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심층 이해하고 싶어 다윗의 심정으로 성경 읽어
성경 보는 눈 넓어져… 다윗 고뇌와 슬픔과 분노 공감
오늘날 한국 사회와 시대까지 반영한 이야기 만들어
아둘람 피난 10년, 다윗이 리더가 될 수 있었던 비결

세계 시민 갖춰야 할 덕목, 정직과 성실 ‘인테그리티’
정직이 최선의 방책, 본인 떳떳해 행복, 거짓말 안 돼

▲<다윗 대통령의 귀환> 저자 최하진 교수는 “목자와 독재자는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마음만 돌아서면 순간에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Photo : ⓒ송경호 기자)

“다윗의 삶에는 수많은 리더십의 진수가 담겨 있다. 제가 다윗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한 인간으로서 항상 성공의 축배를 든 것은 아니다. 잘못된 판단을 한 적도, 타락의 끝을 맛본 적도 있다. 정책 결정의 시기를 놓치는 어리석음에 어려움을 자초한 일도 있고, 자만으로 온 국민을 고통에 시달리게 한 이력도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았다.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회개의 자리로 나아갔고, 겸손한 자세를 회복했다.”

<다윗 대통령의 귀환>은 ‘하나님 마음에 합한 사람’ 다윗 왕의 자서전(?)이라 할 만 하다.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일대기를 돌아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치세 약 3천 년 후인 오늘날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교훈과 전략들도 제시하고 있다.

목자에서부터 시인, 하프 연주가, 기골이 장대했던 적장을 쓰러뜨린 용맹한 전사,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의 정치 지도자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냈던 다윗의 삶을 1인칭 시점으로 정리한 이는 최하진 교수. 보장된 성공을 뒤로 하고 해외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해 교육자로서 청소년들을 길러내고 있다. 최하진 교수와의 인터뷰는 두 차례에 걸쳐 연재된다.

-다윗이 쓴 것처럼 1인칭 시점이라 훨씬 실감나는데, ‘다윗’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요.

“다윗 마음 속 깊은 곳을 알고 싶었어요. 우리는 대부분 ‘다윗은 원래 위대한 사람이니까’ 하고 전제하지만, 이는 너무 단편적인 생각입니다. 그 위대함의 뒷면에 고뇌와 환란이 있었을 것이고, 여러 훈련도 받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3자 입장에서 다윗을 생각하다 보니, 아무래도 알려진 사실만 갖고 ‘다윗은 훌륭한 사람, 믿음의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다윗도 우리와 같은 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런 다윗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싶어, 내가 다윗이라고 생각하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성경을 보는 눈이 훨씬 더 넓어졌습니다. 다윗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성경에 나타난 그의 고뇌와 슬픔과 분노 같은 모든 감정들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신 분들이 대부분 ‘몰입도가 있고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먼 나라 사람이 아니라, 함께 숨쉬고 한 공간에서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1인칭 시점에서 다윗의 일생을 돌아보는 책을 쓰게 되신 동기는 무엇입니까.

“해외에서 많이 활동했지만,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해외에 있는 사람들은 고국에 대해 더 간절한 마음이 생깁니다. 내 나라가 더 잘 되면 좋겠고, 리더들도 존경받았으면 좋겠고, 하나님 닮은 사람들이 나오길 기대하고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과연 하나님이 원하시는 리더가 나왔을까 생각해 보고 이를 저 자신에게 질문하면서, ‘다윗 같은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윗의 리더십에 대한 책을 다 찾아봤는데, 만족스러운 내용이 없었습니다. 단지 다윗 시대만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와 시대를 반영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책을 보고 싶었습니다. 심지어 미국에도 없었고, 아마존닷컴에서도 다 뒤져봤는데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쓰기 전에 다윗이 등장하는 성경 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 역대상·하, 시편 등 모든 부분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을수록 삼국지보다 더 재미있었어요. 하나님 이야기를 떠나, 삼국지보다 재미있는 전쟁사와 인간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삼국지보다 사무엘상·하의 다윗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성경 속 어떤 부분이 그렇게 재미있으셨나요.

