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많은 국민들에게 고통과 절망을 안겨주었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내고 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이 21년 전의 그 모습과 흡사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경기불황의 늪에 빠진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최악이다. 오죽하면 공장 문을 닫고 야반도주하는 사업자들까지 있을까. 내수 부진과 인건비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에 이어 11월 30일 한국은행은 기준 금리를 1.50%에서 1.75%로 인상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결국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대출금리 인상은 한계상황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들을 더욱 옥죄게 될 것이다.

자영업자들 역시 죽을 맛이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7곳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런데 대출이자율마저 오르게 되었다. 대출이자율이 0.1% 증가하면 자영업자들의 폐업위험도가 10% 내외 더 증가한다고 하니 앞으로 더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또한 대출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계부채의 연체율 및 위험도를 한층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되어 개인 가계들 역시 더욱 힘든 시기를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좌절하고 삶에 대한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다.

혹자는 이 모든 것이 최저 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의 시행 때문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이미 저성장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어려움이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경기를 살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들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지만 사실 단기간에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뾰쪽한 수는 없다. 결국 우리 모두 이 어둡고 암담한 현실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나가야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어렵고 힘든 시기를 과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세계 최고의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6,800명의 CEO들을 대상으로 십 년 넘게 연구한 결과를 담은 『차이를 만드는 조직』은 이처럼 암담한 현실에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는 바로 긍정적 사고의 틀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거나 자신에게 닥친 일을 처리할 때 이용하는 사고의 틀이 성과를 크게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회에 초점을 맞추는 낙관주의자들은 위협에 초점을 맞추는 비관주의자들보다 분명 유리하다. 물론 우리 모두가 태어날 때부터 낙관주의자인 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인생관의 50% 정도는 유전적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낙관성은 후천적으로 획득할 수도 있다.

긍정적인 사고의 틀이 어떻게 리더십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우리는 많은 사례들을 통해 목격해왔다. 비관주의자들은 부정적인 상황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고, 곳곳에 만연해 있으며,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사고의 범위가 제한되고,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안들을 보지 못하며, 에너지가 급속도로 고갈된다. 반대로 낙관주의자들은 부정적인 상황이 일시적이고 특수한 것이며 외부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으며,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다.

사람들은 낙관적인 렌즈를 통해서든, 비관적인 렌즈를 통해서든 끊임없이 주변 상황에 대해 가정을 한다. 물론 리더에게는 낙관주의가 회복력의 중심이 된다. 회복력은 충격을 흡수하고 충격이 의미하는 바를 평가하여 효율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리더는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상황에 수시로 처하고, 실패할 위험에도 늘 직면한다. 그러므로 일이 잘못되었을 때 품위 있게 회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긍정적인 사고의 틀이다. 엄밀히 말해서 긍정적인 사고의 틀을 갖는 것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긍정적 사고'와는 다르다. 현실을 무시하고 애써서 긍정적인 관점을 갖는 긍정적 사고는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 긍정적 사고의 틀을 갖는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채 근거 없는 희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한 후 희망과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희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긍정적 사고의 틀은 '스톡 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를 통해 잘 엿볼 수 있다. 짐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하노이의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던 미군 장성이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수시로 고문을 당하고, 언제 석방될지 알 수 없었으며, 가족을 생전에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그런 끔찍한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나는 언젠가 석방될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끝내 승리할 것이며 그곳에서의 경험이 내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이기리라는 믿음을 절대 잃어서는 안 되지만, 자신이 처한 잔인한 현실에 맞서는 현실 감각과 강인함도 지녀야 합니다."

긍정적인 사고의 틀을 지닌 리더는 패배의 문턱에서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토머스 에디슨이 67세였을 때 그의 실험실이 화재로 불타버렸다. 평생 해온 연구가 물거품이 되어 버렸을 때 에디슨의 반응은 의외였다. "이 재난에는 큰 가치가 있어요. 우리가 했던 실수가 불에 타버렸으니 이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요." 그로부터 3주 후 에디슨은 최초의 축음기를 만들었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다. 하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든, 자영업주이거나 기업의 경영주든, 혹은 국가의 지도자이든 어떠한 경우에도 좌절하지 말고 긍정적 사고의 틀로 무장해야 한다. 그리하여 굳건하게 버텨내 위기를 극복해주기를 바라는 구성원들의 간절한 바람에 부응해야 한다.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차이를 만드는 조직』 중에서
(스콧 켈러 외 지음 / 전략시티 / 448쪽 / 2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