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수 목사 (수정교회 담임, 서북미장로회신학대학)
(Photo : ) 남윤수 목사 (수정교회 담임, 서북미장로회신학대학)

요즘같이 미래에 대해 불투명한 시기는 일찌기 없었다.  갖가지 재난과 사고, 역병 등이 창궐하는 때에 개인은 물론, 사회와 나라가 예단하기 어려운 미래로 인해 암울한 운명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관심을 갖는 것은 '과연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것이다. 그 미래를 알기 위해 사회학자, 미래학자, 심지어 점술가에 의지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은 단지 기관차에 끌려가는 객차와 같은 수동적 삶으로 여겨진다.

 

인생의 궤도선상에는 운명론과 인과론으로 나눌 수 있다. 말 그대로 운명론, 즉 숙명론은 인간의 행동여하에 관계없이 이미 결정된 궤도를 걷고 있다는 신념이다. 인과론은 원인이 바뀌면 결과도 바뀐다는 능동적인 개념이 있다. 두 관점에 따라 인생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자신에 대한 해석도 과거에 대한 두가지 해석에 따라 현저히 다를 것이다.

필자는 성서에 나타난 역사이해를 살핌으로써 우리의 과거를 조망해보고 미래를 예견하기 원하는 마음에서 이 담론을 언급하고 있다. 성서의 역사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중심으로 이어나가지만, 그 역사는 세계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미래를 판단하는 데에 귀중한 잣대가 되고 있다. 성서는 우리에게 역사의 반복이라는 하나의 유형론(Typology)적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의식이란 역사를 보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이것이 예언이고 미래의 운명을 내다볼 수 있는 것이리라.

성서에 나타난 역사이해는 당연히 예언자들에 의해 조명이 되고 있다. 예언자들은 역사의 컨텍스트(Context)에 따라 예언의 성격도 달리 하였는데, 그 두 가지가 묵시적 메시지(Apocalyptic Message)와 예언자적 메시지(Prophetic Message)이다. 사회적 암울함과 임박한 전쟁 속에서 이스라엘의 역사가 끝날 것 같은 시대를 살았던 예언자들은 묵시적 메시지를, 이스라엘의 역사선상에서 낙관적인 사관을 가진 예언자들은 예언자적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전자는 현재 역사가 끝나고 새로운 세계를 알리는데에 주력했는데, 한마디로 인간이 변동할 수 없는 '닫혀진 미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후자는 심판을 넘어선 희망이 역사선상에서 이루어지며 '열려진 미래'로서 다분히 인간의 행동여하를 묻고 있다.

오늘날 하나님이 운행하시는 성서적 역사관은 무엇인가? '닫혀진 미래'와 '열려진 미래'가 함께 병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이나 사회, 민족이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함께 굴러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인생 속에 의지대로 되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실패와 질병 속에 살 수 밖에 없으며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인간이 무엇을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없다. '닫혀진 미래'의 길로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하고 계심을 믿는가.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갖게 된다. 코로나 사태를 보라. 막을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재앙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는가.  신앙인은 예단할 수 없는 거대한 미래 앞에서 그 분을 고백하고 겸손해야 한다. 하나님이 역사선상을 넘는 새로운 세계를 위해 개입하시는 '닫혀진 미래'앞에 우리의 의지와 계획을 내려놔야 한다. 미래는 우리의 길이 아니라 하나님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열려진 미래'를 주신 것도 기억하라. 변할 수 없는 역사의 궤도의 길 속에서도 하나님은 우리의 믿음과 의지에 따라 미래를 바꾸시는 상황을 또한 허락하신다.  미래를 알 수 없을 때 지금 자신의 태도를 보라.  과거에 그랬듯이, 현재 나의 삶의 태도는 곧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의 생각과 뜻에 따라 하나님은 미래를 좌우하신다. 여기에 우리의 희망이 있다.

신앙인의 소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올바른 역사의식에서 온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정하신 뜻에 순종하고 감사하면서도 자신의 사고와 신앙에 따라 미래를 바꾸어나갈 수 있다는 인식이다. 믿음은 인식이다. 하나님이 성서에 기록하신 인간의 역사의 순리를 인지하고 지금과 미래의 나를 볼 수 있는 지혜이다.

코로나 사태에 우리 모두 소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 하나님이 정하신 길을 가면서도 우리의 신앙에 따라 우리의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신념 말이다. 하나님의 눈으로 보실 때는 현재의 불운한 기운이 문제가 아니다. 그 분의 눈의 초점은 자녀인 우리에게 있다. 우리의 자세가 미래를 바꾼다. 창조적인 삶이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재를 묵묵히 이겨내는 것이라 믿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얼마든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남 윤수목사(씨애틀수정교회, 서북미장로회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