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꿈중고등학교는 지난 20년간 북한 청소년들과 부대끼면서 그들에게 맞는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남한 사회에 대한 적응과 함께 '사람의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교육과정은 성경에 근거하고 있으며, 교육 목표는 이들이 하나님과 민족을 사랑하는 인재로 성장해 자유민주주의 통일과 북한 교회 회복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렇듯 하늘꿈학교 임향자 교장 이하 17명의 교사들은 '통일 시대 북한에서 활동할 인재'를 준비시키고 있다. 같은 듯 다른 탈북민들과 먼저 하나 되어야 장차 통일이 됐을 때 그들을 이해하고 섬길 수 있다는 것.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 대신 영어통일 캠프, 통일 지도력 역량강화, 북한주민 바로알기 등 7가지 주제로 사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편에 이어 20년 간 변함없이 탈북 청소년들을 섬기고 있는 임향자 교장이 들려주는 두 번째 이야기이다.

어릴 때 사상교육과 체제로 형성
캐릭터, 전인교육으로 변화 가능
건강 문제도 심각, 일 못할 정도
하나님 군사로 사역할 인재 양성

-탈북 청소년들을 대해 보시니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어요(웃음). 밥 먹다가도 마음에 안 들면 총으로 다 쏴죽이겠다는 소리들을 했으니까요. 2007년까지는 제대로 틀이 안 잡혀서 아이들에게 끌려 다녔어요. 10대에 불과하지만, 어릴 때부터 사상교육을 받고 체제 자체에 의해 형성된 캐릭터가 있어요.

학교가 처음 시작됐을 땐 주변에 계시던 좋은 교사들이 많이 오셨어요. 변호사도 타임지 기자도 왔지만,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요. 그 정도로 우리와 탈북민들 차이가 심해요.

이걸 기독교 가치관으로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면서 체계가 잡혔어요. 저희는 전인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거짓된 자아를 참 자아로 변화시키기 위해 지성·인성·영성을 모두 길러야 합니다.

특히 북한에서 온 아이들은 건강이 아주 나빠요. 여기 온 뒤로는 잘 성장하고 있지만, 건강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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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학교 식당 모습. ⓒ이대웅 기자


예를 들어 청진 출신 OO이는 결혼까지 했는데, 노동당원이던 할아버지는 굶어죽고 부모와 남동생은 구걸하러 다녔대요. 저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고난의 행군은 무슨..., 저들이 붙인 거예요.

당시 기아 상황에서 네 식구가 한꺼번에 구걸을 하지 못하니 흩어져서 다니다, 어느 지점에서 가끔 만나면 생사를 확인했대요. 중국 가면 살 수 있다는 걸 알고 갔다가 잡혀서 수용소로 들어갔는데, 다시 탈출을 감행했어요. 밤에 무작정 뛰어내렸는데, 알고 보니 3층 건물이었던 거예요. 발목이 삐끗한 정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와서 보니 척추협착증으로 발전했어요. 아주 성실한 친구인데, 일을 못하고 있어요.

목사와 결혼한 83년생 아이는 얼마 전에 학교로 김치를 갖다줬어요. 그 아이도 뼈가 80대 노인 같대요. 다른 친구는 홍대 섬유디자인과를 수석 졸업하고 자체 브랜드 런칭까지 했지만, 베체트병에 류마티스, 우울증까지 있어 힘들어해요. 도와주고 싶은데 아직 여력이 없어요."

-탈북민 학교를 하면서 느끼고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저희는 학교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 선교를 위한 기관이기에, 학교가 클 필요도 없어요. 저희가 배출한 600명 중 정말 하나님의 군사로 사역할 엘리트, 지성과 영성과 인성, 건강까지 고루 갖춘 인재가 50명만 나와줘도 너무 감사한 거죠.