“무엇보다 다윗의 피난 기간 10년에 매료됐습니다. 다윗이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그 10년에 있었습니다. 죽음의 위기 속에 도망가는 기간이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께서 훈련시키신 기간이었습니다. 물론 나와 있는 부분이 적지만, 가장 좋아하는 파트는 다윗의 고생 이야기입니다.

그런 고생을 10년간 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저였다면, 그런 모함과 창피, 수모를 당했다면 아마 제 명에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웃음). 그런데 다윗이 참 위대하다는 게, 자신을 죽이려던 사울을 죽일 수 있었음에도 살려주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는 거기서 그의 정치적 면모를 봤습니다. 그냥 참는 건 아닙니다. 시위는 해요. 사울 앞에서 ‘왜 나를 죽이려 합니까?’ 항변합니다. 하지만 죽이지 않았습니다. 악을 악으로 갚지 않았어요. 이는 곧 ‘당신은 악’이라는 이야기지요.

어떻게 보면 간디나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 시위보다 위대한 말 같습니다. 간디나 마틴 루터 킹 목사 같은 비폭력 무저항 운동의 원조가 바로 다윗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틴 루터 킹도 계속 차별을 당했지만,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윗이 예루살렘을 정복한 스토리도 그렇습니다. ‘물벽을 타고 올라가라’고 합니다(물 긷는 데로 올라가서, 삼하 5:6-10 -편집자 주). 군사들이 물벽을 어떻게 타고 올라갔을까요? 예루살렘 정복 사실만 이야기할 뿐, 이 구절에 대해 탐구한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의문을 갖고 여기저기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주석도 찾아봤지만 없었어요.

그런데 한 고고학자의 기록을 통해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걸 발견했을 때 신대륙이나 달나라를 발견한 기쁨, 아니 하늘나라에 가서 예수님을 뵙고 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비결은 다윗의 ‘두더지 작전’이었습니다. 피난 시절 여부스족의 비밀 수로를 발견했던 것이 도움이 된 것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세요(웃음).”

▲<다윗 대통령의 귀환> 저자 최하진 교수는 “목자와 독재자는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마음만 돌아서면 순간에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Photo : ⓒ송경호 기자)

-다윗의 예루살렘 정복을 말씀처럼 ‘두더지 작전’으로, 그리고 다윗의 여러 사역을 ‘스펙’이라고 표현하고, 이를 ‘식스펙’으로 명명하신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입니다. 일종의 언어 유희이기도 하고요. ‘빨대 꽂는 생존형 인재가 아닌, 깃발 꽂는 도전형 인재로’도 그렇습니다. 한국 교육이 ‘빨대 인생’을 만들고 있는데, 교육적 측면에서 다윗 같은 ‘깃발형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에 왕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다윗이 청소년 시절 갈고 닦은 스펙(spec)을 ‘식스펙(six+spec)’으로 정리했습니다. 다윗이 가장 먼저 부름받았던 건 골리앗을 물리쳤던 물맷돌 때가 아니었습니다. 그 이전에 사울의 악사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사무엘상 16장 18절을 보면, 신하가 사울 왕에게 다윗을 추천하면서 여섯 가지 ‘스펙’에 주목했습니다. ‘①수금을 탈 줄 알고 ②용기와 ③무용과 ④구변이 있는 ⑤준수한 자라 ⑥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계시더이다’.

다윗은 하프 연주자이자 인류 역사 최초의 뮤직 테라피스트, 음악치료사였지요. 요즘 말로 싱어송라이터였습니다. 당시에는 악기를 하면서 노래를 불러야 했기에 직접 작사 작곡을 다 했을 것입니다. 시편에 그의 작품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렇게 열일곱 살에 실력을 인정받아 왕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양치기 목자이면서도 용감했고, 전사였으며, 소통과 설득에 능했습니다.

음악치료사가 이렇게 성경에 나와 있었습니다. 성경을 제대로 읽으면, 정말 세상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록펠러가 어느 날 성경을 읽다가 아브라함이 롯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에서 ‘역청’을 보고 중동에 석유를 캐러 가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성경이 이렇게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성경을 연구하면서 이 책을 읽어보면 더 좋겠습니다.”

