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연합이 중국에 억류된 것으로 추정되는 2,600여 북한 이탈주민(탈북민)의 강제북송 저지를 위해 정부와 종교계의 공동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탈북민 강제북송 저지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 종교계가 힘을 모아 총력 대응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 

코로나19로 봉쇄됐던 북·중 국경이 개방되면서 중국 내 2,600여 탈북민들은 당장 강제 북송될 위기에 놓였다.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게 될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한 노릇이다. 이런 현실에서 탈북민을 사지에 몰아넣는 일만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는 게 한교연의 판단이다. 

정부는 현재 중국 내에 억류된 탈북민의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일부 김영호 장관은 지난달 16일 탈북민의 구금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하고, 한국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모든 탈북민을 전원 수용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중국이 탈북민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외교력에만 기대긴 어렵다. 

탈북민의 대규모 강제북송이 임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가진 정보를 사회 각계, 특히 종교계와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힘이 공식적으로 닿지 못하는 영역을 종교계가 감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 당국은 코로나19로 굳게 닫았던 국경을 열고 해외 체류 주민의 귀국을 승인했다.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3년여 만에 베이징공항에 착륙해 해외에 장기간 체류하던 외교관과 유학생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북한은 먼저 1만여 명의 해외인력을 귀국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송환 절차가 끝나면 그다음은 억류된 2600여 명의 탈북민 차례가 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일각에선 다음 차례가 아니라 해외인력 송환과 탈북민 강제북송이 동시에 진행될 거란 주장도 제기되는 형편이다. 

미국의소리방송(VOA)은 최근 미국 북한 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 수잔 숄티 대표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보내온 긴급 메일을 공개했다. 숄티 대표는 메일에서 "8월 29일 난민을 태운 두 대의 버스가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를 잇는 다리를 건넜다"며 "탈북민 90∼100명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VOA는 믿을 만한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그 버스가 탈북민을 태운 건 맞지만 이들이 중국 내에 억류 중인 일반 탈북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주로 북한이 중국에 파견했던 정보기술(IT) 관련 인력으로 코로나 기간에 해외로 탈출하려다 체포된 청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중요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해 이들에 대한 북송을 서둘렀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를 종합해 볼 때 중국이 억류 중인 2,600여 탈북민에 대한 강제송환을 개시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 현재로선 북한이 해외에 장기 체류하던 파견직 인력 송환에 집중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송환이 끝나면 다음으로 탈북민 강제송환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탈북민 강제북송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한층 고조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된 IPAC 정상회의에선 28개 회원국이 자국에서 효력을 가지는 공동선언문 이행결의안에 탈북민 강제북송 저지를 공식 결의했다. IPAC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유 진영 28개국, 240여 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의회 연합체로 탈북난민 강제송환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런 와중에 민주당 의원들이 주한중국대사와 모처에서 비공식적으로 회동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최근 중국이 자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 데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다는 데 적절성을 둘러싸고 뒷말이 많다. 만약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대사에게 탈북민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협조를 요청했더라면 인권을 우선하는 정당답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정부가 탈북민 문제를 비롯한 대북 인권 문제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건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7년째 정당한 이유 없이 회피하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중국 단체관광 재개도 중요하지만, 경중을 따지자면 대북 인권 문제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심각한 사안이 아닌가. 

대북 인권단체들은 닫혔던 북·중 국경이 개방된 후 거의 매주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강제송환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의 반응은 묵묵부답이다. 그렇다고 잠자코만 있을 수는 없다. 

지금 수천 명의 탈북민이 생사의 기로에 있다. 정부뿐 아니라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나서 중국에 국제인권 규범에 정한 강제송환 금지원칙에 따라 의사에 반하여 북송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을 구하는데 여야 진영논리가 개입할 여지가 어디 있나. 모두가 저들을 사지에서 구해내는 데 힘을 합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