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 책임감 갖고 잘 하리라 기대하며 기도
경제 잘 이끌어 주길…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커
기독교, 정치에 이용 당하지 말고 십자가 길 걷자
차별금지법, 진영 논리 떠나 다수 반대하는 악법
통일에 앞서 북한 인권과 수용소 문제 선결돼야
기독 의원들, 거룩한 양심과 깨끗한 삶 가져달라”

“빌라도의 심문 앞에서 예수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길을 가셨다. 우리도 우리의 길을 가자. 기독교가 감당해야 할 사명을 말 없이 지고서.”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는 총선 후 기독교에 주어진 과제와 역할에 대해 우선 이렇게 말했다. 정치와 사회를 논하기에 앞에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자는 것이다. 본지는 지난 17일 총선 결과와 기독교를 주제로 권 목사와 인터뷰 했다. 아래는 그 일문일답.

-총선 결과, 어떻게 보셨습니까?

“생각 밖으로 균형이 깨져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집권 여당이 책임감을 가지고 잘 하리라 기대하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여당에 어떤 걸 바라시나요?

“일단 경제를 잘 이끌어주면 좋겠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다른 좋은 정책을 펴도 당장에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용 없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지지해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주어진 권한이 큰 만큼 그 결과에도 온전히 책임을 져야하니 겸손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임해주길 바랍니다. 눈 앞의 권력만 좇는 것이 아니라, 100년 후를 내다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일해주었으면 해요.”

-이제 기독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겠습니까?

“자칫 기독교가 일각의 정치세력화에 이용당해선 안 될 것입니다. 기독교는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말고 모두를 비추는 빛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섭리를 믿어야 할 것입니다. 그 믿음 가지고 차분히 우리의 길을 간다면, 그것이 곧 하나님이 원하시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길, 십자가의 길일 것입니다. 또한 그것이 이 사회도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러자면 기독교부터 하나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요. 결국 문제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는 겁니다. 오히려 기독교가 정치판보다 더 분열된 모습이 있지 않습니까? 하루 빨리 주님 안에서, 그리고 성경 말씀 위에서 하나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자꾸 세상 탓, 정치 탓만 하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동성애 등도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권태진 목사
(Photo : 기독일보) 권 목사는 지난 4.15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집권 여당에 대해 “일단 경제를 잘 이끌어주면 좋겠다. 아무리 다른 좋은 정책을 펴도 당장에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용 없다”며 “많은 국민들이 지지해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라고 했다.

“이 문제에 있어 꼭 말해두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찬반을 진영 논리에 따라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가령 우파나 기독교는 반대하고 좌파나 진보는 찬성한다는 식의 인식입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진영 논리에 가두면 안 됩니다. 차별금지법은 좌우 이념을 떠나 그 자체로 모든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악법입니다.

왜 일방의 가치를 법으로 강제해야 하는 것입니까. 인간의 양심과 신앙, 자유를 옭죌 가능성이 있는 법이라면 제정하지 않는 게 바람직합니다. 이런 우려가 그저 보수 우파와 기독교만의 것이겠습니까? 전 아니라고 봅니다. 이 법의 제정을 걱정하는 많은 국민들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진보 진영에 속한 정치인이라고 해서 꼭 이 법에 찬성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통일 정책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북한이 과연 우리와 통일할 생각이 있을지, 북한의 행보를 보면 솔직히 의문입니다. 즉 공산주의 통일이라면 몰라도 그들은 절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는 통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통일 문제를 논할 때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북한에 우리처럼 종교의 자유가 없는 것, 그리고 인권을 짓밟는 수용소 같은 문제도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기독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나를 국회로 보냈다’는 정체성과 사명감을 분명히 가지셨으면 합니다. 그 정신으로 진정 이 나라와 국민들을 위한 법을 만들어 주세요. 국회는 마치 저울을 만드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울이 정확해야 모든 것이 공정해지듯이, 치우침 없는 법을 만들 때 비로소 사회도 안정될 것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곳에 보내셨으니 부디 거룩한 양심과 깨끗한 삶으로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잘 감당해 주십시오. 저와 한국교회도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