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서고고학 발굴단이 이스라엘에서 B.C 10세기 남유다 왕국의 첫 번째 왕 르호보암 시대의 석조 성벽을 발굴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이스라엘 관광청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텔 라기스(Tel Lachish) 남쪽 경사로이며, 예루살렘 남서쪽 41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사막 기후로 물이 귀한 이스라엘의 특성상, 물이 있는 곳에 조성된 도시의 경우 전쟁으로 파괴되면 이전 도시를 흙으로 덮고 그 위에 또 다른 도시를 조성했다. 이처럼 역사의 흔적이 층층이 남아 있는 독특한 지층들을 '텔'이라 부른다.

라기스는 여호수아가 점령했던 도시국가 중 하나로, 구약 성서에 24번이나(여호수아 10장, 역대하 11장, 열왕기하 18장 등) 언급된 중요한 도시이며, 예루살렘 침공 루트의 초입에 위치하여 많은 전투를 겪으면서 시대별 유적들이 고스란히 담긴 지층들이 쌓였다.

초기 청동기 시대부터 바벨론, 페르시아, 헬라시대에 이르는 텔 라기스의 지층들에는 주전 3천년대부터 주전 2세기 헬라시대(1지층)까지 유물들이 묻혀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인 발굴이 이뤄져 왔다. 한국 발굴단은 다섯 번째 지층인 주전 10세기 부분의 발굴에 참여해 왔으며,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북쪽의 르호보암 성벽을 발견한 바 있다. 

한국 발굴단은 북쪽 르호보암 성벽의 첫 발견을 바탕으로, 남쪽에도 성벽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지난 7월 2일부터 8월 3일까지 약 한 달간 발굴 작업에 임했다.

금번 '제 7차 텔 라기스 발굴'은 성서고고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요셉 가르핀켈(Yosef Garfinkel) 히브리대 고고학과 교수와 서울장신대 성서고고학연구소 강후구 교수(한국 성서 고고학 발굴단)의 감독 하에 지역을 나눠 진행됐다. 특히 이번에 한국 고고학 발굴단은 한국인 최초로 이스라엘 문화재청(Israel Antiquities Authority)에 정식 발굴 허가권(허가번호 G57)을 받아 참여했다.

히브리대의 감독 하에 작업이 진행된 북쪽 지역에서는 기존 발굴을 뒷받침하는 유물들이 드러나, 르호보암 시대에 라기스가 계획적으로 건설된 중요 도시였다는 기존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다. 

한국발굴단에 의해 발견된 남쪽 르호보암 시대 석조 성벽
▲제7차 텔 라기스 발굴 지역 항공사진. BC는 히브리대, DD와 EE는 한국이 맡았으며 EE에서 남쪽 성벽이 발견됨. ⓒ이스라엘 관광청

한국 발굴단에 의해 진행된 남쪽 지역의 발굴 작업에서 기존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르호보암 시대의 석조 성벽이 발견됐다. 

너비 4.5m에 달하는 이 성벽은 기존 발견된 북쪽 성벽보다 1m 더 두꺼워 국방 강화를 위해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안쪽에 2단에서 4단까지 건축된 돌들과 르호보암 시대의 전형적인 형태를 지닌 토기들이 함께 발견됐다. 이번 남쪽 성벽의 발견은 라기스 성읍이 남유다 왕국에서 예루살렘 다음으로 중요한 도시였다는 사실과 함께, 르호보암 시대에 이미 7.5 헥타르에 이르는 큰 성읍이었고 성벽에 둘러싸인 요새화된 도시였음을 시사한다.

이스라엘 관광청 조유나 소장은 "한국 성서고고학 발굴단에 의해 르호보암 시대의 북쪽 성벽이 발견됨에 이어, 남쪽 성벽까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한국교회들이 성지순례 및 여행뿐 아니라, 성경의 역사를 입증해 나가는 고고학적 발굴 자원봉사를 통해서도 이스라엘의 다양한 매력들을 발견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내 고고학 발굴은 학술 발굴과 구제 발굴로 나뉜다. 학술 발굴은 주로 학자들이 주도하며, 매년 여름 한철에 국한돼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진행된다. 구제 발굴은 각종 도로 건설이나 건축, 산업단지 조성 시 유물이나 터가 발견될 때 이스라엘 문화재청이 직접 진행하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발굴 유물은 모두 이스라엘 고고학 당국이 관리하지만, 이번 학술 발굴의 경우 당국의 정식 발굴허가권을 받아 진행된 만큼 발굴 성과에 대한 연구 권한을 한국 발굴단도 가진다.

한국 성서고고학 발굴단을 감독한 강후구 교수는 히브리대 고고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지속적인 발굴 작업을 통해 남유다 왕국의 거점도시였던 라기스의 실체를 고고학적으로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