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답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남자답지 않은 남자들이 주로 하는 놀이보다, 여자들이 하는 놀이에만 매달리는 아이들이다. 외모도 남자가 아니라 여자의 모습으로 꾸미려 하고 여자 흉내를 내려 한다.

남자답지 않은 아이를 둔 부모는 여간 걱정이 아닐 것이다. 아동의 성(性)에 대한 정체성은 일정한 나이가 들어야 가능해지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아동이 어려서부터 남자다운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다 해도,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구분된다. 이런 구분은 아동에게 놀이적 특성으로 드러나는 편인데, 남자는 남자다운 놀이를 좋아하고, 여자는 여자다운 놀이를 좋아하는 것이다.

남자답지 않은 아동은 남자아이답지 않게 행동하는 아동, 여자아이답게 행동하려는 아동, 그리고 내향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아동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남자답지 않는 아동의 심리적 원인에 대해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1. 성 정체성 인식

 

▲김충렬 박사.
김충렬 박사.

남자답지 않은 아동은 혹시 성 정체성이 느린 것이 아닌지 관찰해야 한다. 물론 아이들은 아직 성(性)의 정체성이 분명하게 발달돼 있지 않으므로, 남자만의 또는 여자만의 엄격한 행동의 한계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아동은 성에 어울리게 행동하면서 점차적으로 성에 대한 정체성이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발달한다. 그런데 누가 봐도 성에 어울리지 않게 행동하는 아동의 경우라면 이상하게 보일 것인데, 이런 행동들은 단순한 것 같아도 자칫 성의 혼란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와 달리 아동은 대체로 7-8세가 되면 온전해지지만, 특이하게 느린 경우도 있다.

남자 아이들이 엄마의 젖을 초등학교 또는 그 이상 시기까지 늦도록 빠는 경우가 있음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아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성 정체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18개월쯤 되면 성 정체성이 발달하는데, 그래서 남과 나의 생식기를 비교하면서 남녀 차이를 알게 된다.

자신의 생식기를 가지고 놀기도 하고, 비교해 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이 발달하는 것이다. '나는 남자야' 혹은 '나는 여자야' 등의 인식을 갖게 된다. 그래서 생식기 쪽 기형이나 남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이런 정체성이 나타나기 전인 12개월(1세) 이전 가능한 수술을 마쳐주는 것이 좋다. 아동에게 성의 정체성 인식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성-정체성 문제

남자답지 않은 아동은 성적 성장이 지체되거나 문제를 노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동기는 프로이트의 리비도론에 의하면 잠복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에게 잠복기(The Latent Stage)는 6-12, 13세로서, 아동에게는 새로운 전환기이다.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등의 스트레스가 지나간 일종의 휴식기이다. 이 시기는 리비도의 부착 부위가 특히 한정되지 않음에 따라 성적인 힘도 잠복기를 갖는다.

정신분석 이론으로 설명하면 반동형성이 일련의 충동을 지배하여 이드는 약해지면서 자아와 초자아가 강력해지는 시기이다. 잠복기에는 아동이 자기애를 중심하는데서 외부생활로 관심이 이동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사춘기까지 계속된다. 이때 리비도의 지향대상은 친구, 특히 동성(同性)의 친구가 된다.

그래서 이 시기 어린이는 교우활동에 몰두한다. 이에 따라 아동은 부모에 대한 성적 관심은 애정, 존경, 헌신으로 바꾸어지지만, 동일시 대상은 친구이기 때문에 친구에게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아동은 사춘기에 이르면 잠복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춘기는 성인으로 정체감이 형성되는 기간으로서, 성적 발달은 이성을 대상으로 하게 되기 때문이다.

3. 부모의 성교육 문제

남자답지 못한 아동은 성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성에 대한 정체감의 확실한 구분은 대개 사춘기 전후로 보고 있다. 이 시기 어떤 성적인 행동을 하는가의 문제가 성의 정체감을 확정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남성 동성애자의 경우, 이미 사춘기 이전에 여장을 하는 경우라면 호르몬 균형이 문제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성도착을 의심하게 된다. 성적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은 경우 성도착이 유발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는 성적 행동의 이탈 원인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병적 가족 상황이나 잘못된 부모-자녀 관계 등 다양한 형태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성도착 행위는 욕구를 만족시키기보다 근본적인 욕구의 만족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 비정상적 경험에서 즐거움을 얻고, 자신의 행동을 조정할 수 없으며 사회가 용납하는 행동과 반대되는 성적 행동에 빠지게 되어 죄의식·열등감·무가치를 자주 느끼게 된다.

성도착증의 원인은 정신역동적·사회문화적·생물학적·상황적 요소에 의해 다양하게 결정될 뿐 아니라, 미묘하고 일시적이다. 이러한 사회병리적 행동은 예방이 중요하며 그 주요 방법 중의 하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효과적인 성교육이다.

4. 정리

남자아이답지 않는 아동을 둔 경우에 해당되는 부모라면 전술한 심리적 원인을 참고하여 자신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해도, 거기에는 반드시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가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