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회 미사에서 행해지는 많은 의식과 달리 개신교의 예배는 비교적 간단하게 진행된다. 특히 개신교의 전통은 ‘안보이는 떡’(Invisible Bread)이라고 해서 하나님 말씀을 많이 강조한다.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 로마서 10장 17절의 말씀을 강조하면서, 종교개혁가들의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주창한다. 오늘의 이민교회의 예배는 점점 단순화되는 추세이고, 오직 말씀만을 붙들고 믿음으로 생존했던 초대교회의 영성을 따라가고자 노력하고 몸부림친다. 교회에 예배와 소그룹 모임이 전부라는 씨드교회. 씨가 심기면 자라나 나무가 되듯이 하나님께서 전세계 디아스포라들에게 둔 비전이 심겨져서 복음의 씨앗이 자라나기를 고대한다. 권혁빈 목사를 만나봤다.

-교회의 방향이 미셔널 처치(선교적 교회)를 향해 가고 있다고 들었다. 교회 사역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한다.

늘 마음 속에 있었던 것인데 디아스포라 시대에 선교적인 마음을 품지 않는 교회가 없는 것 같다. 교회는 선교해야 한다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가 미셔널이라는 것이다. 사실 교회가 이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 선교적 교회라는 의의를 성도들에게 스며들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교적 교회가 단지 지역사회를 섬기고 아웃리치를 가고 하는 관점이 아니라, 성도들 한사람 한사람이 선교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 교회적 환경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제 곧 있으면 교회 창립 5주년을 맞는데 중간에 팬데믹 2년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선교적 의미를 더 생각하게 되었다. 성도들이 교회 중심이 아니라 일상을 중심으로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모이는 것만 아니고 일상의 삶에서 어떻게 선교적 삶을 살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한 것이다. 팬데믹 자체가 방해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교회 이름이‘씨드교회’이다. 이름이 주는 의미가 있다면.

원래 처음에는 ‘흩어진 씨앗’으로 지으려고 했다. ‘씨드’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디아스포라이다. 왜냐면 디아스포라라는 존재가 선교적이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디아스포라의 의미는 세상 속에서 흩어진 씨앗이라 할수 있다. 복음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선교적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씨드교회
(Photo : 씨드교회) 씨드교회의 한 행사 모습

목회의 핵심 가치로 삼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말씀과 기도, 둘째는 사랑의 공동체, 셋째는 다이스포라 선교이다. 사실 선교적 교회라고 했을 때 교회와 성도들이 어떻게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먼저 말씀의 기초가 있어야 하고 교회라는 사랑의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이는 단지 모이는 교회가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세상에서의 교회, 사랑의 공동체를 포함하고 있다.

저희 교회에서 생각하고 있는 목회철학은 첫째로 심플해야 하고 둘째로 유기적, 셋째로 미셔널이다.

단순한 교회

교회가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서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어떻게 생각했냐면 불필요한 것을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교회가 본질을 향해서 더 다이내믹 하고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저희 교회는 정말 단순하다. 예배와 소그룹이 전부이다. 그래서 다른 프로그램이 없다. 소그룹에 교인 95% 이상이 참여한다. 예배도 되게 단순하다. 저희 교회는 없는 게 많다. 예배에 대표기도가 없고 성가대도 없고 헌금시간도 따로 없다. 심지어 주기도문, 시편 낭독도 없을 정도이다. 예배 본질은 순서보다도 하나님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배를 단순화시킨 만큼 찬양, 기도, 말씀에 대한 집중력은 훨씬 높아졌다.

또 교회에 임직제도가 없다. 장로, 집사, 권사가 없다. 선교적 교회라고 했을 때 교회의 축이 교회 안이 아니라 교회 밖에 있어야 한다. 교회에 임직 제도가 가지는 장점들이 많지만, 그것이 자칫하면 신앙의 에너지를 교회 안으로만 집중시킬 수 있음도 사실이다. 크리스천은 세상 속에서 선교사다. 그곳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선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임직은 중요할 수 있지만 신앙의 본질은 아니다.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없애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우리 교회 소그룹에는 종류가 있다. 믿지 않는 사람과 구성된 그룹이 17개가 있다. 독서클럽, 골프 클럽,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돕는 소그룹, 환경을 위한 리사이클 소그룹, 자전거 소그룹도 있다. 그곳에 믿지 않는 사람들을 초대한다. 이를 통해서 믿지 않는 사람들이 신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소그룹이 사회적 접촉점이 되고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되어서 교회 문턱을 낮추는 것이 된다. 그 밖에 초신자들이 기본적인 신앙을 배우는 소그룹, 부부나 자녀들을 위한 소그룹, 세상에서 크리스천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소그룹 등 소그룹이 80여 개가 있다.

- 소그룹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리더십 트레이닝이 중요할 것 같다. 성도들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리더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강의 및 훈련을 하고 있다. 리더들끼리 갖는 모임이 있고, 커리큘럼을 갖고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교육도 본질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다.

유기적인(organic) 교회

교회가 비제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유기적인 교회다. 아까 저희 교회에 임직이 없다고 했는데, 교회 안에서의 직분의 계층이 없으므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나 새로운 사람들이 왔을 때 장벽이 없다고 느낀다.

