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출애굽기 18장을 보면 ‘모세’의 장인 ‘이드로’가 모세를 방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애굽을 탈출해 광야를 행진하던 모세가 백성들의 일을 재판하느라 매우 분주한 것을 보고 이드로가 “왜 이 많은 일을 너 혼자 하려 하느냐? 능력 있는 사람들을 세워 분담해서 하라”며 모세에게 유익한 조언을 해주는 모습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사실 모세에게 있어 가장 고마운 사람은 바로 다름아닌 장인 이드로이다. 어린 모세를 나일강에서 건져내 정성스레 키워준 애굽의 양어머니도 고맙지만, 모세가 사람을 죽이고 미디안 광야까지 쫓겨 갔을 때 이드로는 그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주어 자신의 딸 ‘십보라’와 결혼시키고 수많은 양떼를 돌보는 일을 맡기는 등 모세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 주었다. 모세가 장차 하나님의 사명을 받아 이스라엘 민족을 이끄는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장인 이드로의 이러한 커다란 도움과 배려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모세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자신의 백성을 구원하러 애굽에 다시 돌아간다고 했을 때도 이드로는 아무 의심이나 제지도 없이 딸과 사위, 외손자들을 기꺼이 보내주었다.

나는 나의 장인어른 역시 이드로와 같은 역할을 하고 계시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세에 만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지극히 부족한 존재지만 우리 장인어른은 이드로를 능가하는 참으로 훌륭한 분이시다. 내가 지금 아내와 가정을 꾸려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 우리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한량없는 배려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비록 우리의 결혼엔 찬성하지 않으셨지만, 사랑하는 딸이 집을 떠나 몸 불편한 장애인에게 오는 것을 아무 말없이 묵인해주신 덕분에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지난 23년 동안 부부의 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당시 우리 장인, 장모님 겪으셨을 슬픔과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도 죄송하고 송구스런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결혼 9년만에 가족이 다시 만난 이후부터는 우리 장인어른 완전 내 편이 되어주셔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무한한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주신다. 항상 “우리 이 목사~” 하시며 나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해주시며, 사역을 감당하고 가정을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조언들을 아낌없이 해주셔서 나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어느 누구보다 장인어른께 상의드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우리 가족을 보러 미국에 오셨을 때는, 당시 밀알의밤 준비로 몹시 바쁜 나를 따스이 위로해주시고 앞으로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출애굽기 18장에 기록된, 이드로가 사위 모세에게 전해준 유익한 격려와 조언을 우리 장인어른도 나에게 해주신 것이다.

또 작년 가을, 서울을 방문해 장인, 장모님을 두 번 찾아 뵈었는데, 당신의 그리운 딸과 같이 오지 못했는데도 부족한 사위를 위해 너무나 극진히 베풀어주셨다. 글자 그대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풍성한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 배불리 먹여주셨고, 용돈도 두둑이 주셨으며, 내가 남편 노릇, 아빠 역할을 참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같이 간 내 동생에게도 부모님을 돌보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냐며 따스이 위로해주셔서 동생도 가슴이 울컥했다고 한다. 장인, 장모님으로부터 커다란 격려와 위로의 말씀을 들어서 힘이 났지만, 나는 이분들께 아무것도 해드린 것 없이 받기만 해서 참 염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너무나도 연약하고 부족해 앞으로도 우리 장인, 장모님께 해드리는 것이 지극히 미약하겠지만, 아내, 아이들과 함께 더 사이좋게 열심히 살고 맡은 일에 충실해 적어도 이분들의 마음에 염려는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여 본다. 부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장인어른, 장모님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서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우리 가족의 지경이 더 넓어지는 모습을 꼭 보실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

글 | 이준수 목사 (남가주밀알선교단 영성문화사역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