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성공, 예외 사례여선 안 돼
우리 주변 일상의 일로 뿌리내려야
자연스레 '먼저 온 통일' 경험해야
통일부에서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 개원 24주년을 맞아 '프레스 데이' 공개 행사 및 권영세 장관 내외신 간담회를 10일 안성 하나원에서 개최했다.
통일부는 직업교육관·하나의원 등 하나원 내부 시설을 대대적으로 공개했으며, 이날 탈북민 인터뷰까지 진행하게 했다. 언론 보도를 전제로 탈북민까지 취재하도록 한 건 2009년 이후 14년 만이라고 한다.
국내 입국 탈북민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소,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2013년 1,514명에 달하던 입국자는 2018년 1,137명, 2019년 1,047명으로 서서히, 2020년 229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2021년 63명까지 줄어든 국내 입국 탈북민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67명으로 반등했으며, 2023년 3월까지 34명이 입국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에 따르면 권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지원부' 지적에 대해 "북한이 전혀 변화할 생각을 안 하는 상황에서 통일부의 대북 정책에 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난 1년의 상황을 고려한 말씀이라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지난 1년간 보셨을 때, 북한이 지난해 30여 차례 미사일 도발만 하고 심지어 최근에는 통신선까지 끊지 않았느냐"고 밝혔다.
권 장관은 "통일부가 지나치게 지원 중심이며 유화적·굴종적으로 대화한다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모습은 지양돼야 북한과 대화가 될 수 있다"며 "국민들이 새로운 정부를 투표로 선택했을 때는 통일과 대북 정책 면에서도 새로운 정부에 요구하는 부분이 있는 것 아니겠나. 그 가치에 안 맞는 부분은 과감하게 고쳤다"고 자평했다.
그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동해 어부 강제 북송 사건, 북한인권 보고서 공개 발간, 대북 전단 처벌 반대 등 취임 후 새 정부가 표방하는 가치에 맞지 않는 부분을 과감히 고쳤다"며 "이번 정부와 안 맞는 부분에 대해 노력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국민들과 대통령에게 그런 인식이 남았다면 저희가 부족했고 반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자간담회 모습. ⓒ통일부 |
탈북민들에 대해선 "하나원에서 탈북민들과 식사하며 의견을 청취했는데, 탈북민에 대한 우리 시선이 좀 더 개방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탈북민을 이방인이 아니라, 북한이 고향인 이웃으로 배려하는 포용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럴 때 비로소 탈북민의 성공 스토리가 예외적인 사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일로 뿌리내리고, 이 과정에서 국민도 자연스럽게 이해와 공감, 연대와 통합의 가치를 체감하며 '먼저 온 통일'을 경험해야 한다"고 했다.
권영세 장관은 "코로나19 방역 완화 등으로 탈북민 수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통제 등으로 향후 추이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의 탈북민 북송 수치가 드러나지 않아 북송 인원을 유추하기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중국 내 공관을 포함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권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부 활동 감소를 건강문제와 연결하는 시각에 대해 "순환기 계통 가족력이 있고, 신장 170cm에 체중 140kg, 담배와 음주 등으로 건강이 좋을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일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는 게 현재까지의 평가"라고 했다.
북한 식량 사정에 대해선 "지도부가 식량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임을 예상하고 중국 등에서 수입 노력을 해 좀 진정됐지만,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며 "식량 공급을 통제 방식으로 하다 보니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발생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다만 급등하던 식량 가격은 쌀 등 곡물 수입으로 안정화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