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신학대학원 구약분과 안창일 교수
(Photo : 기독일보) 센트럴신학대학원 구약분과 안창일 교수

요즘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와 열풍이 대단하다. 이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세계 속에서 높아졌다. '오징어 게임'의 열풍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한국의 대중문화에 매료되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소위 K-POP 시대, '한류'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인 BTS의 지속적이고 엄청난 인기와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한국 영화 '기생충', 그리고 '미나리' 같은 영화들이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었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와 국제 사회 속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 가는 모습을 보며 한국인으로서 뿌듯함과 자랑스러운 마음이 든다.

불과 70년 전만 해도 한국은 한국전쟁(6.25전쟁)으로 온 나라는 폐허가 되었었고,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의 하나였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름과 존재조차도 알지 못하는 나라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의 나라들 가운데 여러 분야와 방면에서 우뚝 올라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라가 되었다. 문화 컨텐츠 뿐만 아니라, 경제력, 기술력, 군사력,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 있어서도 한국은 세계 속에서 점점 더 그 지위와 영향력이 커져 가는 느낌이다. 신앙인으로서 하나님께서 한국을 세계 속에서 높이 세우심이 참으로 감사하다.

어릴 적에 나의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말씀이 생각난다. 아버지께서는 청년 때에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성경말씀을 배우시던 일을 이야기 해 주셨다. 그 목사님은 당시에 성도들에게 말씀을 가르치면서 장차 하나님께서 한국을 세계 속에서 높이 세우시는 때가 올 것이라고 하셨단다. 젊은 시절에 해방과 한국전쟁을 경험하셨던 아버지께서는 그 말씀을 들을 때에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드셨었단다. 이미 십 수년 전에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셨지만, 그때에도 이미 한국의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보며 아버지께서는 하나님께서 한국을 일으키시고 세계 가운데 높이신 것을 감사하셨다. 그런데 지금은 그 때보다도 훨씬 더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으니 아마도 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더욱 놀라시며 기뻐하셨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의 고향은 평안북도로 실향민이셨다. 일찍이 기독교 신앙을 가지셨던 아버지께서는 한국 전쟁 당시에 남한에 먼저 가서 살 길을 모색한 후에 나중에 가족들을 데리고 오실 생각으로 홀로 위험을 무릅쓰고 남쪽으로 내려오셨다. 하지만 남과 북이 완전히 분단되고, 북쪽으로 돌아갈 길과 방법이 막혀버리자 당시의 수많은 이산가족들처럼 졸지에 실향민과 이산가족이 되어버리셨다.

어릴 때부터 매일 아침에 가정예배를 드릴 때면 아버지께서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하셨고, 또한 하나님께서 북한의 철의 장막을 속히 무너뜨리시고 통일을 이루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간구하셨다. 그러한 아버지 마음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해서 그런지, 나도 북한 땅과 특히 그곳에서 여전히 신앙을 지키고 있을 지하교회의 성도들을 생각하며 기도할 때면 늘 마음이 간절해지고 애틋했었다.

통일의 염원은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일로 생각되었었다. 기독교인들과 교회들은 북한 땅을 생각하면서, 속히 통일이 이루어져서 북한에도 예수의 생명의 복음이 편만하게 전해지고 그 땅에 많은 영혼들이 구원 얻는 자유의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기도하였다.

남과 북의 분단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 되면서, 이제는 6.25 전쟁을 경험하고 이북에 고향을 둔 이산가족 생존자들이 많이 감소하고 고령화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점차 한국 사회 속에서도 남과 북의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사라지는 듯하다. 또한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문제와 부담을 고려하고 따져보게 될 때에, 우리에게 과연 남과 북의 통일이 필요한가를 묻는 목소리들도 생겨났다.

