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더럴웨이중앙장로교회 장홍석 목사
훼더럴웨이중앙장로교회 장홍석 목사

"에헤~ 다 뽑아 버렸네..." 지난 월요일, 교회 펜스 작업을 도우려고 왔다 갔다 하는데 인부들이 뽑아버린 화초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마 전에 교우들이 애써 심어놓은 화초들이었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겠지...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그래도 속이 좀 상했습니다. 한쪽 구석에 그 화초들을 다시 심으면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나도 속이 상한데, 직접 심은 사람들이 이걸 보면 마음이 어떨까..."

 

집 주인과 펜스 작업을 위해 고용된 일꾼들의 마음이 같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꾼은 그냥 맡은 일만 하면 되는 사람들입니다. 구덩이를 파고, 기둥을 세우고, 펜스를 연결하는 일을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어서 화초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기둥을 세워야 할 자리에 화초가 심겨져 있다면, 일꾼들에게 화초는 그저 뽑아내야 할 장애물에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집 주인의 마음은 다릅니다. 기둥도 세워야 하고 화초도 살려야 합니다. 내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요일은 저희 부부의 결혼 26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적지 않은 세월을 함께 살았습니다. 그래서 제 간이 커져버렸던 것일까요? 올해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결혼기념일을 지냈습니다. 제게 결혼기념일이란, 늘 아내를 인하여 감사하는 날이었습니다. 나같이 부족한 사람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살아준 아내의 사랑을 기념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사실 아내보다는 자식들을 생각했습니다. 지난 26년을 돌아보면서 우리 두 사람에게 허락해주신 세 아들들을 생각하며 감사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하바드를 갈만큼 학업에 탁월하지 못합니다. 신학교를 갈만큼 그렇게 헌신적이지도 않습니다. 백이면 백 모두 인정할 만큼 그렇게 모범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하나님을 압니다. 넘어지고 쓰러지지만 회개할 줄 알고, 그 속에서 하나님을 의지하고 또 배우려고 합니다. 부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면 말대꾸도 하고 잘난 척도 하지만, 뉘우치고 사과할 줄도 압니다. 얼마 전 직장 때문에 LA로 이사를 간 큰 아이가 제게 이런 전화를 했습니다. "아빠, 이곳에 와서 살아보니 그동안 내가 누려왔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았어요. 열심히 할게요. 기도해주세요. 사랑해요 아빠..."

목요일 아침, 아내와 이런 얘기를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데 건너편 320가 Exit 옆에 흑인 청년 하나가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홈레스였습니다. "나는 거지입니다. 배가 고픕니다"라는 싸인을 들고 서 있는 홈레스 청년을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아마도, 아내와 아이들 얘기를 한창 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홈레스 청년도 '누군가의 아들이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아름답게 물든 잎새들을 보며 예수님을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빨간 잎새이셨습니다. 빨간 잎새같이 떨어지셔서 우리를 푸르르게 하셨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그 아버지의 마음을 가지고 서로를 사랑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아버지의 마음을 가지고 길가에 뽑혀진 영혼들을 사랑하실 수 있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