그래서 졸업생들에게도 건강하게 정착을 잘 하면서 사는지 끊임없이 연락하고, 교육도 계속합니다. 학교는 60-80명 수준을 유지하려 합니다. 대안교육과 맞춤교육을 하지만, 별다른 게 없어요. 예수님 복음도 가르치지만, 진심으로 소통하면서 사랑이 전달되면, 선생님이 믿는 예수가 궁금하다고 먼저 이야기해요. 저는 그걸 믿어요. 믿음 좋은 아이들은 사모가 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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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꿈학교에서 발간한 교육 자료들. 탈북 청소년들 교육을 위해 다양한 연구와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졸업 후 다닐 교회를 연결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어요. 교회들이 북한 선교를 한다는데 잘 안 되고, 아이들도 돈이 궁하니까 자꾸 돈에 연연하게 돼요. 그래서 요즘은 탈북민들끼리 모이는 교회들도 늘어나요. 한국교회에 가 보니 편견이 있고, 잘난 척하는 꼴이 보기 싫다는 거예요. 다 공감할 수 없지만, 환경과 체제가 달랐으니까요.

실향민이셨던 저희 어머니 정서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탈북민 아이들이 남한 아이들보다 예의가 바르고, 어른에 대한 공경심은 있어요. 하지만 북한에서의 어려움은 다 잊고 남한 문화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도 크죠.

하지만 저는 명절마다 홈커밍데이나 캠프를 하면서, 고향 시절을 잊지 말라고 해요. 고향을 기억하고, 부모와 그때 친구를 기억하라고요. 예전에는 고향 흙냄새도 그립다고 하더니, 지금은 북한에서의 아픔을 다 잊으려고 해선 안 된다고 해요. 너희들의 고향, 북한을 재건하고 다시 일으키는 것은 너희들이 해야 한다고 말하죠. 남한 교회가 중심이 돼야겠지만, 이 아이들의 역할이 큽니다.

학교를 시작하니, 처음엔 교사 출신 탈북민들이 많이 지원했어요. 하지만 이들에게 교육을 맡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졸업생을 교사로 채용했어요. 오랜 세월 함께 지내면서 검증했기 때문에 믿을 수 있었어요. 한동대와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나온 친구인데, 과학 교사로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해요."

사랑과 온유, 겸손 등 삶으로 보여
하늘꿈학교는 교사들이 가장 중요
교리보다는 하나님 사랑 깨닫도록
영어와 세계 정세 분별력 가르쳐

-두 번째 비전을 아직 말씀하지 않으셨는데요.

"두 번째 비전은 거룩한 자가 되겠다는 것이었어요. 십계명을 비롯해 하나님의 율법과 그리스도 안에 살다 보면, 신명기 28장에 나오는 하나님께 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탈북민 아이들이 불완전하고 예수를 안 믿고 어렵고 상하고 마음이 망가진 상황이라도, 일단 들어와 있으면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북한에 복음을 심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길은 추상적이지만 필요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고 하셨듯, 사랑과 온유, 겸손 같은 하나님의 속성들을 학교 전체에 심고 있습니다.

저희들의 방법론은 이렇습니다. 아이들이 받아들일 때까지, 아이들을 내 몸과 내 자식 같이 섬기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하나님의 속성이 심깁니다. 물론 힘들어요. 그래서 저희 학교는 교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교사들이 학교의 자산입니다. 교사들의 지도력 양성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죠. 저와 교사들 모두 선교사라는 정체성으로 사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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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 있는 북한 지도에는 아이들의 기도제목이 빼곡히 쓰여 있다. ⓒ이대웅 기자


신앙에서 교리적인 부분은 나중에 알아도 됩니다.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 해요. 새신자 교육도, 일대일 양육도, 큐티도, 매주 예배도 드립니다. 더 알기 원하면 북스터디 하면서 교제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본은 아이들이 저희를 신뢰하면서 저희를 통해 하나님 사랑이 어떻다는 걸 어렴풋이나마 알게 해야 합니다. 기대만큼은 아니라도, 좀 다르다는 정도는 느껴야죠.

