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고프고, 사랑이 고프고, 엄마 밥이 그리운 청년들이 함께 예배 드리고, 사랑을 나누고, 밥을 나눈다. 50-60명의 청년들이 모여드는 이곳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훈훈하고 끈끈한 가족들의 사랑이 가득한 '큰 집'이다. 도라빌 말씀의샘교회(담임 김용호 목사)가 청년교회로 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청년들이 모이는 비결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부러 청년들을 모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청년들이 많아지니 어른들은 오히려 부담스럽고 어색해서 잘 정착을 못하세요(웃음). 1974년 교육 전도사로 목회를 시작해 2006년 은퇴할 때까지는 교회 성장시키고 건축하고, 부지런히 성경공부하고, 심방하고, 성도들간 갈등이 있으면 다독이고...그런 게 목회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좇아 다녔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을 잘 키우고 섬기고 예배를 잘 드리고, 아이들과 잘 먹고 잘 지내는 것이 진짜 목회 아닐까 싶어요."

사랑으로 키운 자식 자랑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뿌듯하다. 김용호 목사와 김명숙 사모를 '아버지' '어머니'로 따르는 자식들 자랑 역시 끝이 없었다. 개척 8년째,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간 청년들 가운데 한 명은 한국에서 곧 결혼을 한다고 했다. 공부를 마치고 타주에서 의사, 변호사, 회계사, 컴퓨터 전문가 등 목표한 바를 이룬 청년들도 많았다. 유수한 대학 석, 박사과정에 입학하거나, 직장을 잡아 정착한 청년들, 그리고 한국으로 귀국해 신앙의 끈을 이어가며 모이는 청년들까지 세계 곳곳에 퍼진 이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말씀의샘교회'를 중심으로 든든한 신앙의 뿌리와 동지를 얻었다는 것이다.

말씀의샘교회 성도들.
(Photo : 기독일보) 말씀의샘교회 성도들.

"교회를 찾는 학생들은 대부분 조기 유학와서 부모의 사랑과 푸근한 정(情)이 그리운 아이들이에요. 공항에 딱 내리는 순간 누구라도 홈리스에요. 처음에는 교회에 오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이고 싶어서 준비했는데, 그걸 먹으면서 사랑을 느끼더라고요. 처음엔 거의 매주 50인분씩 밥을 하는 게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성도님들 중에 기쁘게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청년들도 조를 나눠서 설거지를 해요. 힘든 유학생활을 무사히 잘 마치고 각자의 길로 갈 때쯤 되면 마음 깊이 사랑에 젖어요. 신앙이 약한 친구들이라도 그 사랑의 추억이 있어서 그런지 신앙을 떠나지 않고 새로운 곳에 가서도 교회를 찾아 가더라고요."

김명숙 사모의 말이다. 김 사모는 10대 중, 후반에 홀로 미국 땅에 떨어져 대학 혹은 대학원까지 잘 마치는 것 자체가 큰 은혜라고 했다. 청년들 중에는 겉으로는 멀쩡한데, 정신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외로움이 병이 된 친구들도 적지 않다고. 이들에게 교회에서 먹는 밥은 그냥 밥이 아니라 사랑이고 못다 채운 부모의 정일 것이다. 그렇게 마음이 강해지고, 믿음이 세워진 청년들이 인재로 성장하고 사회 곳곳에서 지도자가 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섬김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라고 덧붙였다.

대게 은퇴하면 이전 목회의 깊이 만큼 허전함이 밀려오기 마련인데 이들에겐 그 허전함이 밀려온 틈이 없어 보였다. 대학생 사역의 특성상 매년 떠나는 청년들이 있으면 새로 오는 청년들이 있기 마련이고, 갓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것처럼 새로운 청년들을 다시 돌보고 키우는 일만해도 벅차기 때문이다.

말씀의샘교회.
(Photo : 기독일보) 말씀의샘교회.

그래도 60대 목회자와 20대 청년들 사이에 세대차이나 어려운 점은 없을까?

"요즘 젊은이들에게 맞추기 쉽지 않은 점도 있어요. 오히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온 청년들 중에는 목사인 나보다 더 보수적인 친구들도 많아요(웃음). 가능하면 자유스럽게, 자연스럽게 하려고 합니다. 모임도 간소화 해서 주일예배에 초점을 맞춰 잘 드리고, 청년들 성경공부는 에모리대학 도서관에 한 공간을 빌려서 해요. 어려운 점은 청년 중심이다 보니까 재정적인 부분인데, 잘 채워주셔서 지금까지 왔어요. 또 젊은이들은 꾸준한 게 좀 약해요. 잘 할 것 같다가도 갑자기 마음이 바뀐다던 지, 겉으로는 멀쩡한데 속으로는 문제가 많은 친구들도 있고요. 그래도 전 참 쉽게 목회 해요. 전도사님들에게 많이 맡기고, 설교도 돌아가면서 하고,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편이에요."

앞으로의 비전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잘 은퇴하는 것'이라는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다. 40년 목회의 끝을 바라보는 '베테랑 목사'의 여유일까, 아니면 내려놓음일까?

김용호 목사는 "젊은 사람들이 더 잘 할 수 있어요. 앞장서서 하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이정도 하면 됐다 싶고요. 청년들에게 말씀으로 도전해서 스스로 성장해 가는 모습, 꿈을 갖고 미래를 개척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게 기쁘고 그걸로 만족합니다. 돌아보면 제가 젊어서 목회할 때 더 고리타분했어요(웃음). 청년들이 자유롭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생각하지만 믿음생활 잘 해온 친구들 보면 생각 외로 자유롭지 못해요. (나이든) 지금쯤 되니까 믿음이 은혜고, 자유스럽고 감사한 세계를 깨닫습니다. 이런 걸 청년들과 나누고 너무 고정된, 틀에 박힌 신앙생활 하지 말아라, 넓게 보고 비전을 가져라 이야기 하면서 지내는 것이 감사입니다. 이제 곧 이것도 후임에게 맡기고 사모와 즐겁게 노년을 보내야죠(웃음)"이라고 답했다.

말씀의샘교회는 6097 Buford Hwy Doraville GA 30340에 위치해 있으며, 문의는 404-729-8357 혹은 홈페이지 www.lwcatlanta.com을 통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