씨드교회
(Photo : 씨드교회) 믿지 않는 가정들과 공원에서 함께하는 소그룹

교회에 의사결정하는 팀이 필요하다. 우리는 3년씩 돌아가면서 한다. 목회 지원팀과 이사회가 있다. 저희는 이사회를 이삿짐센터라고 한다. 부동산 문제, 법적인 문제를 돌본다. 3년마다 인원을 교체하기에 폭넓은 교인과의 소통이 이뤄진다. 특정한 소수의 교회가 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는 자발적이어야 한다. 자발적이라는 의미는, 교회에 프로그램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성도들이 무엇을 억지로 해야 한다거나 예배와 소그룹 외에 꼭 해야 하는 것이 없다.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교인들이 자신의 영성을 자신이 책임진다는 자세로 가지게 하려고 노력한다. 자녀의 신앙 교육은 부모가 책임지는 것이다. 교회는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이다.

세 번째는 참여적인데, 실제로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은 내 영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배시간에 대표기도가 없어서 설교가 끝나면 모두가 같이 기도한다. 기도는 예배 있어서 본질이지만 대표기도라는 형식 자체를 본질이 아니다. 모두가 기도에 참여하는 것은 훨씬 유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성가대를 따로 두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찬양하니 모두가 다 성가대가 되는 것이다.

저희 교회는 예배를 마치고 하는 멘트가 있다. ‘세상에서의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라고 한다. 또 다른 차원의 예배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소그룹을 할 때 두가지를 나눈다. ‘지난주 말씀을 내 삶에서 어떻게 살아냈는가’ 그리고 ‘이번주 말씀을 내 삶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나눈다. 말씀을 내 삶에 문지르게 함으로 선교적 삶이 되게하는 것이다. 그 교회 갔더니 목사가 설교를 잘하다보다 성도들이 말씀을 실제로 살아낸다는 것이 훨씬 본질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교적인 교회

성도들이 영적으로 변화되는 데 있어서 양육의 핵심은 리더들이 선교적인 삶, 말씀을 보여주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보지 않고는 따라오지 않듯이 말이다. 그리고나서 내가 직접 말씀을 따라 살아보는 것이다. 실천하는 것이 영적인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 실천들을 매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교회에 모이는 것만 아니라, 어떻게 흩어질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새벽예배를 토요일에만 한다. 대신 매일 보내는 ‘기도의 씨앗’이라는 컨텐츠가 있다. 일상에서의 신앙을 더 연습하는 것이다.

초대교회는 복음을 전한 것이 아니라, 복음을 살아내었다. 로마치하에서 기독교 공동체가 발각되지 않아야 했다. 또한 누군가 예수를 믿는다고 해도 3년 이상 그들의 삶이 검증된 이후에 크리스천 공동체에 들어올 수 있었다.

우리는 교인이 등록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중 하나는 좋은 시민이 되어 달라는 것이다. 저는 그게 매우 영적이고 선교적이라고 생각한다. 한번은 뉴스기사 보는데 아웃도어 기업인 ‘파타고니아’가 환경을 위해서 수익 1%를 사회를 위해 쓰고 있다고 했다. 사장이 크리스천일 것이라고 보고 알아봤는데 불교도였다. 크리스천이 경영하는 곳에서도 이런 기업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씨드교회 또한 헌금의 1%를 환경 문제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회에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도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도덕이나 법을 먼저 크리스천들이 지켜야 한다.

성도들이 성령의 도우심을 구해야 하고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성령님께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말씀을 단지 듣는 게 아니라 씹어 먹어야 하고 그 영양분이 몸 안에 골고루 퍼져야 한다.

성도들이 개척교회에서의 불편함이 있지만, 목회 철학을 나누면 이게 제가 꿈꿔왔던 교회다라고 한다. 많은 이민교회들이 이런 교회를 시도하고 있다. 저는 여기에 교회의 소망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씨드교회는 하나님께서 이끌어가신다는 확신이 있다. 씨드교회는 성도님들이 훌륭한 교회이다. 성도님들이 삶을 살아내지 않으면 교회가 설 수 없는 것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선교적 가치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핵심적인 선교 자원이라고 믿는다. 전세계 유대인들이 120개국, 중국인들은 150여개국, 그런데 한국인들은 181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가는 곳마다 교회를 세운다. 한국의 역사를 보면 기독교 부흥과 이민의 역사가 맞물려있다. 디아스포라들은 선교에 최적화되어 있는 존재다. 사도행전에 보면 바울이 유대인 회당에서 자기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 복음을 들은 디아스포라들이 복음의 매개체가 된다. 디아스포라 선교가 하나님께서 흩어진 한인들에게 두신 뜻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족 170만 명이 있는데 이중에 80만명이 한국에서 살고 있다. 왜 중국의 조선족들을 한국에 보내셨을까. 중국에서는 제대로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 한국에 탈북민 교회만 60여개가 있다. 조선족은 중국선교를 위해, 탈북민들은 북한 선교를 위해 제대로 믿을 수 없는 곳을 떠나 한국에 두신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들을 위해 디아스포라가 선교적 존재다라는 것을 깨우는 선교사역을 금년부터 시작했다. 각 나라의 한인들에게 디아스포라의 선교적 정체성과 비전을 나눌 계획이다. 디아스포라 선교가 이 시대의 선교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리에서 말씀대로 살아내지 못하면 선교의 진정성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