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전 세계에서 기독교를 가장 많이 핍박한 상위 10개 국가는 18년째 1위를 지킨 북한에 이어 아프가니스탄(2위), 소말리아(3위), 리비아(4위), 파키스탄(5위), 수단(6위), 에리트레아(7위), 예멘 아랍 공화국(8위, 이하 예멘), 이란(9위), 인도(10위)였다.

오픈도어선교회가 발표한 2019 세계 기독교 박해 보고서(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북한(94점, 이하 박해점수)은 작년 6월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개최에도 불구하고 20~40만 명의 북한 기독교인의 생활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고, 이 중 5~7만 명은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각각 2위, 3위를 기록한 아프가니스탄(94점), 소말리아(91점)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고, 2018년 7위를 기록한 리비아(87점)는 4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소말리아, 리비아, 이집트, 예멘은 2017년 이후 이슬람 무장단체가 성장하고 세력이 강화되면서 박해가 심해지고 있는 국가다.

소말리아에서는 200명 이상의 전투요원이 있는 한 이슬람 무장단체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도망쳐온 무슬림 테러리스트들과 소말리아의 전직 알-샤밥(Al-Shabaab)의 전투요원들을 모집했다. 가톨릭 주교 모가디슈(Mogadishu)는 "이것은 이슬람 국가를 세우려는 좋은 기회가 그들에게 주어졌음을 의미한다"며 "이곳은 통제 불가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천 5백만 소말리아 인구 가운데 기독교인의 숫자는 수백 명에 불과하다. 오픈도어선교회는 "소수민족으로 이뤄진 소말리아 사회는 기독교로 개종한 무슬림의 경우 쉽게 가족과 친구, 지역사회에 알려지기 때문에 공동체 생활의 위협과 함께 생명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밝혔다.

박해 핍박
▲리비아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오픈도어선교회

UN의 지지를 받는 리비아 정부는 작년 7월 IS가 점령하던 동부 지역의 통치권을 되찾았으나, 9월 수도 트리폴리에서 있었던 무장단체 간 충돌 이후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일이 발생했다. 올해는 고위급 외국인들이 목숨을 잃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UN이 난민의 주된 탈출 경로 중 하나인 지중해를 통해 국경선을 넘는 경로를 더욱 엄격히 제지한 후 사하라 이남에서만 약 2만 명의 기독교인이 리비아에 발이 묶이게 되었다. 리비아에는 소수 기독교인이 존재하며,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면 많은 어려움과 위험을 수반한다. 2018년 최소 10명의 리비아 기독교인이 신앙을 이유로 피살됐고, 노예화, 각종 학대 및 강간이 자행되는 등 억압과 폭력에 노출된 상황이다.

파키스탄(87점), 수단(87점), 에리트레아(86점), 예멘(86점), 이란(85점)에서는 모두 극심한 박해로 5~9위를 차지했다. 파키스탄의 경우 폭력 점수로만 볼 때, 북한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1순위에 올랐다.

예멘에 있는 두 선교사의 무덤
▲예멘에 있는 두 선교사의 무덤 ⓒ오픈도어선교회

중동과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건너가는 길목에 있는 예멘은 2,900만 명이 사는 아랍국가 중 가장 빈곤한 나라이며, 이슬람법인 샤리아법(Sharia Law)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란군(Houthi Rebels)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연합한 정부군 간의 내전은 아라비아 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IS와 알-카에다(al-Qaeda) 무장세력들 간의 대리전 양상을 보인다. 무슬림 배경의 예멘 기독교인들은 토착화되고 성장하는 교회를 남기고 추방되거나 피난을 떠났다. 전문가들은 "내전이 교회를 해체하지는 못할 것이며, 기근의 상황에도 교회가 지역사회를 섬기겠지만 극도의 위험에 처해있다"고 봤다.

10위를 차지한 인도(83점)는 전년도 11위에서 순위가 올랐다. 힌두교 기반의 민족주의 집권 정당인 인도 인민당(BJP)은 2019년 총선을 앞두고 주의회 등 지방 선거에서 승리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고, 올해 우타라칸드주에서 힌두교에서 타종교로의 개종을 제지하는 법을 도입했다. 이 법은 현재 29개 주 중 8개 주에서 통과되었고, 2개 주에서 아직 시행 단계에는 이르지는 않았다. 민족주의 무장 힌두단체들은 여전히 기독교를 이방 종교로 여기며, 인도인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가 힌두교라고 생각한다.

에리트레아
▲에리트레아 감옥에서 가하는 체벌의 한 예. ⓒ한국 순교자의 소리

오픈도어선교회는 "폭도들은 법의 제재를 받지 않으며 교회 건물을 파괴하고, 교회 지도자들을 공격하여 부상 및 사망에 이르게 한다. 또한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을 강간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사건을 기독교인들이 경찰에 보고하면 오히려 힌두교인들을 강압적으로 개종시킨 거짓 혐의로 기소된다. 인도의 언론에서 이와 같은 거짓 혐의가 종종 잘못 보도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픈도어선교회는 2019 세계 기독교 박해의 주요 원인으로 국가 권위주의의 확산, 초강력 민족주의에 기초한 정부의 기독교 배척, 중동에서 사하라 사막 이남으로 과격 이슬람 세력의 확산을 꼽았다. 또한 기독교 박해 순위에 오른 총 50개 국가에서 이러한 이유로 최소 2억 4,500만 명의 기독교인이 상당한 핍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