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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는 왜 기독교 소설인가

기독일보 이성구(서평가) news@christianitydaily.com

입력 Jan 24, 2019 10:42 A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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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문학을 만나다 31] 무엇을 보느냐가 인생을 좌우한다

돈키호테
돈키호테(400주년 기념판) | 미겔 데 세르반테스| 박철 역 | 시공사 | 732쪽 | 16,000원

저는 영화 <트랜스포머 1>을 봤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전날 1박 2일간 수련회를 다녀왔던지라 몸이 아주 피곤하여 바로 집에 가서 자려고 했지만, 같이 보자고 한 후배가 꼭 이날 보자고 하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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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은 135분. 2시간이 넘었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기했고 놀라웠습니다. 실사와 CG의 조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여파가 얼마나 대단했냐 하면, 영화를 보고 나서 한 달 동안은 보이는 자동차와 자판기, 핸드폰과 오디오 세트 등 각종 기기들이 변신해서 로봇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착각이 드는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지은 <돈키호테>입니다.

<돈키호테>는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출간됐습니다. 제가 읽은 건 2004년 시공사에서 나온 732쪽에 달하는 ‘400주년 기념판’입니다. 현재는 절판된 책입니다. 왜 이 책을 읽었고 소개하는지는 뒤에 설명하겠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라만차 지방 어느 마을에 사는 시골 귀족 돈키호테는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자신이 세운 규율을 지키려 하는 편벽한 사람입니다.

어느 날부터 기사(騎士)소설에 심취하더니 권력이 없는 기사라는 뜻의 편력기사가 되어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속 편력기사의 모험들을 직접 실천에 옮겨 자신의 이름과 명성을 길이 남기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산초 판사와 피골이 상접한 마른 말 로시난테를 이끌고 정의를 구현하러 방랑의 길에 들어섭니다.

<돈키호테>는 너무 유명한 책입니다. 이 책에 붙은 문구만 보면 성경 다음으로 이 이상의 책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고전 중의 고전’, ‘19세기 세계적 대문호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준 책’,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선정 대학교 신입생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소설가가 될 수 없다’… 이 책에 대한 상찬은 너무 많습니다. 이 문구만 보자면 열일 제쳐두고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야 할 거 같습니다.

우선 ‘왜 이 책이 기독교 소설이냐’ 하는 의문에 답을 내리겠습니다. 혹자는 ‘그냥 일반 분야의 고전이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세 시대의 유럽은 기독교의 정신, 성경의 구절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등 기독교 정신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 책을 기독교 소설로 읽은 게 아니라, 고전으로 읽었습니다. 읽다 보니 기독교 소설로 분류해도 무방할 정도로 책 곳곳에 기독교의 향기가 가득했고, 생각해 보건대 이 시대의 모든 책들이 기독교 도서라 해도 무방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기독교 문학’이라 분류되어 있지 않더라도 기독교 문화가 들어간 고전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려 하면 고민되는 게 있습니다. ‘어떤 <돈키호테>를 읽을 것인가?’입니다. 현재 ‘완역판’이라 하여 판매되고 있는 책은 열린책들 출판사의 <돈키호테 1, 2>권과 시공사에서 나온 <돈키호테 1, 2>권입니다.

먼저 나온 책은 이번에 소개한 책입니다. <돈키호테>는 원래 1, 2권으로 나뉘어 출간되었습니다. 1권은 1605년, 2권은 1615년에 나왔습니다. 시공사에서 처음에 출간 400주년이 되는 2005년 전, 2004년 말에 1권을 출간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바로 2권을 내지 않았던 건, 원래부터 2권까지 낼 예정이 없었고(그래서 초기작 표지엔 1권이라는 ‘1’이라는 숫자 없이 그냥 ‘돈키호테’라고 했습니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2015년 5월에 1권까지 전면 개정 보완하여 2권까지 낸 건,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2014년 11월에 ‘스페인어 완역판’이라는 출판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자존심이 상한 거겠죠.

돈키호테
귀스타프 도레의 <돈키호테> 삽화.

이 두 출판사의 <돈키호테>에 들어간 삽화가 ‘구스타브 도레’인 것이 같습니다. <돈키호테>의 삽화 중 가장 세밀하고 유명하다고 정평이 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하는 책이 1, 2권으로 구성된 <돈키호테>가 아닌, 그것도 현재는 절판되어 중고책방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완역판 초기작인 2004년에 나온 시공사 <돈키호테>인 것은, 다 읽고 나서 ‘굳이’ 2권까지 읽지 않아도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읽기로는 전문가나 출판사에서 소개한 것처럼 대단한 책이 아니었습니다. <돈키호테>에 대한 많은 상찬들은 지나치다고 봅니다.

편력 기사가 되어 정의를 구현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처음엔 우스꽝스럽고 안쓰러워 몰입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 행동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732쪽 초지일관입니다. 나중엔 지루해집니다.

1, 2권까지 되어 있는 책을 읽는다면 2,000쪽에 육박하는 내내 돈키호테의 황당무계(荒唐無稽)한 행동들을 읽는다는 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고, 그렇게 의미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 읽고 이렇게 감상평을 쓰면서, 그건 저의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더 다양한 해석과 깊은 의미가 들어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마치 <레 미제라블>과 같을 겁니다. 영화 <레 미제라블>이 나왔을 때, 문학계에서는 <레 미제라블>의 완역판 도서들이 줄지어 나왔습니다. 대부분 5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놀랐습니다.

