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서 발간했던 독립신문과는 다른 자료
3.1운동 100주년 맞아 소장 자료들 흔쾌히 기증

한국기독교 100주년기념교회(이하 100주년기념교회)에서 운영하는 양화진문화원/기록관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1919년 3월 3.1운동 소식을 담아 평양에 뿌려졌던 등사판 '독립신문' 원본을 지난 8일부터 서울 합정동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내 양화진홀(양화진 선교사 전시실)에서 최초로 공개하고 있다.

이 자료는 양화진묘원에 안장돼 있는 아서 웰본(Arthur G. Welbon) 선교사의 아들인 헨리 웰본(Henry G. Welbon)이 15세였던 지난 1919년 3월, 평양외국인학교 부근 언덕에서 주웠다 보관해온 것이다.

이 신문 원본은 당시 지하 독립운동가들이 등사판으로 등사해 평양에 뿌린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자료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서 거주 중인 아서 웰본 선교사의 손녀 에비 여사가 소장해온 것으로, 원본 보존을 위해 박판을 입힌 상태였다고 한다.

자료 분석 결과 이는 1919년 평양 지역 3.1운동과 관련하여 당시 배포된 원본이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일반 공개되는 자료가 됐다. 또한 이 자료는 1919년 중국 상하이에서 발간했던 독립신문과는 다른 자료인 것으로 확인됐다.

100주년기념교회 측은 지난 2014년부터 홀 선교사와 웰본 선교사의 유물과 유품을 전시하며, 선교사 후손들과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100주년기념교회 김영준 목사는 지난 1월 로제타 홀 선교사의 손녀 필리스 홀 킹 여사의 추모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고, 웰본 선교사의 손녀 프리실라 웰본 에비 여사를 예방했다.

그 자리에서 에비 여사는 2019년이 3.1운동 100주년이 된다는 말을 듣고, 소장해 오던 1919년 자료 일부를 흔쾌히 기증했다고 한다. 그 중 독립신문 1919년 3월 원본이 첫 선을 보이게 됐다.

헨리 웰본은 1946-1947년 국내에서 미군정청 통역관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김영준 목사는 "100년 전 15세 소년이 평양 언덕에서 주워 간직하던 독립신문이 100년 만에 태평양을 건너 다시 한국으로 잠시 와 있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감사함과 보람을 느낀다"며 "그간 우리의 역사를 소중히 보관해 주신 웰본 가(家)에 깊이 감사드리고, 이들의 귀한 섬김과 한국 사랑이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김승태 소장이 원본 내용을 활자화해 해석한 것과, 양화진문화원/기록관에서 현대어로 풀어쓴 것 중 일부.

독립신문 (제1호)

△ 오늘이 어느 날이뇨
만공(滿空)의 혈성(血誠)으로 양식을 삼고, 사천삼백년의 장구(長久)한 역사, 이천만의 피 같은 동족을 통해 세계 평화를 공모(共謀)한 우리 조선독립단이여, 오늘이 어느 때뇨. 성자신손(聖子神孫) 우리 민족을 자유활동, 태평복락(太平福樂)을 전(傳)하여 줌이 당연치 아니한가.

오늘이 어떤 날인가.
공중에 가득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을 양식으로 삼고, 4천 3백년의 장구한 역사, 이천 만의 피 같은 동족을 통해 세계 평화를 함께 도모한 우리 조선독립단이여. 오늘이 어느 때인가. 임금의 자손인 우리 민족에게 자유활동과 태평복락을 전해 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 주의(主意)하여 없이 할 것 전염병(傳染病)이 생길 모양
인심(人心) 소회(所懷)를 발표함은 언사(言辭)요, 인민(人民)의 정서현상(情緖現狀)을 표현(表現) 공고(公告)함은 세계 문명을 지배하는 적은 신문장(新文章)이 아닌가. 현시(現時) 조선에 많이 유행하는 매일신문(每日新聞,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每日申報]를 잘못 표기한 것 같음), 매일신문은 다 위조언(僞造言) 허망필설(虛妄筆舌) 혹은 인민을 암흑한 구렁텅이로 인도하는 필설(筆舌) 부설(腐說)뿐이니 그 소위(所爲)가 어찌 그리 무례하며 어찌 그리 잔악(殘惡) 패류(悖謬)한가. 신용할 이 누구인가. 매일신문아 네 병은 재(在) 경각(頃刻)이라

