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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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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교수의 조직신학 에세이 4] 성화의 방편과 수단

정성욱 박사님이 본지에 '조직신학 에세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게재합니다. 정성욱 박사님은 세계적인 복음주의 신학자로,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학위(M.Div.)를, 영국 옥스퍼드 대학 신학부에서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 지도 하에 조직신학 박사학위(D.Phil.)를 받았습니다. 현재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신학대학원(Denver Seminary) 조직신학 교수이자 아시아 사역처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사람이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님과 구주로 믿고 영접할 때 회심 (conversion)의 사건이 일어난다. 이 회심의 순간, 죄사함, 거듭남, 성령의 인치심과 내주 (성령세례), 그리스도와의 연합, 칭의, 양자됨, 확정적 성화의 사건들이 거의 동시적으로 일어난다. 이어서 성도는 점진적이고 실재적인 성화의 과정에 진입한다. 성화의 과정은 죽었던 죄인의 영혼이 거듭나 새로운 생명을 얻은 후 영적으로 자라나는 과정이다. 거듭남과 중생의 사건에서 성도는 완전히 성숙한 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영적인 어린 아기 (spiritual baby)로 태어나게 되며,  계속적인 영적 성장 (spiritual growth), 영성형성 (spiritual formation) 그리고 영적 성숙 (spiritual maturity)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다고 칭함을 받은 성도는 성화의 과정을 통해서 실재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영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성화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성격, 기질, 태도, 생각, 언어, 행동에 있어서 실재적인 변화를 경험하며 영적으로 자라게 된다.

하나님은 성도가 점진적, 실재적 성화의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성화의 방편들 (means of grace)과 수단들을 마련해주셨다. 그것은 육신적인 신생아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그 신생아의 성장을 위해 여러 가지 방편들과 수단들이 사용되어지는 것과 같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어머니의 젖을 먹어야 하고, 기저귀를 차야 하며, 적절한 수면을 취해야 하고, 또 자주 몸을 깨끗하게 씻음으로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전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하며, 혹시 질병에 걸리게 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다. 영적인 신생아로 태어난 우리 역시 영적인 젖, 기저귀, 수면, 청결, 예방접종, 운동, 치료 등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다면 성화의 과정에서 하나님이 허락하신 방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첫째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영적인 양식이다. 신령한 젖이다 (벧전 2:2). 따라서 거듭나고 중생한 성도는 하나님의 말씀을 먹어야 한다. 먹을 때에도 체계적으로 잘 먹고, 또  소화를 잘 시켜야 한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우유나 식물 같은 말씀을 먹고, 점점 영적으로 자라나면 딱딱한 밥과 고기 같은 말씀을 먹어야 한다. 골고루 영양가 있게 먹어야 하고, 동시에 말씀에 기초한 교리들을 먹음으로써 영적인 영양분을 균형 있게 잘 섭취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듣고, 묵상하고, 암송하고, 연구해야함은 물론이다. 성도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을 깊이 알아가게 되며, 이러한 신지식은 우리를 영적으로 성숙하게 한다.

둘째는 기도이다. 기도는 신자의 호흡이라고 할 정도로 성도의 영적 성장/성숙과정에 필수적이다. 하나님의 말씀과 진리에 뿌리 박힌 기도는 성도와 하나님을 영적으로 연결시켜 준다. 우리가 기도하고 하나님이 응답하심을 통해서 하나님과 성도 사이에는 깊은 인격적 교감이 형성된다. 성도는 무시로 기도하며, 골방에서 기도하고, 특별한 제목을 가지고 기도하며, 때로는 금식하며,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한다. 기도는 우리가 주님과의 깊은 교통을 누리게 해주고, 영적인 힘을 공급해주며,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기도는 영적인 노동이라고 불린다. 우리의 무릎을 하나님 앞에 꿇고 우리의 필요와 소원을 아뢴다는 것은 인간의 교만을 꺾는 일이기에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성도는 기도라는 영적 노동을 통해 영적인 근육을 기르고 자라나게 된다.

셋째는 성도의 교제이다. 예수님을 동일한 주님으로 고백하는 성도들은 주님의 몸 된 교회 공동체 속에서 깊은 영적 교제를 누리게 된다. 이 영적 교제는 서로 사랑하고, 서로 용서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서로 격려하며, 서로 위로하며, 서로의 짐을 지는 모습으로 드러나게 된다. 교회 공동체 속에서 이뤄지는 성도간의 교제가 없다면 성도의 영적 성숙은 더딜 수 밖에 없다. 성도의 교제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부차적인 것이 아니다. 성도의 삶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하기에 오늘날 교회를 떠나 신앙생활을 도모하려고 하는 사람들, 소위 가나안 성도들은 그들의 의도가 어떠하든 매우 깊은 어리석음에 빠져 있는 것이다.

넷째는 성례 즉 성찬 (the Lord's supper)과 세례 (baptism)이다. 주님께서 성찬과 세례를 교회의 성례 (sacrament)로 세우신 것은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적 성숙을 위한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귀로 듣는 말씀 (the audible Word of God)이라면, 성찬과 세례는 눈에 보이는 말씀 (the visible Word of God)이다. 성찬에 참여함을 통하여 우리는 주님의 고난과 죽으심을 기념하고, 부활하셔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의 임재를 누리고, 장차 영광 중에 다시 오실 주님을 대망하게 된다. 세례에 참여함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죄를 씻으시는 주의 보혈을 예찬하며, 주의 죽으심과 연합하여 죄에 대하여 죽고, 주의 살으심과 연합하여 의에 대하여 살게 된 우리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면서 성화과정을 걸어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다섯째는 예배다. 결국 위에서 언급한 하나님의 말씀, 기도, 성도의 교제, 성찬과 세례 등 모든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것이 예배임을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예배시에 부르는 찬양은 곡조있는 기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의 성화를 위한 방편과 수단으로 주신 모든 것들이 예배 속에 녹아져 있음을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공적인 예배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성화의 방편과 수단들을 소홀히 하는 것이기에 심히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주님은 우리가 가정에서 드리는 예배와 온라인으로 드리는 예배도 흠향하신다. 그리고 우리의 삶 자체가 주님께 드리는 예배, 영적 제사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온성도가 함께 모여서 공적인 예배를 드릴 때 우리는 성화의 방편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되므로 영적인 성숙을 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말씀, 기도, 교제, 성례, 예배와 같은 전통적이고, 통상적인 성화의 방편들 외에 최근 복음주의권에서 강조되고 있는 성화의 방편에는 영성훈련 (spiritual discipline)이 있다. 복음주의 영성신학자들은 성화의 과정을 "영성형성" (spiritual formation)의 과정이라고 부르며, 영성형성을 위해서 영성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강조하는 영성훈련에는 금식, 고독, 침묵, 영성일기, 하나님의 임재연습, 묵상, 안식 등이 포함된다. 이런 영성훈련들이 성화과정에서 적절하게 사용된다면 그리스도인들의 영적 성장과 성숙에 큰 유익을 줄 것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성장에 필요한 요소들이 적절하게 공급될 때 그 신생아는 유아의 단계로부터 유치원의 단계로, 그리고 이어서 초등, 중등, 고등, 대학의 단계로 성장해 가게 된다. 마찬가지로  주님이 주신 성화의 방편들을 건강하게 활용할 때 영적으로 갓 태어난 성도는 점진적으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 (엡4 :13)이라는 목표를 향하여 건강하게 자라게 된다. 주님이 마련해 주신 성화의 방편들을 균형있게 활용할 수 있는 깊은 지혜가 우리 모든 성도에게 절실하게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