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는 봄에 뿌린다는 상식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모든 씨들은 겨울에 뿌려진 것이다. 사람에 의해서 뿌려지는 씨는 분명히 봄에 뿌려진다. 그러나 가지에 매달려 있던 씨는 늦가을 비바람에 떨어져 차가운 대지위에 뒹굴다가 낙엽에 쌓이고 쌓여 모진 북풍한설을 온 몸으로 견딘후 봄눈 녹이는 따사로운 기운에 움이 튼다. 인위적으로는 따뜻한 봄에 씨가 뿌려지지만 원래 씨는 겨울에 뿌려진다. 제대로 흙 속에 심겨지는 것도 아니다. 많은 경우 야생 동물의 먹이가 되고 그리고 배설 되어 생각지도 못한 생소한 땅에 버려진다.

인생도 다를바가 없다. 싹이 나오기 좋은 때와 환경조건에 파종되는 것과 같은 인생이 얼마나 될까? 아마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을 지도 모른다. 아니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던져진 것이다. 자신의 계획에 의해태어나고 자신의 계획대로 인생이 진행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사람이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인도하는 것은 하나님이시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정금같이 나오리라’(욥23:10) 성공한 사람 중에 유복한 처지보다는 불우했던 경우가 많은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씨가 가진 생리적 특징이 있다. 씨는 일정 수준 이하의 차거운 온도에서 일정기간 경과하지 않으면 발아하지 않는다. 계속 따뜻한 온도에 보관했던 씨는 발아하지 않는다. 차거운 시간을 보낸 씨앗만이 싹이 나온다. 농부는 추수 때에 가장 먼저 건실한 열매를 선별해서 다음 해 농사를 위한 씨앗으로 보관한다. 씨앗 보관 창고는 늦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그 다음 해 봄까지 계절의 온도를 그대로 경험하게 한다. 씨앗은 아무 감각도 움직임도 없는것같지만 계절을 익히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가 봄이 되자마자 어김없이 싹을 튀운다. 실수해서 방안에 두었던 씨앗은 신기하게도 싹이 나지 않는다. 씨는 방안에 있는 동안 겨울이 지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봄이 되어도 아직 가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섭리는 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조건에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확률보다 열악한 조건에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확률이 높다. 좋은 조건의 사람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할 준비가 안 된 사람이다. 그러나 열악한 조건의 사람은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저력이 생긴 것이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은 좋은 조건의 사람이 감히 알 수 없는 저력과 노하우를 익힌 사람이다. 사랑하시는 자마다 징계(연단) 하신다고 말씀하셨다.(히12:5-13) 혹독한 연단을 허락하시는 이유가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연단없는 성공, 승리, 축복은 없다.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명품 바이올린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쳐준다.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은 기술적인 요인외에 근본적인 요인있다. 재료에 있다. 나무가 어떤 나무냐이다. 신비의 소리의 원천이 나무가빙하기에 자란 나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이다. 겨울에는 나무가 성장을 거의 멈추고 나목으로 버티면서 새 봄을 준비하는 휴면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나무가 겨울에도 자란다는 점이다.여름처럼 활발한 성장은 아니지만 겨울에도 모진 추위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성장이 있다. 무시할 정도의 작은 성장이지만 의미심장한 성숙의 고통이 나무를 강하게 하는 것이다.

나이테가 넓은 것은 여름에 자란 흔적이고 나이테 간격이 좁은 것은 겨울에 자란것이다. 나이테 간격이 좁다는것은 성장 환경이 녹녹치 않았다는 증거이다. 살을 에는 추위와 눈보라를 나무는 나목으로 견딘다.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신비한 소리의 원동력은 거의 자랄 수 없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홀로 버티면서 참아낸 인고의 시간을 내면적으로 승화 시킨 나무의 생존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신비한 소리의 정체가 혹독한 추위를 버티면서내면으로 승화 시킨 고통이 내는 선율의 진동인 것처럼, 보람있고 가치있는 성취의 이면에는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만이 표출할 수 있는 인격적 신앙적 향취와 독창적 색깔이 있다.

아름다운 선율의 비밀이 감히 견딜 수 없는 고통에서 비롯된 것이 바이올린뿐이겠는가? 인생은 예외없이 혹독한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추위가 혹독할 수록 성장은 더뎌지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내면의 성숙의 시간이 된다. 상처 뒤에 남은 흉터의 흔적이 흉할수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아롱지게 된다. 하나님은 때때로 추운 들판을 홀로 걷게 할 때가 있다. 안락하고 편안한 상황에서 만날 수 없었던 주님을 거기서 만나게 된다.삭풍이 부는 들판에 홀로있게 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된다. 십자가 고통 가운데서 부르짖는 주님의 기도와 눈물이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의 눈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