일반적으로 <레 미제라블>은 주인공 장 발장이 빵을 훔친 죄로 억울하게 오래 옥살이를 하다 회심하여 성인이 된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길 줄은 몰랐던 겁니다.

<레 미제라블>은 단순히 장 발장의 일대기를 그린 게 아니라, 장 발장을 주인공으로 19세기의 격변과 혁명을 다룬 대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위기 때문에 <레 미제라블>을 사는 사람은 많았어도, 막상 다 읽은 사람은 드물 겁니다.

<돈키호테>도 그럴 겁니다. 우리는 단순히 망상에 사로잡힌 돈키호테의 이야기로 치부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을 겁니다. 당시 시대와 문화상을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이란 그런 점에서 아주 큰 장점을 지닌 분야입니다. 단순히 ‘이 시대에는 이런 도구를 가지고 이렇게 말하며 이렇게 살았다’라고 설명하면 지루한데 이야기에 녹여내 설명하면 더 잘 이해가 됩니다.

소설 쓰기가 어려운 점은 쓰는 시대의 모든 정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소설 읽기가 좋은 점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당시의 시대상도 자연스럽게 습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돈키호테>는 지루하고 지리멸렬하다는 점은 소설이 가져야 하는 ‘재미’와 책이 줘야 하는 ‘가독력’에 있어 위배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됩니다.

저는 시공사에서 처음에 1, 2권으로 내지 않고 1권으로 끝내려 했다는 점은 이런 면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제가 <돈키호테>를 읽으면서 가장 깊이 차지하고 있는 깨달음은 ‘무엇을 보느냐가 인생을 좌우한다’는 겁니다. 기사 소설에 심취한 돈키호테는 시골 귀족이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전 재산과 전 생애를 바쳐 편력기사가 되어 정의를 구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릴 때 어떤 잔학무도한 젊은 살인자의 이야기를 기사로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교도위원이 ‘왜 그랬냐?’고 묻자,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개 잡는 걸 자신에게 시켰다는 겁니다. 자신은 정말 하기 싫었지만 자주 하다 보니 생명체를 죽이는 일에 아무런 죄책감도 거부감이 없었다는 겁니다.

내가 음란물에 심취하면 성범죄를 저지르기 쉽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걸 보고 자란 남자 아이는 결혼하고 나서도 아내 때릴 확률이 높습니다. 멀쩡한 사람도 정글 속에 두면 정글의 사람이 되어 다시 도시로 데려와도 정글의 습성으로 살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사느냐가 자신의 삶을 정해지는 겁니다. 왜 맹자 어머니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겠습니까. 환경이 중요한 겁니다.

우리가 좋은 걸 보고, 좋은 글을 읽고, 좋은 향기를 맡고, 좋은 이야기를 듣고, 좋은 사람과 좋은 환경 속에서 살아야 좋은 사람이 되는 겁니다.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이 한쪽에선 욕을 먹으면서도 존재의 필요성이 어디에 있습니까? 수시로 드리는 예배에 있습니다. 매일 드리는 기도에 있고, 주야로 말씀을 묵상하고 기독 도서를 읽기를 권장하는데 있습니다.

전에 명절 때 친척분들과 대화하다 어느 믿지 않는 분이 “나는 교회를 이해하지 못하겠어. 왜 매주 교회에 가서 예배드려야 해? 절은 일년에 한 번 정도 가도 뭐라 하지 않잖아!” 하였습니다.

왜 그래야 합니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가르쳐 준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는 것이 알게 모르게 교인들의 뼈와 핏속에 스며들어 삶 속에서 실천하며 살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볼 것이 있습니다. ‘나는 돈키호테처럼 하나의 가치를 위해 주위의 비난과 조롱, 가난과 매맞는 것을 견디며 지켜낼 수 있는가?’

세상과 사람의 상식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주관대로 행하는 모습이 ‘정신나갔다’, ‘이상주의자’라 할 수 있지만, 그의 초지일관된 모습은 저를 반성하게 하고, 믿는 자에게 질타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너는 성경을 그렇게 읽었다 하고, 신학책과 경건도서를 많이 읽으며, 기도를 많이 했다 하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복음을 위해 목숨 걸며 살고 있느냐?

교회 밖에 나가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네가 읽고 들은 진리를 전하고 있느냐? 오히려, 노방전도를 하는 그들을 멸시하며 ‘기독교의 수치’라고 비난하고는 있지는 않느냐!”

우리가 읽고 들은 성경과 신학도서와 경건도서는 진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어떤 말과 글보다 가장 우위에 있다는 가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진리를 제대로 적용하며 살고 있는지요.

돈키호테의 광기 어린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광기 어린 자세로 복음을 입술과 행동으로 전해야 하는 책무가 우리 믿는 사람에겐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지요. 우리는 돈키호테의 광기를 우습게 봐선 안 되고, <돈키호테>를 가볍게 읽어선 안될 겁니다.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고 주위의 모든 기기들이 변신할 것 같은 착각이 든 것처럼,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읽고 주위의 모든 세상이 기사의 제국처럼 여기며 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늘 도서와 설교를 읽고 들으며, 주위의 모든 세상이 복음을 전해야 하는 선교지로 여기며, 복음 증거하는 일에 일로 매진하며 살아야 합니다.

재미 면에서 분명한 단점이 있지만 <돈키호테>는 우리에게 이런 깨달음과 날카로운 질문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분명한 기독교 소설입니다.

이성구(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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