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아신대학교 목회연구소(소장 신성욱 교수)가 9일 경기도 하남시 소재 하남교회(담임 방성일 목사)에서 ‘나는 이렇게 설교한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최병락 강남중앙침례교회 목사와 한재욱 강남비전교회 목사가 강연했다. 세미나에는 설교준비를 고민하는 목회자들이 주로 참석했다.

최병락 목사는 “설교자는 나의 부족함을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이 부족한 나임에도 하나님의 대언자로 부르셨다는 소명감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은 나의 부족함에도 반드시 나를 쓰시기 때문”이라며 “이런 소명감이 설교 준비에 앞서 설교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좋은 설교준비를 논하기에 앞서 목사의 몸 만들기가 논의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첫째, 설교자는 독서습관을 갖춰야 한다. 바빠서 책을 못 읽는 것이 아닌, 습관이 안 들여져서 책을 안 읽는 것”이라며 “정보 습득을 위한 책 읽기보다 읽는 책들이 내 존재 안에 쌓이면 언어와 사고 등 외연 확장에 도움을 준다. 가령 슬픔에 관한 책을 읽으면, 다윗의 부르짖음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진다”고 했다.

그는 “둘째, 설교자는 매일 1시간 성경 읽기와 기도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래야 설교 준비를 하면서 성경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며 “셋째, 글쓰기 훈련을 해야 한다. 자신의 묵상을 설교문으로 완전히 구현하지 못하면, 자신의 설교를 점검할 수 없다”고 했다.

최 목사는 “김훈 작가는 ‘칼의 노래’에서 쓰인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에서 조사 ‘은’과 ‘이’를 두고 3개월간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두 조사의 차이를 알고 치열하게 고민한 것”이라며 “그의 글에는 부사와 형용사가 거의 없고, 주어와 동사만 있다. 그러나 이런 문장만으로 현상을 정확히 꿰뚫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이것이 진정한 글”이라고 했다.

또한 “설교자는 목회적 감수성으로 사물을 관조하는 훈련도 해야 한다. 온 세상이 하나님의 이야기로 가득한 하나의 예화집”이라며 “다윗은 광야 인생에서 예화를 건져냈다. 그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시편 8편에서 별을 지으신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미물에 불과한 자신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자비를 묵상했다”고 했다.

최 목사는 “언제는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에서 제 옆자리에 앉았던 한 아저씨는 탑승부터 하차 내내 잠을 잤다. 그분은 스튜어디스가 자신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줄도 모르고 졸았다. 이를 통해 하나님은 우리가 잠든 시간에도 우리를 위해 일하신다는 묵상이 떠올랐다”며 “이처럼 나를 둘러싼 세상을 설교적으로 관조하는 습관을 들일 때 성경 묵상이 깊어지고, 설교의 파급력도 강해진다”고 했다.

그는 1주일 동안 자신이 어떻게 설교준비를 하는지도 소개했다. 이어 “주일설교를 위해 1주일 설교준비 시간표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며 “월요일은 주일설교 준비와 상관이 없는 독서시간이다. 양수리 카페에서 ‘물멍’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머리를 쉬게 하면서 책을 읽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요일 오전부터 성령의 임재를 구하며 본격적인 설교준비를 해야 한다. 보통 이날 하루 만에 8장 분량의 설교 원고를 완성한다.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고 좋은 설교가 나오지 않는다. 짦은 시간 집중력 있게 준비할 때 좋은 설교가 나온다”며 “또 완성된 설교문을 토요일 밤까지 5장 분량으로 줄인다. 설교의 분량을 줄여가며 핵심을 전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원고는 적게 쓰고 늘려 나가는 방식보다, 많이 쓰고 줄이는 방식이 좋다”고 했다.

최병락 목사 ©노형구 기자
(Photo : 최병락 목사 ©노형구 기자)

최병락 목사는 최상의 컨디션에서 설교문을 집중력 있게 작성하려면, 자신만의 황금 시간을 고수하고 뉴스 검색·SNS 등 다른 일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는 장소와 습관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안정된 설교 루틴을 위해 강해설교도 좋다”며 “성도 자신도 돌아오는 주일 본문을 예상할 수 있고, 목회자가 자신의 상황을 알고 표적 설교를 한다고 오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 목사는 자신이 전한 강해설교의 일부 내용을 전했다. 그는 “전도서 강해를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전도서엔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 등 허무주의적 입장에서 강해할 오류에 빠질 수 있다”며 “그러나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말은 해 위의 영원한 세상을 바라보라는 역설”이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곧 사라질 해 아래의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예수를 바라며 해 위의 찬란한 세상을 소망하자는 이야기”라며 “그러면 해 아래의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내 눈앞에 보이는 만물과 존재가 유한하다며 허무주의에 빠지자는 얘기가 아니”라고 했다.

최 목사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내 자녀와 배우자는 언젠가 사라질 수 있는 존재들이기에, 유한한 시간 속에서 이들을 마주하는 매 순간 뜨겁게 사랑하고, 이들의 존재로 감사하자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랑과 감사가 허무한 세상 속에서 해 위의 영원의 시간을 살아내는 비결이다. 이것이 전도서 12장에서 ‘창조주를 기억하라’는 핵심 주제로 이어져, 유한의 세계에서 영원의 세계를 살아내도록 성도들을 독려하는 설교방식”이라고 했다.

다만 “강해설교만 고수하지 않는다. 가령 올해 교회 표어에 따라 사도행전에서 바울, 베드로 등 주요 사도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을 조명하도록 설교했었다. 이를 통해 맛디아 등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성경 인물을 조명하면서, 식당 봉사 등 교회를 묵묵히 섬기는 권사 집사들을 세우는 교회가 되자고 강조했다”고 했다.

최병락 목사는 ▲본문의 장르를 염두에 두고 이를 설교문에 차용하라 ▲헬라어 히브리어 해석에 빠져, 성경이 말하려는 일차적 의미를 상실하는 설교가 돼선 안 된다 ▲동기부여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설교자의 설교를 듣기 ▲설교 직전 예수님을 상상하며 주님의 도구가 돼서 설교한다고 생각하기 등 여러 조언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