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
(Photo : )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신앙생활을 성숙의 과정으로 본다면, 그 길에는 다양한 계기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은혜를 주시는 때, 기도에 ‘예스’로 응답하시는 신나는 때, 어려운 고난 슬픔과 간구의 때, 시험과 연단의 때, 그리고 하나님께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는 침묵의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침묵하시며 감동하시지도 않는 시간을 어떻게 지나갈까요?

이 침묵의 때를 지나는 성도 가운데 사울과 같이 실패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욥과 같이 하나님의 응답을 받고 회복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침묵(the silence of God)은 하나님의 부재(the absence of God)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침묵은 하나님의 세미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앙의 도전적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나를 바꾸는 개혁의 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울 왕은 그 침묵의 때를 잘 통과하지 못하였습니다. 왕은 하나님께 물었으나, “여호와께서 꿈으로도, 우림으로도, 선지자로도 그에게 대답하지 아니하시므로”(삼상 28:6), 그는 접신한 영매를 찾아가 영적인 답답함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영매는 죽은 사무엘의 영을 끌어올림으로 사울 왕의 파멸을 예언합니다. 주로 영매가 귀신을 불러올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우리가 전혀 신뢰할 수 없지만, 이 경우는 영매도 놀랄 정도로 사무엘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사울은 자신과 아들들이 사망하고 이스라엘 군대가 패배할 것을 알게 됩니다. 사울은 자신이 율법에 따라 폐지했던 접신자를 다시 찾는 실패를 범하고, 불순종에 대한 철저한 회개 없이 죽음에 이릅니다.

사울에 비하여 볼 때, 엄청나게 큰 하나님의 침묵을 체험한 욥은 일관된 마음으로 하나님을 찾습니다. 깊은 피부병과 자녀들의 죽음과 재산의 상실로 하염없이 괴로워하는 욥은, 그 고난 가운데서 하나님을 찾습니다. 그가 가장 괴로워했던 것은 하나님의 침묵입니다. 그는 신음합니다. “내가 어찌하면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의 처소에 나아가랴”(욥 23:3) “그런데 내가 앞으로 가도 그가 아니 계시고 뒤로 가도 보이지 아니하며 그가 왼쪽에서 일하시나 내가 만날 수 없고 그가 오른쪽으로 돌이키시나 뵈올 수 없구나”(욥 23:8, 9).

욥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항의합니다. 친구들의 추정적 정죄에 압도당하지 않습니다. 그는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기다리고, 의로운 판결을 기다리며, 하나님의 정의로우심을 드러내시길 간구합니다. 결국 하나님은 지혜자 엘리후를 보내셔서 말씀하신 후, 침묵을 깨트리시며 직접 나타나 폭풍 속에서 하나님 자신의 권위, 신비, 능력, 영광과 초월성을 보입니다. 욥의 믿음은 실존적인 차원에서 합리적인 차원에 이르렀다가, 결국 신비적인 차원으로 승화됩니다.

하나님의 침묵을 신앙으로 잘 극복한 페르시아 시대의 모르드개와 에스더도 있습니다. 모르드개가 당시의 수상 하만의 눈 밖에 남으로, 그만 아니라 민족이 살육당할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그는 통곡하고 옷을 찢고 슬퍼하며 간구합니다. 모르드개는 왕 크세르크세스의 조서를 바꿀 수 없음을 알고 딸같이 양육한 사촌 동생 왕비, 에스더에게 찾아가 부탁합니다.

유대인 대학살의 위기 앞에서 모르드개와 에스더는 하나님의 침묵을 돌파하는 방법론을 보여줍니다. 모르드개는 하나님의 민족 구원을 믿었습니다. 에스더는 주야로 3일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금식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금식 3일째 출입이 금지된 장소, 궁정의 안뜰로 생명을 걸고 들어가 왕을 만납니다. 에스더서가 말하는 하나님의 침묵을 통과하는 방법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첫째, 하나님에 대한 믿음, 둘째, 간절한 기도, 그리고 셋째 담대한 행동입니다. 종종 하나님의 침묵은 하나님의 임재의 계기가 됩니다. 그러므로 님의 침묵은 확정된 님의 부재가 아닙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 KCMUSA 재단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