그러한 목소리와 의견은 북한에 고향과 가족을 둔 사람들의 입장이 아닌, 젊은 세대의 관점으로 생각을 수용하여 볼 때에 무척 타당하고 합리적인 의견이 아닐 수가 없다. 그동안 남북한의 통일은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마땅한 일로 생각했던 나에게는 신선한 도전이었고, 과연 '무엇이 옳고 유익한 것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에 몇 년 전에 한국 역사를 연구하는 어느 한 외국인의 지적이 나의 생각을 정리하게 도와주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남한 사회와 국민들이 북한과의 통일을 바라지 않고 북한 땅과 북한 동포를 책임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그리고 만약에 북한의 체제가 무너지거나 누군가가 그 땅에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때가 온다면, 북한은 어찌되겠는가? 과연 그 땅은 누가 차지하게 되겠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당연히 중국이었다. 중국은 북한을 그들의 또 다른 소수민족으로 흡수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사람 누구도 북한 땅을 중국에게 넘겨주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적어도 나에게는 남북한 통일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큰 이유로 굉장히 설득력 있게 피부에 닿았다.

 

수년 전부터 확연하게 불어오는 세계 속의 '한류'를 보면서, 참으로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이 크다. 그런데 세상 역사와 나라들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인정하고 믿는 기독교인으로서 나의 마음에는 한 가지 질문이 생겼었다. 1980~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까지도 한국의 기독교와 교회들은 성장하고 선교의 열정도 뜨거웠었다.

그때에 교회와 성도들은 북한과 북한의 지하교회의 성도들을 생각하며 뜨겁게 기도하였다. 나의 질문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선교에 열심을 내고 북한의 복음화와 통일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간절히 기도하던 그 때에, 그리고 한국교회가 성장하던 그때에, 지금처럼 한국의 위상을 세계 가운데 높이셨다면, 한국의 교회들이 더 효과적으로 쓰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한국교회가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과 문제를 직면해야 하고 교세도 점점 줄어드는 모습인데, 하나님은 왜 지금 한국을 높이시는 것일까? 하나님께서 세계 속에서 한국의 지위와 위상을 높이시는 일들을 보면서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대한국민으로서 느끼는 자부심과 기쁨, 그리고 감사와 응원 외에, 영적으로 신앙과 하나님 나라 비젼의 측면에서는 어떠한 소망을 품어야 할까?

나는 정치 외교 사회 군사 문화 국제정세 등 그 어떤 분야에서도 전문가도 아니고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류'의 의미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목회자로서,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세계 속에 부는 '한류'를 보며 마음에 떠올리는 한 가지 소망과 기도제목이 있다.

만약에 한국이 국제사회 가운데 힘과 영향력이 약할 때에 북한과 북한 사회에 어떠한 일이 발생한다면, 한국은 우리 민족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해방 후에 경험했던 분단의 아픔처럼, 우리 한반도의 상황은 주변 국가들의 실리와 입맛에 맞춰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러한 상황이라면, 중국이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속국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을까? 그런 일은 일어나서도 안 되고, 일어나도록 버려두어도 안 될 것이다. 특히 북한 땅에 지금까지도 오랜 가간 동안 하나님께서 신원하여 주심을 기다리며 인내로 기도하던 지하교회의 성도들에게는 너무도 절망적인 일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국의 위상과 지위가 세계 가운데 높아지고,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이 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정치 경제 문화 기술, 특히 국방력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의 힘과 능력과 영향력이 세계 가운데 높아지고 커진다면, 한반도의 문제에 대하여 한국의 목소리와 의견을 주변 국가들이 절대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세계 속에 부는 '한류'의 바람이 더 크게 지속적으로 불어 닥치기를 소망해 본다.

한국의 위상과 지위, 그리고 영향력과 힘이 세계 가운데 더욱 커지면 좋겠다.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긍휼히 여기셔서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그동안 간절히 기도했던 그 기도와,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들이 오랜 인내 가운데 올려 드린 그 애끓는 기도들을 기억하셔서, 우리 민족을 새롭게 하시는 복된 평화 통일의 그 날을 속히 이루어 주시기를 소망해 본다.

그 통일이 우리 민족이 주도할 수 있고 우리 민족의 유익을 향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금 부는 이 '한류'의 바람을 더욱 크게 하시기를 기도한다. 하나님께서 세계 속에 부는 '한류'의 바람을 사용하셔서, 북한 땅에도 성령의 바람이 불어 닥치는 그날을 속히 이루어 주시기를 소망하며 기도한다.

안창일 교수는 한국외국어대와 리폼드 신학교(잭슨 미시시피)를 졸업하고 트리티니 신학교(디어필드 일리노이)에서 구약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시카고 북부 서버브에 소재한 임마누엘장로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센트럴신학대학원 구약분과 교수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