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목사 (켈러 한인 제일 침례교회 담임)
(Photo : 기독일보) 박진우 목사 (켈러 한인 제일 침례교회 담임)

미국에 유학을 와서 흑인 가계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10대로 보이는 한 훅인 여자 아이가 물건을 계산대로 가져왔습니다.

평소 때는 잔돈은 받지 않고 넘어갔지만 그 날은 주인분이 계셔서 어쩔 수 없이 잔돈까지 요구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자 아이는 투덜대기 시작하면서 지갑에서 잔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잔돈이 잘 찾아지지 않자 점점 더 화를 내기 시작하더니 힘겹게 찾은 그 잔돈을 갑자기 내 얼굴에 확 던져 버렸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잠시 숨을 한번 가다듬고 땅에 떨어진 잔돈을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잔돈을 계산대에 넣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좋은 덕을 세워야겠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그냥 참았습니다. 너무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너무 서럽고 힘들었습니다. 내일부터 그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집에 들어섰습니다.

집에 들어선 순간 임신한 아내의 힘겨운 얼굴이 보였습니다. 임신한 몸으로 온 지역을 차로 레슨을 하러 다니는 아내를 도저히 더 힘들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뱃속에 있는 우리 평강이를 함께 힘들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날 그 수치심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그런 일들은 미국 생활 내내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아마 이런 경험을 하신 분들이 분명 저 뿐만이 아닐겁니다. 아니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그러한 수치심을 참으며 힘겹게 하루하루 일하며 계실겁니다. 특히 요즘 코로나로 인해 모든 일들이 힘들어져서 더욱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 믿는 자들은 반드시 기억하셔야만 합니다. 우리를 위해 이것보다 훨씬 더 수치심을 감당하신 분이 계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이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가 되십니다. 그런데 한낱 보잘 것 없는 피조물인 우리를 위해 온갖 조롱과 수치심을 당하셨습니다. 그것으로 모자라서 십자가에 처참하게 돌아가셔야만 했습니다. 왜일까요?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하나님이 무시하면서 전혀 죄책감 없이 뻔뻔스럽게 죄를 지으며 그 분을 조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시와 조롱을 감당하고 계십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신을 조롱거리를 만드는 그 수치를 감당하게 계신겁니다. 왜일까요?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여전히 수치심을 참으며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분이 우리로 인해 수치심을 당하셨고 여전히 수치심을 감당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그 분이 우리를 지금도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서 하나님에게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사 5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