전염병이 생길 모양이나 주의하여 없이 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속에 평소 품고 있는 뜻을 발표한다는 것은 말씨요, 인민의 갖가지 감정현상을 표현하고 공적으로 고함은 세계 문명을 지배하는 작으면서도 새로운 문장이 아닌가. 지금 이 때에 조선에 많이 유행하는 매일신문(당시 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의 오타)은 다 거짓되고 조작된 말이요, 거짓되고 허무한 글과 말, 혹은 인민을 어둠의 구렁텅이로 인도하는 글과 말, 패역한 말 뿐이니, 그 하는 일이 어찌 그리 무례하며 어찌 그리 잔악하고 사리에 어긋나 일을 그르치는 것인가. 신용할만한 이가 누구인가. 매일신문아, 네 병은 그저 잠깐 동안일 뿐이다.

△ 경성시보(京城時報)
삼월 일일부터 지금까지 경성(京城) 우리 동포 각 상점에서는 일절 철전(撤廛)하고 우리 독립의 선도자들을 위하여 단결하며 일인측과 일절 거래를 정지하였는데 저 간사한 관리측에서는 강제(强制) 위혁(威嚇)으로 개전(開廛)하라 하는 모양이나 저항하고 강경한 태도 철석(鐵石)이라 하니 패강(浿江, 평양을 말함)의 우리 동족은 어떠한가.

경성시보
3월 1일부터 지금까지 서울에 있는 우리 동포 각 상점에서는 일절 문을 닫고 영업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 독립의 선도자들을 위하여 단결하며, 일본인 측과 일절 거래하지 않고 멈추고 있는데, 저 간사한 관리 측에서는 강제적으로 위협하고 화를 냄으로 영업을 하라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 동포들은 여기에 저항하고 강경한 태도에 굳건한 마음이라 하니 평양의 우리 동족은 어떠한가.

△ 총칼이 정신을 뺏을가
개성(開城) 근방에서는 저 간악한 자들이 백지에다가 나명(羅名)하여 날인(捺印)을 하여달라고 한다지. 무슨 흉계일까. 우리 기성(箕城, 평양성)에도 있던 걸 거기다 날인한 자 있다 하니 그런 무당고자는 당사무석(當死無惜)이라

총칼이 정신을 뺏을 수 있는가.
개성 근방에서는 저 간악한 자들이 백지에다가 이름을 적고 날인을 해달라고 한다. 무슨 흉계일까. 우리 평양성에도 있던 걸 거기에 날인한 자 있다 하니, 그런 무당고자는 당연히 죽어도 애석함 없을 것이다.

△ 조선혼(朝鮮魂)
평양공립고등보통학교 학생 전체는 만공(滿空)의 열성으로 조국을 생각하고 자기 동창의 귀감(龜鑑)을 생각하는데 교장인 작자는 자기 정신 팔겠다고 야단하다가 도리어 학생의 말총맞고 물러가고 학생은 일반휴학. 경성 어떤 ○○학교 십세미만 생도들은 일절 일본말을 아니쓰고 동맹하여 시험을 아니하니 교장은 낙루(落淚)로다. ○ 사랑하는 내 동포여 나는 이미 갔소이다. 내 피는 줄줄이 흘렀소이다. 나는 방년 십세라. 좌우 동(動)키 어려우나 내 동족 내 나라 내 주권 내 자유 내 강토 생각하니 저 폭탄이 내 머리를 깨뜨리고 내 몸은 황천객(黃泉客)이 되지마는 내 혼은 애국혼(愛國魂) 내 동포여 내 동포여 독립 자유 억만세 길이길이 더운 피 애국혼.

조선혼
평양공립고등보통학교 학생 전체는 공중에 가득한 열성으로 조국을 생각하고 자기 동창에게 본보기가 되고자 생각하고 있는데, 교장인 작자는 자기의 정신을 팔겠다고 야단하다가 도리어 학생에게 말총을 맞고 물러갔으며, 학생은 일반휴학을 하였다. 경성 어떤 OO학교 10세 미만 생도들은 일절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고, 동맹하여 시험을 보지 않으니 교장은 눈물을 흘림이라. O 사랑하는 내 동포여, 나는 이미 갔소이다. 내 피는 줄줄이 흘렀소이다. 나는 방년 10세라. 좌우로 움직이기 어려우나 내 동족 내 나라 내 주권 내 자유 내 강토 생각하니 저 폭탄이 내 머리를 깨뜨리고 내 몸은 저승으로 가게 되나, 내 영혼은 애국혼이라. 내 동포여, 내 동포여. 독립 자유 억만세 길이길이 뜨거운 피 애국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