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위기 없이 쉽고 평탄한 길로만 걷는 인생은 없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지만,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눈으로 볼 때 위기는 그저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고, 핑계 대며 피하고 싶은 것일 때가 많다. 신앙과 삶만이 아니라 이 위기에 대한 인식도 성경으로 돌아가야 할 때, 지난 8년 동안 한국 선교계와 교회 위기관리에 앞장서 온 한국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이 성경이 말하는 위기관리에 대해 선교타임즈에 기고한 글을 4회에 걸쳐 게재한다.

Ⅰ.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란을 당하나 담대하라! (요 16:33)
Ⅱ. 슬기로운 자는 재앙을 보면 숨어 피하여도, 어리석은 자들은 나아가다가 해를 받느니라(잠 22:3)
Ⅲ. 그러므로 하나님의 안식에 들어갈 약속이 아직 남아 있을지라도 너희 중에 혹시 미치지 못할 자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자(히 4:1)


Ⅰ.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란을 당하나 담대하라! (요 16:33)

위기관리에 있어서 세 분류의 그리스도인

'위기관리'에 관하여는 세 분류의 신앙인이 있다. 첫째는 믿음으로 기도하고 진행하면서 위기관리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고, 둘째는 위기관리 자체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며, 셋째는 신앙인이라도 위기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최근에는 세 번째 분류의 사람들, 즉 기독교인들에게도 위기관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바람직한 변화의 바람으로 보인다.

위기관리와 성경과의 관계

보통 그리스도인들은 위기관리와 성경을 연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기관리와 성경은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 지난 8년 동안 2만8천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한국교회에서 선교사 위기관리 부분에서 유일한 전임 사역자로 섬겨온 필자로서는 위기관리 영역이 성경에서 기원했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성경에서 자연재해나 정치 불안과 전쟁뿐 아니라, 다양한 사건∙사고, 전염병과 육신의 질병들, 관계 갈등, 스트레스와 탈진, 정서적 심리적인 위기들, 더 나아가서는 영적인 위기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성경 속 위기사례(연단, 환란, 고난, 시험, 역경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위기'를 사용함)

성경에는 수많은 사건 가운데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한 위기가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가 듣고 보는 대부분의 위기 유형이 이미 성경 속에 기록되어 있다. 상황적 위기, 점진적 위기, 영적 위기, 개인 위기, 가정적 위기, 단체적 위기, 국가적인 위기, 지구촌 위기, 발달 단계별 위기 등등 인류의 타락 이후 위기는 마치 인류에게 지워진 보편적인 멍에처럼 보인다. '해 아래 새것은 없다'라는 말씀이 실감난다(고후 5:4, 마 11:28, 히 12:1).

아담 부부는 에덴동산에서 사단의 꾐에 속아서 범죄함으로 인류 위기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그의 가정에서 형제 살인이 발생했고, 노아 가족은 대홍수라는 전무후무한 자연재해를 경험하였다. 아브라함은 아내를 빼앗길 두 번의 위기, 조카와 헤어져야 하는 위기, 사라와 하갈 사이에서의 갈등에서 첫아들을 내어 보내는 위기를 겪었으며, 아들을 번제로 드려야 하는 일까지 통과하였다.

욥의 가정도 사의 사주로 혹독한 위기를 맞게 되었다. 위로하러 왔던 친구들조차도 욥에게는 스트레스 요인이었다. 이삭은 배다른 형 이스마엘의 조롱거리였다. 야곱은 험악한 인생길을 걸었음을 고백하고 있으며, 귀국 길에서 딸의 성폭행 수모까지 겪게 된다. 요셉과 형들의 관계는 야곱 가정의 두통거리였고, 요셉은 형들에 의하여 구덩이에 감금당하였고 그 후 인신매매되어 이집트에서 처절한 젊은 시절을 보내게 된다.

모세는 위기로 단련된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다윗은 장인 사울 왕의 체포 명령으로 생명의 위협을 겪었고, 탈진상태에서 우리야의 아내를 범하는 실수를 하였다. 암논도 이복동생 다말을 성폭행하였다. 히스기야는 외적의 침략을 당하였다. 요나는 불순종하다가 물고기 배 속에서 3일을 지내기도 하였다. 남북왕국은 불신앙으로 차례로 망국의 아픔과 포로의 쓰디쓴 삶을 경험하게 된다.

