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인디애나의 한 신학대학원에서 클래스 친구와의 대화 가운데서 "그날은 나의 세계관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날이었어"라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 버나비에서 열린 맥스 치즈몬(Max Chismon)에 의해서 시작된 '카이로스' 선교훈련이 그 기억을 되찾게 해 주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과 아브라함과의 '언약'에 관한 이야기였으며, 그 언약에 관한 해석이 세상을 바라보는 그 친구의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이야기다. 이 해석은 전방위 선교사였던 돈 리처드슨(Don Richardson)의 강의에서 상단의 복(topline blessings)과 하단의 복(bottomline blessings)으로 구분되어서 자세히 설명된 것으로 다음과 같다.

우선 아브라함의 언약에 관한 이야기는 창세기 12장의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는 말씀에 기초하고 있다.

성경에서 언약이 이루어지는 관계는 물론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보편적으로는 하나님의 주권 하에 일방적으로 성립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언약관계에서 하나님은 반드시 책임을 지시는 입장이다. 그래서 창세기 12장에서 아브라함은 하나님과 언약을 맺게 되지만, 하나님께서 전적으로 그와 그를 통한 모든 민족을 축복하시려는 일련의 계획을 수행하시게 된다.

여기서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축복을 받은 아브라함의 모습을 topline blessings 즉 '상단의 복' 이라고 하며, 이러한 축복은 좁게는 자신이 속한 가정을 통해서 그리고 넓게는 교회 및 선교지를 통하여 모든 족속과 민족에게 전해지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를 bottomline blessings 즉 '하단의 복' 이라고 한다.

물론 이 축복은 이미 창세기 3:15절에서 아담과 이브 그리고 사단을 통해서 언급된 내용이다. 비록 하나님과의 연합을 거부함으로써 아담과 이브가 생명의 축제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은혜의 터에서는 머물 수 있게 된다. 또한 메시아를 통하여 인류를 구원하실 하나님의 구원 프로젝트 또한 계속 진행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나님의 축복을 전할 리더로서 부름을 받은 아브라함은 초기에 조카 롯을 비롯하여 그의 가족을 약속의 땅으로 가는 여정에 참여케 함으로써 상단의 복(topline blessings)을 나누는 역할을 잘 수행하지만, 이집트 왕 바로와 그랄 왕 아비멜렉을 만났을 때는 오로지 자신의 생명 및 부의 축척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가족과 온 민족을 위한 언약의 리더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기도 한다. 여기서 볼 때, 하나님이 세운 리더는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위해 하단의 복(bottomline blessings) 또한 나누어야 할 책임감을 저버려서는 안됨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타인을 향한 섬김의 리더십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리더십의 실천은 단순히 교회나 선교회에서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영적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실천되어야 할 참된 영적리더십인 것이다.

피터정 선교사 (코칭한국 국제협회 대표)
(Photo : ) 피터정 선교사 (코칭한국 국제협회 대표)

아브라함의 언약은 장자권과도 연결이 된다. 장자권은 히브리어로 '베코라'라고 하며 이는 '태를 열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말이다. 장자의 특권은 가정의 권위를 이어 받고, 하나님의 언약에 충실해야 되는 것이다. 북이스라엘이 장자로서 하나님의 언약에 충실치 못하고 바알 숭배로 인해 멸망하는 역사를 맞이하게 되는데, 후에 유다지파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이는 장자로서 맡은 리더십이 세상의 정욕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이방인이었던 우리들도 축복을 받아 하나님의 언약을 이어 갈 장자 즉 리더의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그 자리의 모습만 즐기고 주어진 사명을 다 할 수 없다면 우리 또한 죽은 리더십만 껴안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으로서 그 자리에 만족하고 안주하게 된다면 죽은 상단의 복(topline blessings)만 손에 쥐고 있을 뿐이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그 리더의 길이 어두컴컴하고 안개에 쌓인 길이거나 혹은 가시밭 길을 걷는 것 만큼 처절하고 힘들지라도 그 진정한 장자이신 예수님의 부르심에 결단하고 당당하게 응답하면서 하단의 복(bottomline blessings)을 베푸는 제사장의 삶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복(福)의 리더십'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미 상단의 복(topline blessings)을 받은 당신은 어떠한가? 그리고 주의 제자로서 사명을 받은 당신은 진정으로 '복의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