 점점 깨닫게 됩니다. 본회퍼는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나의 과거는 깊은 어두움으로, 알 수 없는 수수께끼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떨어진 것과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감사를 통해 우리의 어두운 과거는 밝아집니다. 감사를 통해 수수께끼가 풀리게 됩니다. 아픈 과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감사절을 지내면서 저를 아프게 한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상처, 시련, 역경, 고난, 고통, 상실, 갈등, 유산(miscarriage), 이별, 질병, 배신, 거절, 실패, 실연, 실직, 버림받음, 그리고 나이 듦의 경험은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반응만 잘할 수 있다면 우리를 아프게 한 것들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를 아프게 한 것들 중에 제게 도움이 된 몇 가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저를 아프게 한 열등감 때문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저의 열등감이 저를 분발하게 했습니다. 보통 8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데, 저는 생일이 빨라 7살에 입학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다른 친구들보다 키가 작았습니다. 어릴 적에 저는 납작코에 대한 신체적 열등감이 있었습니다. 또한 집이 가난했습니다. 유치원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대학에 갈 수 없는 가정 형편 때문에 상업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저는 학력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열등감이 저를 평생 학습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했고, 하나님이 제 안에 담아 주신 잠재력을 성실하게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저를 아프게 한 연약함 때문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날마다 연약함과 씨름하며 살아왔습니다. 저혈압에, 늘 추위를 탑니다. 여름에도 내복을 입고 살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 체중이 조금 늘었습니다. 제겐 기적 같은 경험입니다. 연약함은 육체의 가시처럼 저를 찌르곤 했습니다. 건강한 분들이 부러웠습니다. 저는 연약함 때문에 여행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말씀을 전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일이 적지는 않았지만, 비행기를 타는 것이 제게 큰 즐거움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는 비행기 안이 추운 까닭입니다. 하지만 연약함 때문에 더욱 하나님을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연약함 때문에 많은 분의 중보 기도와 사랑을 받았습니다. 연약함 때문에 훌륭한 동역자들을 만났습니다. 연약함 때문에 늘 하나님께 은혜와 지혜와 능력을 구했습니다. 하나님은 제게 연약함을 드러내는 글쓰는 은사를 주셔서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저를 아프게 한 상처 때문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울과 담즙이 섞인 기질을 타고 태어났습니다. 때로 용기가 있고 강하게 보이지만 마음이 여린 사람입니다. 쉽게 낙담하고, 좌절하고, 침체하고, 우울한 감정을 느낍니다. 저는 목회 여정에서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거절과 배신을 경험했습니다. 제가 섬기던 교회에서 쫓겨나듯이 떠나야 했습니다. 큰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아픔을 경험했습니다. 저를 미워하고, 저를 괴롭힌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 상처들이 저를 성숙하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품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상처를 보듬고, 상처와 화해하면서, 상처를 진주로 만드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상처가 상처를 치유하듯이 저의 상처로 많은 분들을 치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넷째, 저를 아프게 한 상실과 이별 때문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이민 목회자가 자주 경험하는 것은 이별의 아픔입니다. 소중한 것을 상실하고, 신뢰했던 사람들과 이별하는 것은 큰 아픔입니다. 저는 이민 목회를 하면서 많은 이별을 경험했습니다. 신뢰했던 사람들이 떠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상실과 이별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상실은 어떤 면에서 비움입니다. 비움이 있음으로 채움을 경험했습니다. 이별 때문에 새로운 만남을 경험했습니다. 이별 때문에 낯선 만남을 경험했습니다. 낯선 만남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우리를 아프게 한 것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를 아프게 한 것 때문에 우리가 더욱 잘 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한 것이 우리를 강하게 만듭니다. 우리를 아프게 한 것들 속에 하나님의 감추인 선물이 있습니다. 그 선물을 깨닫고 범사에 감사하는 은혜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