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교수(전 미주장신대 총장)
김인수 교수(전 미주장신대 총장)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야고보 2:16-17)

조간신문을 읽던 중, 어떤 교회의 부목사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준 감동적인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얼마 전 필자의 교회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일이 있었다. 수요일 저녁에 수 백 명의 교인들이 예배당 안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그때 한 노숙자가 덜컹거리는 자전거에 짐을 가득 싣고 예배당 창가에 와서 안을 기웃거렸다.

오랫동안 옷을 갈아입지 않아 그의 몸에서는 악취가 났다. 자전거 위에는 더러운 담요와 옷들,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자전거 뒷바퀴는 휘어져서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노숙자는 예배당 안을 쳐다보며 간간히 흘러나오는 설교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마침 이런 노숙자의 모습을 본 젊은 부목사가 노숙자에게 다가가 교회 안에 들어가서 예배에 참석할 것을 권했다.

 노숙자는 자기 몸에서 악취가 난다며 거듭 사양했다. 젊은 부목사는 괜찮다며 노숙자를 데리고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동료 부목사들과 함께 노숙자의 자전거 위에 있던 더러운 담요와 옷들을 세탁했다.

또 다른 부목사는 고장 난 자전거를 가까운 수리점으로 가지고 가서 휜 뒷바퀴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노숙자가 예배를 마치고 나와서 보니 자신의 더러운 담요와 옷들이 깨끗하게 세탁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전거도 고쳐진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연거푸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젊은 부목사들은 언제든지 예배에 참석 해달라며 정중하게 그를 초청했다."

참 오랜만에 읽어본 시원 상쾌한 이야기였습니다. 숨을 쉴 수조차 없을 정도의 악취가 나는 노숙자를, 많은 성도들이 깨끗한 옷을 입고 정갈한 모습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예배당 안으로 안내해서 예배를 드리라고 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마음은 있지만, 막상 교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교인들에게 미운털이라도 박히지 않을까 망설일 수도 있었던 상황임에도, 주저하지 않고, 냄새가 코를 찌르는 노숙자를 예배당 안으로 인도하여 예배에 동참케 한 그 부목사의 행동은 무척 감동스럽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노숙자의 악취 나는 담요와 옷을 세탁해서 깨끗하게 빨아 주었고, 고장 난 자전거를 수리점에 가져가서 새것으로 바퀴를 갈아 준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생각은 그렇게 할 수 있어도 실천한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두어 세대 전에 미국에서 백인들만 모여 예배드리는 예배당에, 깨끗이 목욕을 한 후, 면도도 하고, 깔끔하게 머리를 빗고, 정장을 한 흑인 한 사람이 예배들 드리려고 예배당에 들어갔습니다. 뒤에 앉아 있던 백인 교인들이 흑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감히 흑인이 백인들의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려 한다며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며 쫓아 내 버렸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말하기는 쉽지만, 정작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에 찾아오는 냄새 나는 노숙자를 스스럼없이 안으로 인도해서 같이 예배드리자고 할 교회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코를 찌르는 냄새를 풍기는 노숙자와 함께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야고보 선생은 일찍이 "만일 너희 회당에 금가락지를 끼고 아름다운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오고 또 남루한 옷을 입은 가난한 사람이 들어 올 때에 너희가 아름다운 옷을 입은 자를 눈여겨보고 말하되 여기 좋은 자리에 앉으소서 하고 또 가난한 자에게 말하되 너는 거기 서 있든지 내 발등상 아래에 앉으라 하면 너희끼리 서로 차별하며 악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만일 너희가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면 죄를 짓는 것이니 율법이 너희를 범법자로 정죄하리라."(약 2:2-4,9)

인간은 누구나 인간의 겉모양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그 누구도 사람의 속을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말과 같이 쉽지 않습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받아 주지 않은 homeless 같이 당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는 개인, 가정, 교회에 하나님께서는 복을 내려 주십니다. 우리도, 우리 가정도, 우리 교회도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기 위해 기도하면서 노력해야겠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