교사들의 지성과 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저희가 영적 거인은 아니니까요(웃음). 매일 아침 교사들이 성경을 통독합니다. 결국은 말씀과 기도니까요. 소리내서 읽고, 지치지 않도록 기도제목을 나누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지적 부분은 좀 더 계획하고 있어요. 자비량으로 뉴질랜드 어학연수도 갑니다. 공부할 수 있는 여지를 좀 더 주고자 합니다. 하나님께서 생각지 못한 길도 열어주셨습니다. 지난 2년 간 AI 활용 교육을 했습니다.

글로벌 환경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저희 때 이뤄지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북한에 들어가는 날, 영어와 세계 정세에 대한 분별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홍성사 정애주 대표님과 북스터디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먼저 주님을 찾고 구해야 하지만, 세상과 분리돼선 안 되겠죠. 이것이 세상 속에서 십자가를 지고 빛이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선교 그룹과도 교류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과거 북한에 엄청난 투자를 했던 분들도 있습니다."

-북한이 언제쯤 열릴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내부에 정보가 들어가는 일입니다. 교회가 이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분들이 북한에 신발이나 영양제 등을 보내십니다. 제가 해본 일이잖아요? 정말 북한 사람들이 혜택을 입을 수 없습니다. 주지도 않지만, 이 물품들이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말해주지도 않아요.

저희 학교가 20년이 되고 다음 단계를 꿈꾸듯, 교회도 본질을 찾아가야 합니다. 탈북민들이 많이 들어올 때는 북한 선교를 하지 않더니, 탈북민들 통로가 다 막히고 나니 북한 선교를 하겠다면서 칠골교회·봉수교회를 지원합니다.

예레미야처럼 눈물이 납니다. 헛된 짓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레미야 속 저주받은 땅을 보면, 북한이 연상됩니다. 교회들이 너무 이름과 명분에 붙잡혀 안타깝습니다. 북한에서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기 힘듭니다. 체제 유지와 권력 세습이 최대 목적이기 때문이에요. 북한 사역 중 북한과 너무 가까워진 분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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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휴식 공간에 성경구절이 새겨진 모습. ⓒ이대웅 기자


교회들이 북한 선교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초청하는데, 시간이 짧아요. 몇날 며칠 이야기해도 모자랍니다(웃음). 복음의 접촉점을 어떻게 마련하고 어떻게 그들 가운데 '인카네이션(incarnation)'할 것인가가 숙제입니다. 북한에 복음의 길을 하나씩 놓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하던대로 탈북민 아이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하나님의 가치관으로, 자기 것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것을 따르는 아이들이 나타나기를 소망합니다."

-통일을 꼭 해야 하느냐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방 직후 좌우 대립이 매우 심한 가운데서 이승만 박사님 등의 노력으로, 비록 반쪽이지만 자유 대한민국이 기적적으로 세워졌습니다. 하나님은 심은 대로 거둔다고 하셨어요. 헌법적으로도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과연 지금 이대로 갈라진 두 체제를 유지하길 원하실까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분명히 평화통일이 돼야죠.

북한은 20년째 기독교 박해 1위국입니다. 저런 나라와 정권을 적당히 유지시키도록 한국교회가 돕는다는 것은, 하나님 마음에 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목사님들은 지금 당장 북한 정치인들에게 줄을 대려고 하기보다, 기다리면서 기도하면 언젠가 여리고성이 무너지듯 한순간에 열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하나님 마음이 어디에 가 있으시겠어요? 탈북민들은 비참하게 동물 취급을 당하고, 중국에서 인신매매당해서 머리채 잡히고 길거리에서 매 맞는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하나님께서 가만히 계실까요? 더구나 그곳은 원래 복음이 있던 곳 아닙니까.

언제 어떤 방법으로 열릴지 모르지만, 한국교회는 여리고성을 돌듯 잠잠히 침묵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면서 기도하고, 거룩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가 '탕자의 형'처럼 돼선 안 되잖아요? 탈북민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남한 사람들의 편견입니다. 저는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어떤 형태로든, 저 북한 땅과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원해 주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