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환경 악화되면 악의에 가득 찬 존재자 돌변
젊은 세대 '올바르게 사는 법' 거의 훈련받지 못해
연장자들도 비슷했을 듯... 시청자마저 없었다면?
신앙양심과 헌신적 모범과 순종의 지도자들 필요

최근 방송계와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유튜브 웹예능 <머니게임>. ⓒ유튜브
최근 방송계와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유튜브 웹예능 <머니게임>. ⓒ유튜브

◈리얼리티 예능의 현실성: <머니게임> 설정의 높은 현실성과 젊은 세대의 호응

유튜브의 영향력이 공중파 및 케이블TV의 영향력을 점차 능가하는 가운데, 높은 인지도를 가진 유튜버들이 기존 방송업계에서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을 기획,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개중에는 대중문화계 전반의 관심을 집중시킬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는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다.

<머니게임>은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유튜브 웹예능 프로그램으로, 오픈된 지 약 한 달만에 회당 평균조회수 500만을 기록했다. 주로 20, 30대 젊은 연령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프로그램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연출상 약점과 특정 출연자를 둘러싼 인성 논란으로 초반부 인기를 크게 잠식하기는 했지만, 최근 방송계에서 발표된 예능 중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머니게임>의 규칙은 단순한 편이다. 8명의 참가자가 14일 동안 밀폐된 공간에 모여 생활하면서 한정된 생활비를 나눠서 사용하고, 최후까지 퇴소하지 않고 버티는 참가자들이 남은 금액을 상금으로 나눠 갖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된다.

해당 프로그램이 젊은 연령대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요소는 첫째, 참가자들 사이의 치열한 머리싸움과 감정대립이 주는 박진감과 즐거움이고, 둘째로는 프로그램 자체의 설정에 대한 감정이입일 것이다.

워낙 참가자들 사이의 대립 장면이 자극적이었던데다, 프로그램 후반부에는 방송 이면에서 일부 참가자들의 상금분배 담합과 갑질, 이간질이 문제시되면서 묻혀진 감이 있지만, <머니게임>의 프로그램 설정 자체는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을 만 했다.

<머니게임>의 설정은 현실 반영에 충실해야 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핵심 덕목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

<머니게임>의 설정은 최근 한국 사회 젋은이들의 삶을 제대로 압축해 보여준다. 갈수록 심화되는 실업 문제, 가족 해체와 1인가구 증가로 인한 삶의 안전망 상실, 주거공간 확보가 힘들어 좁은 공간에 고립되다시피 살아가는 모습, 한정된 경제력을 가지고 같은 연령대 젊은이들과 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우리 젊은 세대의 삶의 현실 등은 <머니게임>의 삭막한 배경 설정과 닮아있다.

이렇듯 '리얼'한 설정 덕에 <머니게임>은 적나라한 사회적 실험의 현장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의 현장에서 일부 출연자들은 비교적 절제된 생활태도를 보여준 반면, 일부 출연자들은 각박한 상황에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저열한 모습들을 골고루 보여줬다.

이로써 이 프로그램은 이기적이고 감정에 치우친 삶을 사는 이들이 오늘날 각박한 삶의 현실에서 어떻게 사회적 결속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고립되어가는지를 보여준다.

머니게임
▲웹예능 <머니게임>의 원작 네이버 웹툰, <머니게임>.

◈리얼리티 예능과 현실: 올바른 삶을 훈련받지 못한 비극

<머니게임>을 통해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인간은 스스로의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갈 힘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올바른 방향'이란 상식적인 수준으로 생각했을 때의 올바름, 즉 근면, 성실, 절제, 양심, 배려, 공존 등의 덕목을 지키는 삶을 말한다.

다행히 삶의 상황이 좋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삶의 질이 열악해진 상황에서까지 인내하며 올바르게 살려고 힘쓰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머니게임> 참가자 대부분은 각박한 통제와 빈곤, 그리고 치열한 견제와 경쟁의 상황에 놓여 있다. 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지극히 한정된 경제적 자원을 음주와 흡연에 써버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우승 상금 규모를 키우기 위해 다른 참가자들을 일찍 탈락시키려 신경전을 벌이는 이들도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젊은 세대가 최소한으로라도 '올바르게 사는 법'을 거의 훈련받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회적 실험이 되어버렸다.

