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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시를 읽어야 봄맛

기독일보 news@christianitydaily.com

입력 Apr 15, 2019 03:46 P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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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박사
김형태 박사

4월은 완전히 봄이 무르익는 시간이다. 청명, 한식은 식목(植木)의 적기이고 곡우도 농사에 중요한 절기이다. 농촌에서는 거의 낮시간을 농토에서 보내게 되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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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초조목피니 보리고개니 하는 배고픈 경험의 달이기도 하다. 해는 길고 배는 고프고 일은 많이 하니까 매우 고달픈 달이기도 하였다. 이제는 시인들의 촉촉한 시를 통해 윤택한 인간 삶을 구가해 보자.

① “그럴싸 그러한 지 솔잎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 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밭아래 들려다/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라/ 내 생각 엉 기울 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타 말고 헤쳐본들 어떠리”(정인보/ 조춘)

② “송찻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박목월/ 윤사월)

③ “사춘기 시절 등굣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그 계집에,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자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 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 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 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가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정일근/ 4월에 걸려온 전화)

④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 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 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 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박남수/ 4월 비빔밥)

⑤ “절을 에워싼 산빛이 수상하다/ 잡목 사이로 여기저기 펄럭거린 진달래/ 담청 엎질린 것 같다/ 등산로를 떠나 한 무리/어린 여자들이 내려와서 마을쪽으로 사라진다/ 조용하라, 조용히 하라, 마음이여/ 절을 에워싼 산빛이 비릿하다”(문민수/ 4월)

⑥ “여기저기 봄꽃들 피었다/ 가로수 왕벚꽃 화려한 왕관을 쓴 채/ 임대아파트 울타리에 매달린 어린 개나리를 내려다보고/ 철없는 목련은 하얀 알몸으로/ 부잣집 정원에서 일광욕을 한다/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다/ 화려함이 다르고, 눈높이가 다르고, 사는 동기가 다르지만/ 그것으로 서로를 무시하지 않는다/빛깔이 다르지만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한승수/ 4월)

⑦ “바람의 힘으로, 눈 뜬 새싹이 나풀거리고/ 동안거 끝낸 새 잎이 파르르/ 목단꽃 같은 웃음 사뿐사뿐 보낸다// 미호천 미루나무는, 양 손 흔들며 환호하고/ 조치원 농원에 옹기종기 박힌, 복숭아나무는 복사꽃 활짝 피우며/ 피안대소로 벌들을 유혹하고// 산수유, 개나리, 목련화는, 사천왕처럼 눈망울 치켜뜨고/ 약동의 소리에 귓바퀴 굴린다// 동구 밖 들판에는, 달래, 냉이, 쑥, 씀바귀가/ 아장아장 걸어 나와, 미각 돋우다 추파 던지고/ 둑방길에는 밥알같은, 조팝나무 흐드르러지게 꽃을 피운다”(반기룡/ 4월)

농익은 봄 기도에 새로운 소망, 새로운 출발에 하늘의 축복도 함께 한다. 이제 하나님이 준 자연은 싱그럽고 아름다우니, 그 안에 사는 우리 인간들만 좀 더 착하고 둔하고 멋있으면 되겠다.

같은 시대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사람끼리 사랑하고 아끼기를 힘써야 한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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