-말씀처럼 다윗의 스펙이 많지만,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다윗의 덕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를 볼 때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후에나 변하지 말아야 할, 전 세계 시민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 하나 있습니다. 정직과 성실로 대변되는 인테그리티(integrity)입니다. 정직과 겸손과 성실을 다 가지고 있는 인격을 영어로 한 말인데, 우리말 한 단어로 표현하기 쉽지 않습니다. 통합적이고 전인격적인 의미입니다.

한국 사회는 거짓말을 해도 걸리지 않으면 괜찮고, 불법만 아니면 탈선과 탈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양심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 출세하고 부자만 되면 다 된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국제학교에 있다 보니 미국 대학 입학사정관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들이 하는 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 학생들은 무조건 점수 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정행위가 너무 심하대요.

최근에도 어느 외고에서 SAT 시험 날짜가 임박한 가운데 문제 유출 사건이 발생해서, 결국 시험이 취소됐습니다. ‘출세만 하면 된다’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자,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입니다(Honesty is the best policy). 정직한 게 오히려 훨씬 좋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안창호 선생님이 많이 생각납니다. 독립운동가이면서, 무엇보다 정직을 강조하셨습니다. 안창호 선생님이 학교를 세우면서 ‘정직하라 부지런하라 사랑하라’를 교훈으로 삼았습니다. 정직은 기독교 사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내면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기에, ‘~하라’가 붙어야 합니다. 이것이 다윗의 신앙심이고, 저희 학교의 교훈도 이것입니다. ”

▲<다윗 대통령의 귀환> 저자 최하진 교수는 “목자와 독재자는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마음만 돌아서면 순간에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Photo : ⓒ송경호 기자)

-교육자로서, 인테그리티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먼저 자기 앞에서,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합니다. 그 다음 하나님 앞에 정직해야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점점 하나님을 알지 못한 세상으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크든 작든 다 죄 아닙니까. 죄에는 경중이 없습니다. 측정은 하나님께서 직접 하실 것입니다. 컨닝해서 안 걸리면 죄가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죄를 지은 것입니다. 하나님이 아시고, 우리 양심에도 비출 수 있습니다. 양심 회복 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요즘은 기업들도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이름 -편집자 주)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 부패만 없었어도 경제 성장이 더 많았으리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정직하고 인테그리티한 것이 사회를 아름답게 하고, 우리를 경제적·정신적으로 잘 살게 합니다. 결국 그것이 우리를 위한 길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행복합니다. 자기 자신이 떳떳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학교는 세 번 컨닝하면 무조건 퇴학입니다. 강력한 교칙을 만들었습니다. 거짓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립니다. 그냥 놔두지 않아요.

거짓말을 하면, 부모 교육을 같이 합니다. 그렇다고 벌만 주는 건 아닙니다. ‘디톡스’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살아온 과정들이 있지 않습니까.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부모나 동료, 사회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이지요.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가, 마음이 어떤 음식을 섭취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바닥에서부터 바꾸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왜 잘못됐는지를 알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큐티와 잠언을 상당히 많이 강조하면서, 정직이 본인에게도 좋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인테그리티를 갖춘 리더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책에서는 지도자들의 내적 치유를 강조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은 부모가 되면 부모 학교를 다닌다고 합니다. 아이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국민의 운명을 가름하는 사람들입니다. 대단히 중요한 사람들이지요.

자신의 이기적 욕구에 의해서만 움직여서는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회와 국가를 위하고, 먼 미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극단적 포퓰리즘을 피해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정치인이 되려면, 먼저 내적 치유가 필요합니다. 국회에서 정치인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법제화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것만 한다 해서 좋은 정치인이 되는 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하나의 기준, 스탠다드가 있지 않습니까. 그 스탠다드를 알면, 거기로 가까이 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 정치인 학교, 아카데미를 기독교계에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천 국회의원들이 많은데, 정치적 득실이나 당리당략에 의해서만 움직이지 않고, 다음 세대 크리스천 정치인들을 위해 길을 닦아준다면 훨씬 더 아름다운 하나님 원하시는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