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계 안팎에서 가장 눈에 띄게 활동하는 이가 있다면 바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다. 여러 기독교 관련 행사에서 그의 이름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엔 한국인 최초로 미국 국가조찬기도회의 개회식 격인 오찬기도회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목사가 이 자리에 선 것도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한다. 또 그가 속한 교단인 예장 합동총회 제104회 부총회장 선거에서 그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에게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동성애 반대 등 소위 '보수'로 분류됐던 소 목사의 최근 행보가 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 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소강석 목사
▲소강석 목사. 그는 "나는 초지일관이다. 바로 성경의 가치를 지키는 데 있어 그렇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나는 완전히 보수적이다. 성경의 가치와 기독교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감옥에 갈 용의도 있고, 순교도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새에덴교회

"美 여야 의원들, 트럼프 어깨에 손 얹고 기도하는 모습 감동"

-미국 국가오찬기도회 메신저로 어떻게 초청받게 되었나?

"알다시피, 지난 12년 동안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교회로 초청해 섬겨왔다. 또 작고하신 더글라스 코어 미국국가조찬기도회 회장과도 친분이 있었다. 그 분이 저를 신뢰하셨다. 이런 점들이 미국 상원에서 나를 메신저로 초청한 이유가 아닌가 한다."

-미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며 무엇을 느꼈나?

"미국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추구해야 할 공익, 바라보아야 할 비전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 자리에서 더욱 확고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미국 국가조찬기도회에는 그런 영적 힘과 에너지가 있었다. 우리나라 국가조찬기도회에선 대통령 참석 여부가 다소 관심이 되지만 여기선 대통령 참석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번에 여야 상원 의원들이 대통령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3.1운동 100주년, 한국교회 연합했으면"
"부총회장? 내 의지보다 주님 부르심 중요"

-며칠 있으면 3.1절 100주년이다. 교계에서도 여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 행사들을 통해 3.1절 100주년의 깊은 의미를 다시 새기고 기렸으면 좋겠다. 다만 일회성 이벤트로만 그치지 않길 바란다. 100년 전 3.1운동의 정신과 목표를 다시 돌아보고 그것을 오늘날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그런 통시적 행사가 마련됐으면 한다.

또 하나는 연합이다. 몇 명이 모이건 전체가 하나 되어 3.1절 100주년을 맞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또한 3.1운동의 정신이다. 100년 전 우리 믿음의 선조들은 종교를 떠나 나라의 독립을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오늘날 기독교 안에서만이라도 꼭 하나가 되길 바란다."

-일본의 기독교인들이 3.1절을 앞두고 한국을 찾아 새에덴교회에서 일제 당시 한국에 신사참배 등을 강요한 것을 사과한다고 들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세 번째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서로 갈등하고 대립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예수 안에서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하나 되어야 한다. 한일 간 화해와 화목을 이루는 일에 기독교가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교단 차기 부총회장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선거에 나간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러나 대비는 해왔다. 중요한 것은 내 의지와 결심보다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그 동안 나름대로 여러 사역을 해왔는데, 그 때마다 한국교회 연합이 아쉬웠다. 특히 대정부, 대사회 활동을 할 때 그랬다. 그래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에 만약 총회장이 된다면 최우선적으로 총회를 섬기겠지만,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드는 일에도 리더십을 발휘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이를 위해 하나님이 나를 쓰신다면 기꺼이 응답할 대비를 해왔다."

-교계 연합기관이 하나 될 수 있을까?

"하나님이 하실 것이다. 연합기관의 본질은 단순히 그것을 운영하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는 한국교회의 공익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있다. 그러자면 꼭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대표성이 생겨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 종교인 과세나 개헌, NAP 등에서 이 상황까지라도 막은 것은 비록 소수지만 한국교회에 선구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하나 된 연합기관의 힘도 필요하다. 교권을 내려놓고 하루빨리 하나가 되길 소망한다."

