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 미국 변호사
정소영 미국 변호사

중국 공산당의 구호인 'Follow the Party! (당을 따르라!)'를 본 칼럼의 제목으로 삼은 것에 대해 약간의 사전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지난 4월 15일에 있었던 21대 총선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이 있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그 주장에 동조하며 블랙시위를 통해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다. 4.15 총선에 중국 공산당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Follow the Party'라는 해커의 지문을 발견했다고 주장하자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現 국민의 힘)의 하태경 의원이 그것은 음모론이고 조작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치면서 이 문구가 유명세를 타게 됐다.

필자는 컴퓨터 프로그램, 빅데이터, 통계상의 오류 등을 잘 모른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왜 선거 소송들을 진행하지 않고 재검표를 미루고 있는지,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조용히 있는데 선거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지, 그리고 우리나라 언론은 조용한데 왜 외국의 언론들이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갖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잘 안 되는 입장이다.

'Follow the Party(당을 따르라)'에서 당이란 중국 공산당을 말한다. 영어로는 줄여서 CCP(Chinese Communist Party)라고 부르는데 최근에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CNN 같은 뉴스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지금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영도 하에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육로로 유럽까지 잇는 실크로드와 남중국해를 통해 해상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반면에 코로나 사태에 대한 중국 책임론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기술과 노하우를 중국에서 몰래 빼내어 갔고, 그러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중국의 경제가 자국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미국은 중국에 대해 대대적인 견제에 들어갔다. 또한 중국이 여러 나라의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생각하는지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도 그냥 당하고 있지 않고 미국에 대해 강력하게 보복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바야흐로 신냉전의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입지가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는 학자들과 정치인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을 두고 선택을 해야 한다면, 혹은 극단적으로 가상을 했을 때 이 두 나라가 전쟁을 하려 한다면 '우리는 누구 편에 설 것인가?'하고 말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 편에 선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을 따르겠다는 의미이다. 그야말로 '당을 따르라!'는 그 구호에 호응하여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중국 공산당의 사상에 동조하고, 그 시스템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을 따른다는 의미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지 않고, 전체주의를 따르겠다는 말이다. 법치주의가 아닌 당에 의한, 심지어 한 사람에 의한 독재적인 인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이다. 양심과 표현과 사생활의 자유를 반납하겠다는 뜻이다. 교회는 폭파될 것이고, 교인들은 지하로 숨어들어 가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 생생한 예를 홍콩에 대한 탄압을 통해, 또한 신장 위구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심한 인권유린 사태에서 보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천부인권을 인정하고, 헌법이 지배하고 있는 법치주의 국가이다. 어느 누구도 자기 마음대로 법 위에 설 수 없다. 각 개인의 양심과, 표현과, 종교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풍성히 누릴 수 있는 나라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이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를 통해 발현될 수 있는 나라이다. 이런 대한민국이 중국 공산당의 편에 선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혹자는 우리가 경제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중국 쪽으로 좀 더 가까이 기울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 중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사람은 떡으로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한 나라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하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어디로 가든, 누구를 따라가든, 길을 떠나야 한다.

필자는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길을 선택하고 싶고,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상황에서는 자꾸만 나 자신이 먼저 배고픈 개, 돼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정소영(미국 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