예수님의 생애는 출생 직후부터 헤롯왕의 위협으로 시작되었고, 공생애 기간 내내 많은 시련을 만났다. 결국은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고난으로 생을 마감한다. 스데반, 야고보, 열두 제자, 바울은 모두 순교의 길을 걸었다. 바울은 회심 후 예루살렘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으며, 로마행 배에서 파선을 경험하였다. 그의 서신에서 복음전파를 위하여 당한 수많은 위기와 고난을 증거하고 있다(고후 11:23~33). 초대교회 성도들은 엄청난 로마제국의 박해를 끊임없이 받았다. 그러므로 성경은 한마디로 '위기 만난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난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다.

선교사 위기사례

지구촌 171개국에서 다양하게 사역하는 2만 8천여 명의 한국선교사에게도 다양한 위기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교통사고, 항공기 추락, 강도 피살, 독극물 피살, 구금과 억류, 절도 피해, 익사 사고, 추방과 긴급철수, 입국 거절, 전염병에 의한 철수, MK 자살, 선교사 자살, 성폭행, 부부 갈등과 이혼, 관계문제, 팀 내 갈등과 분열, 고립과 단절, 외로움과 고독, 탈진, 우울증, 사역의 부진, 언어소통 문제, 각종 중독 증상들, 후원 중단, 자녀 교육, 중도 탈락, 도덕적 실패, 스트레스, 과도기 문제, 고령화와 은퇴, 은퇴 후 노후대책 등이다.

선교사 허입에서부터 사역 과정, 은퇴와 그 이후의 인생 여정 곳곳에 숨겨져 있던 수많은 위기와 도전을 점차 직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처음 선교사로 헌신했을 때는 젊음과 믿음이면 다 될 것 같았고, 기도와 말씀이면 모든 문제와 위기가 해결될 것으로 보였는데, 막상 오랜 선교사역 후 뒤돌아보니 놓친 부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다. 그제야 '위기'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 닿게 된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선교사역 자체가 위기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른다.

교회 위기사례

한국교회도 위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급속한 성장에 따른 세속화 문제, 각종 사회 병리 현상을 경험하는 것, 다양한 종교와 이단들의 도전들, 불투명한 교회재정 운영과 횡령, 수많은 재정 미자립 개척교회, 끊임없이 드러나는 성적인 추문, 가짜 학위와 논문 표절, 각종 유언비어와 거짓말, 유교적인 권위주의, 외형주의와 성장 지상주의, 성속(聖俗)의 이원론적 의식구조, 지역교회와 교파의 분열상, 교회 내 시설물의 안전관리, 국내외 단기 봉사활동에서의 안전사고, 그리고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목회자 세습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는 다양한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물론 초대교회 이래로 교회에 문제(위기)가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이 세상을 이기고 세상 끝날까지 존재하는 것은 하나님의 교회밖에 없다는 사실이 우리의 소망이 된다.

위험한 세상

현대사회 또한 도시화와 세계화에 따른 인구의 대이동과 난민 문제, '지구 온난화'라는 기후변화로 이상기후와 대형 자연재해의 빈발, 종교 간의 첨예한 충돌과 갈등, 테러의 개인화, 과학기술 발달과 산업 고도화∙복합화 현상으로 인한 대형 재난사고 증가, 금융 위기로 인한 세계적 경제 불안, 세력을 얻어가는 민족주의와 국수주의, 심령의 황폐화로 인한 인간성 상실 현상 등으로 인하여 이미 위험사회로 진입하였다(딤후 3:1~5).

이제 오늘을 사는 개인, 가정, 교회, 기업, 어떠한 정부라도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위기상황의 발생을 대비하여 지속적으로 준비한 개인과 조직은 위기 예방이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나,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그 피해가 극대화되어 개인과 조직의 생존마저도 위협받을 수 있게 되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무장이 필요하다. 그리스도인들도 동일하게 이러한 위험한 세상에 노출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