참가자 전원이 악의적 행동을 일삼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중에 인내심을 가지고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출연자들마저, 서로 간 갈등과 심적 부담이 커져가면서 점차 절제된 모습을 잃어버리곤 한다.

젊은 세대뿐일까? 연장자들을 출연시켜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듯하다. 만일 저 상황에서 저들을 지켜보는 눈, 즉 일반 시청자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황은 더욱 더 크게 악화되었을 것이다.

대중의 지탄을 받을 위험이 없었다면, <머니게임> 원작 웹툰에서와 같은 비극이 벌어졌을 것이다. 원작 웹툰에서는 주인공 8호 참가자를 제외한 전원이 음주, 질병, 갈등으로 인한 싸움과 살해 시도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다.

이 지점에서 결국 우리가 얻는 교훈은 하나다. 인간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된 상황에서, 삶의 환경이 악화되면 악의에 가득 찬 존재자로 돌변한다.

<머니게임> 참가자들 가운데 영리한 이들이 나름 양심적이고 성실한 태도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려 노력한 이면에는, 프로그램 방송 이후 시청자 반응으로 인해 얻게 될 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었을 것이다.

머니게임
▲<머니게임>의 한 장면, 참가자가 생활비를 음주에 낭비하고 있다. ⓒ유튜브

그렇다면 우리 현실의 삶은 어떠한가? 각박하고 삭막한 경쟁의 현실에서 사람들이 그나마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 내부에서의 평판과 인간관계를 의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삶의 상황이 자신의 사회적 평판과 인간관계를 의식하기 어려울만큼 악화되는 상황에 이르면, 대다수의 사람은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마저 쉽게 저버리기 일쑤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 특히 코로나19 발발 이후 삶의 현실은 이렇듯 인간이 최소한의 삶의 원칙들을 무너뜨리기 쉬운 상황으로 내달리고 있다.

한 개인이 속한 공동체가 갖는 인간 퇴락의 억지력은 인간관계 축소와 고립으로 인해 약화되고 있고, 심화되는 실업과 경제적 빈곤은 양심과 윤리, 배려의 삶에 전혀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가 삶의 어려움과 각박함으로 인한 인간 본성의 질적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추락하기 쉬운 본성과 사회적, 공동체적 통제의 힘을 아득히 초월하는 절대자에 대한 신앙이 필요하다.

그것도 자기 삶의 현실과 별 상관이 없게 느껴지는 교리에 대한 이론적 믿음이 아니라, 삶의 순간들을 지배할 수 있는 강렬하고 실천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세계 교회사 전체를 살펴볼 때, 오늘날 한국 사회와 같이 사회 구성원들의 삶이 무너져갈 시점에서 신앙의 양심과 헌신적인 순종의 모범을 보인 지도자들이 있는 국가나 지역에서는, 획기적이라 할만한 전도의 결실이 맺어졌다.

사회가, 타인들의 시선이 지켜주지 못하는 양심과 윤리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지켜줄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준 것이다.

산업혁명의 물결로 전통적 사회, 경제질서가 무너져가던 18세기 중후반에는 영국의 존 웨슬리가 농민과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복음 전파의 물결을 일으켰고, 비슷한 시기 아메리카 식민지에서는 조나단 에드워즈가 개척지에서 겪는 삶의 고난으로 인해 아메리카 이주 초반의 청교도 신앙 정신을 상실해 가던 이주민들 사이에서 대각성운동을 일으켰다.

머니게임
▲<머니게임>의 한 장면, 참가자 간 갈등으로 몸싸움이 벌어졌다. ⓒ유튜브

오늘날 한국에도 이처럼 믿음과 헌신, 그리고 신앙의 양심 측면에서 탁월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절실히 필요한데 막상 그런 지도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영향력 있는 목회자들 다수가 개인적인 도덕성이나 목회윤리 측면에서 자주 약점을 드러냈고, 이러한 문제들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교회가 고결한 삶을 살기 위한 지침을 줄만한 역량을 상실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한국인들 전체가 현실판 <머니게임>에 몰입해 있는 상황을 방관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계속>

박욱주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