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선
백금선 상담원 (한인기독교상담소)

2001년 9월 11일 화요일 뉴요커들이 평화롭게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던 오전 8시 46분! 납치된 항공기가 110층 쌍둥이빌딩으로 돌진했다. 이 공격으로 두 개의 높은 빌딩은 한순간에 붕괴하였고 수천 명의 사람이 사망하고 다쳤다. 그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많은 사람은 정신적 충격과 함께 상실감을 느끼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현대는 일상에서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로 상실의 빈도가 잦아진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예상치 못한 테러와 사고들로 우리의 사회가 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위험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뿐만이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부모를 잃게 되고 때로는 친구와 절교를 하기도 하며 사랑했던 부인 혹은 애인과 이별을 하기도 하고 신자들은 하나님과 멀어지는 상실을 겪을 때도 있다.

이렇게 애도는 우리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애도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애도는 인간이 어떤 대상을 잃었을 때 느끼는 슬픈 감정이고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슬픈 감정을 숨기고 참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 많은 사람이 자연스러운 슬픔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떤 방법의 애도로 우리의 슬픈 감정을 혹은 타인의 슬픈 감정을 어루만지고 우리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을까?

첫째.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힐 거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애도의 말을 흔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프로이트는 ‘상실은 자아가 사랑하는 대상에 투자한 리비도가 대상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부재한 대상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처럼 상실의 대상은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서 잊히는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이 힘든 자신의 애도 작업을 통해서만 잊히는 것이다. 잊으려고 하면 더욱더 기억은 선명해지는 법이다. 잊으려 노력하지 말고 기억하고 회상하며 또 그 기억을 언어로 표출해서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 말로 안 된다면 글로 쓰며 자기의 감정을 표출하고 그런 노력을 통하여 리비도를 서서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둘째. ‘여행을 가봐, 즐거운 생각을 해. 기도를 열심히 해라.’ 등 사람들은 자기의 경험을 통해, 혹은 다른 사람에게 들은 애도의 방법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자기에게 맞는 애도의 작업이 있다. 어떤 이는 몇 개월 혹은 몇 주 만에 애도의 과정을 마치는가 하면 수년간을 혹은 평생을 애도의 과정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애도 기간이 짧다고 또 길다고 해서 옳다 그르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살아온 삶의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애도의 시간과 방법을 표준화해서 말할 수 없다. 어려운 과정이지만 자기의 방법대로 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가까운 사람에게만 애도의 과정을 나누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같은 슬픔을 겪은 사람들과 그 슬픔을 나누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애도 과정 중간에 멈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애도 과정을 끝내지 못해 힘들어 한다. 이런 경우에 그 과정을 넘어갈 수 있도록 상담사나 상담센터를 찾아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받을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내면에 있는 감정을 표출해 내며 스스로 슬픔의 원인에 직면하여 자신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

애도는 상실을 인정하면서 자신이 잃은 것을 다시 확인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야만 하고 현실에 적응해 가야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에 언급한 애도의 방법으로 우리 스스로 올바르게 상실을 대처하고 또한 그 과정에 있는 이들에게도 그 시간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문의) 한인기독교상담소 (kaccla.net)
전화) 213-738-6930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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