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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윤 박사의 치유칼럼] 향기나는 사람들

기독일보 news@christianitydaily.com

입력 Jan 24, 2019 12:14 P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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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윤 박사
강지윤 박사

오랜 시간 인내를 가지고 치유에 임하다 마침내 심리상담을 종결하게 된 한 내담자가 수줍게 작은 선물상자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그 상자에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고운 핑크 색상의 립스틱이 들어있었다. 값이 비싸 선뜻 사기 어려웠던 고가의 립스틱이었다. 치유된 그녀의 모든 마음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어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와 함께 내민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립스틱 빛깔보다 더 고운 그 내담자의 마음을 기억하며, 매일 내 창백한 입술에 바르며 반짝 생기를 얻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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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던 마음 통증과의 사투를 끝내고 드디어 전쟁터를 떠나게 된 그들이 끝까지 함께 해준 상담전문가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종종 이메일이나 문자로 안부를 전하거나 커피 기프티콘을 선물로 보내오거나 자신이 얼마나 행복해졌는지를 보여주려고 활짝 웃고 있는 셀카사진을 보내오거나...

그 모습과 마음을 만나며, 치유된 이후에 그들은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서는 진한 향기가 난다. 그 향기는 사람들 사이에도 퍼져 그가 가는 곳마다 향기를 퍼뜨리고 있다.

치유전에 있었던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등에 따라 붙어 있었던 어둡고 퀴퀴하던 냄새는 향기로운 냄새로 바뀌었다. 치유된 사람의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향기는 주위를 밝히며 퍼져 나간다. 치유전에 그토록 증오하고 분노하던 마음이 사랑과 용서로 바뀌는가 하면, 병적인 고독으로 자살충동이 불일듯 일어나던 마음에서 살아갈 용기와 인내가 생기기도 한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고 난 후 뒤돌아 보니 그동안 치유를 이루고 떠나간 내담자들이 정말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각양 각색의 아픈 증상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었다. 그리고 마침내 건강한 마음이 된 그들을 기쁨과 슬픔을 가지고 떠나보냈다. 그들이 앉았던 테이블 건너편 의자 위에는 자욱한 향기가 남았다. 그 향기는 지친 내 마음을 어루만졌고 새로운 아픔을 어루만지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되었다.

지난해에도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이루고 떠나갔다. 십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생의 모습으로 슬픔과 외로움과 아픔에 치어 겨우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이 상담자의 도움을 받고 온 힘을 다해 치유를 이루어냈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 한 사람이 떠나간다는 것,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놀랍고 오묘한경험을 매번 하면서, 내 몸은 쇠약해졌다가 다시 회복다가,를 반복했다.

좀더 젊고 힘이 있었던 시절에는 치유의 여정에 누군가의 동행자가 되어주는 것이 크나큰 기쁨이었고 단 한 사람도 치유를 포기하지 않으려 애쓰며 열정적인 안내자가 되어주었다. 지금은 하루 이틀도 힘든 상담을 그때는 매일 쉬지않고 했었다.

너무 오래 그들의 힘든 인생을, 그 지난한 고통들을, 토하듯 들려주는 그 진한 통증을 오롯이 받아내야 해서일까. 어느 날 부터 나는 점점 상담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러다 마침내 소수의 사람만 도와줄 수 있게 되었고, 어쩌면 완전히 내려놓아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동안 내 몸은 쇠약해져갔고 회복되는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

치유된 모습을 보는 기쁨과 이별의 슬픔이 교차하는 감정이 세월이 갈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제는 좀 쉬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쳤고 아팠고 슬펐던 수많은 상처에 얽힌 사연들을 잠시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아프고 슬픈 스토리는 내 인생에 스며들어 내 것이 되어야 했다. 내 것이 되어야 그들을 깊이 공감하고 도와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치유를 이루고 떠나가면서 남기는 향기를 맡으며 다시 새힘을 얻고 회복되었다. 그래서 그 오랜 세월동안 이 일을 떠나지 못했나 보다.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또다시 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치유의 진한 향기에 감격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큰 우울과 불안을 털어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그 사람에게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맡는다.

세상에 향기나는 사람들이 많다. 힘든 중에 남을 위해 기부하는 사람들,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 부축해 주는 사람들, 버려진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데려와 정성껏 돌봐주고 기꺼이 가족이 되어주는 사람들, 위험을 무릅쓰고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향기나는 사람들이다. 위대한 사람들이다.

내게 있어서 가장 향기나는 사람들은 치유를 이룬 사람들이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영혼과 육체를 점령할 때 사람에게서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 무덤의 냄새만이 점점 더 풍겨져 나올 뿐이다. 무덤에서 일어나 새로운 세상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런 용기를 내어 치유를 시작하고, 그리하여 치유가 이루어질수록 그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는 짙어진다.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그 아픔을 치유하고 향기나는 사람들이 거리마다 넘치기를 바란다. 아동학대, 성폭력, 무수한 범죄들, 잔인하고 처참하게 희생당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대신 사랑의 향기, 치유의 향기, 용서의 향기, 배려의 향기, 그 향기들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가 향기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이 땅에서 치유된 우리에게 주님이 원하시는 모습일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추하다고 말해도 향기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그들은 치유 이후에 그 향기를 퍼뜨리며 다른 사람에게도 향기를 전염시켜 향기나는 사람이 되게 한다.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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