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오전에는 평양노회 종교인과세 세미나를 한 후 부랴부랴 이어령 교수님을 찾아갔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그 분이 얼마나 위대한 분인가 다 알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분을 뵐 때마다 항상 45도 각도로 인사를 드립니다.

그날도 그렇게 인사드리고 안부를 여쭈었습니다. "교수님, 암과 투병 하시느라 얼마나 힘드세요? 진작 찾아뵙고 싶었지만 찾아뵙는 것 자체도 누가 될 것 같아 마음으로만 기도를 했습니다."

"목사님, 나는 힘들지 않습니다. 주님께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습니다. 살려 달라고 몸부림치는 그 시간에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은 글을 남기려고 합니다. 요즘은 이런 기도를 합니다. 예수님,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얼마나 외로우셨어요. 제가 대신 말동무를 해 드릴게요. 저에게는 그냥 소중한 하루하루를 값지게 살게 해 주세요."

그래서 저는 이런 제안을 드렸습니다. "교수님, 교수님은 주님께 살려달라는 기도를 하지 못하지만 제가 대신해서 교수님의 생명을 연장해 달라고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간절하게 기도를 해 드렸습니다. 저의 기도의 간절함과 진정성이 이어령 교수님의 가슴에 큰 감동을 주는 듯 느껴졌습니다.

기도 후에 식사 하면서 제가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교수님, 요즘 한국교회를 어떻게 보시는가요? 건강하실 때 보셨던 한국교회와 암과 투병하면서 보는 한국교회를 보시는 시각이 아무래도 다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네. 병들어서 한국교회를 바라보니까 한국교회가 더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3.1운동 때의 한국교회와 지금의 한국교회는 너무나 다르다고 말하죠. 심지어는 지금의 한국교회로는 이 시대와 사회를 이끌어갈 수 없다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상 완전한 교회는 없었습니다. 때 묻고 오염된 때가 더 많았지요. 이게 지상 교회의 한계이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메시야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더 중요한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윤리와 정신보다 하나님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모든 것을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보고 말씀하시고 행동하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한국교회가 애타게 갈망해야 할 것은 바로 메시야이지요."

"그러면 교수님, 저는 글을 쓰고 문화예술 활동을 하여 좋은 이미지도 얻게 되었지만 한국교회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 전면에서 활동을 하느라 불필요한 오해와 공격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 소모를 할 때마다 저도 가끔은 갈등할 때가 있습니다. "

"그게 바로 소금의 역할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소금이 그대로 있으면 안 되죠. 소금은 반드시 녹아야 제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방관자가 되어 너무 죄송할 뿐입니다. 사실 문인들은 욕먹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럽게 생각하지요. 그래서 3.1운동을 하였지만 후에 친일 성향으로 갔던 문인들도 있었지 않습니까? 예수님 제자들을 보십시오. 이미지 소모는 고사하고 다 주님을 위해 죽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목사님도 살기 위해서 그런 일을 하면 안 됩니다. 목사님이 죽으려고 하면 그게 바로 소금이지요. 성스러운 자가 악마 취급을 당하기도 하는 걸 보면 가슴 아픈 시대입니다. 요즘은 하나님의 침묵이 너무 길게 느껴지지요. 바로 이런 때에 모세 같은 리더가 등장해야합니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비둘기 같은 순결함도 있어야 하지만 뱀처럼 교활하고 지혜로운 전략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무조건 시위만 하고 싸우려고만 하지 말고 때로는 살기 위해서, 혹은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타협을 하고 협상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교수님, 마지막으로 글을 쓰시는 분으로서 저에게 한 말씀 더 해 주신다면..."

"요즘 피보다 진한 것이 글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피는 맹목적인 사랑을 하게 하지만 글은 순수한 사랑을 하게 해 주지요. 좋은 글을 통해 감동을 주면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그 영향력이 오래오래 가게 만들어 줍니다. 나는 요즘 가족들보다 내 글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좋다 하는 식품들을 보내줘서 그걸 대할 때마다 한 끼, 한 끼가 울먹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목사님도 더 많은 글을 쓰세요. 생명의 글, 특히 영혼을 움직이는 글을 많이 쓰시죠."

이 말을 듣고 저는 더 감동하여 이어령 교수님의 머리에 손을 얹고 눈물로 기도를 해 드렸습니다. 참으로 눈물이 마음의 바다에 폭풍을 일으키고 해일을 일으키는 뜨거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감격과 눈물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어령 교수님의 젊음이여, 당신의 저서처럼 다시 탄생해 보세요. 아, 그의 젊음이여, 글이여, 영혼이여, 다시 한 번 탄생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