"이 정부 '동성애' 표현 안써... '소통'으로 궤도 수정"
"난 정파적이지 않아... 좌도 우도 포용하는 게 목사"

-정권이 바뀌자 전처럼 동성애 반대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 정부는 동성애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대신 인권, 성평등, 젠더 같은 용어를 쓴다. 그러면서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차별 없는, 인권이 존중되는 나라를 만들자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예전과 똑같은 전략으로 반동성애만 외칠 것인가? 물론 그런 목소리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이 정부와 소통해 실질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걸 얻어낼 수 있는 전략도 있어야 한다. 내가 이런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한 것으로 보면 된다. 저들이 전략을 바꾸었기에 우리도 새로운 전략으로 맞대응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만나서 진정한 인권과 차별금지가 무엇인지, 설득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래서 일단 막고, 일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그간의 보수성이 약해졌다는 시각이 있는데.

"사람은 항상 자기 입장에서만 보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초지일관이다. 바로 성경의 가치를 지키는 데 있어 그렇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나는 완전히 보수적이다. 성경의 가치와 기독교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감옥에 갈 용의도 있고, 순교도 각오하고 있다.

그러나 정파적이지는 않다. 극우도 극좌도 아니다. 지난 12년 동안 매년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그들을 섬긴 건,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지난 날의 아픔을 기억해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즉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초청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 하니까 좌로 치우친 것 아니냐 하는데, 평화에 좌와 우가 어디 있나? 좌도 우도 포용하는 게 목사다.

내가 만약 보수 정권 시절 야당 의원들을 비롯해 진보 진영 인사들과 대화하고 교류하지 않았으면, 지금 이 정부와 소통하고 기독교 현안에 있어 기독교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었을까?"

"김정은 위원장 안에 19세기와 21세기 공존"
"北에서 고통받는 기독교인, 자유 얻었으면"

-북한과 관련해서도 다소 낙관적인 면만 부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북한은 항상 두 면을 봐야 한다. 양면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 안에도 두 자아가 있다. 하나는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을 농락하며 대한민국을 적화시키려고 하는 자아다. 3대를 내려오며 그 안에 뿌리박힌 철저한 공산주의 사상이 있다. 그 자아는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자아가 있다. 핵을 포기하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기에 고민하는 김정은이 있다. 왜냐? 더 이상 공포정치나 철통정치가 불가능하다는 걸 본인이 알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자멸할 수 있다'는 불안이 그 안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미국과 대화하고 핵을 포기하는 대신, 체제를 보장받고 국제사회로 나가 지도자로 인정받고자 하는 자아가 있다.

후자의 자아만 보는 이들은 김정은을 믿고 그를 대변하고 싶어 한다.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다. 반면 전자의 자아만 보는 이들은 김정은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 반드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두 김정은을 다 보아야 한다. 후자의 김정은을 보면서 대화하고 소통하며 설득해야 한다. 김정은을 국제사회로 끌어내야 한다. 미국과도 대화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개혁개방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 정부는 이것을 평화의 길이라고 보고 나도 이 점에 동의한다. 물론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전제에서다.

그러나 전자의 자아를 보면, 그를 절대 믿어선 안 된다. 그 안에 적화의 야욕이 있다. 김정은은 언제든지 평화로 위장하는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지금도 그럴 지 모른다. 그렇기에 이를 늘 대비해야 한다. 바로 국가안보다. 국방력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힘이 곧 평화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대화만 하는 게 평화는 아니다.

이렇게 김정은 안에는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고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을 거쳐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삼대 세습을 통한 주체사상과 철통·공포 정치의 태생적 의식이 바로 19세기의 그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독재자일 수밖에 없고 공포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복지가 발달한 스위스에서 공부했다. 그 안에 21세기 역시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로 하여금 북한의 개혁개방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렇기에 우리는 19세기의 안목으로만 김정은을 봐선 안 된다. 동시에 그 안에 있는 21세기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를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 어쩔 수 없이 핵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

-북한 수용소 등에서 고통받는 기독교인들이 많다.

"북한의 기독교인들이 자유롭게 광명한 세상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바란다. 기독교인이라면 믿음의 형제 자매들을 위해 항상 기도해야 할 것이다. 나 역시 식사기도를 할 때마다 '북한에서 굶주리는 동포들이 배부를 수 있는 날을 오게 하시고, 무엇보다 그곳의 기독교인들이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그 기도가 반드시 이뤄질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