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빙 당시 이력서에서 '신학사' 허위기재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 덕천교회 김경년 목사가, 이번에는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이에 김경년 목사가 지난 2005년 '목회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연구지원처에서는 조사위원회를 조직해 예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덕천교회 일부 교인들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김경년 목사의 박사학위논문에 표절 의혹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장로회신학대학교 측에 사실조회 및 진상파악 후 학위 취득상 교칙 위반 혹은 연구윤리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경년 목사는 2005년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전문대학원에서 '목회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 목사의 2005년도 박사학위 논문은 '예배 회복을 통한 청년회 활성화 방안- 충일교회 청년회를 중심으로'이다.

김 목사의 논문은 2년 전인 2003년 L목사가 작성하여 인준받은 박사학위 논문인 'OO교회 청년회 예배회복을 통한 교회 활성화 방안'과 제목과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했다. 토씨 하나 틀린 곳 없이 그대로 옮겨진 부분도 있었다.

검토 결과 김 목사의 논문은 L목사의 논문뿐 아니라 1998년 N목사의 석사 논문, 1999년 C목사, 2004년 J목사의 단행본 등을 짜깁기 형식으로 여기저기 붙여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상당 부분은 인용 표시조차 없이 그대로 기술돼, 명백히 표절 의혹을 지우기 어려웠다.

인용 표시도 가끔 나오지만, 여기에는 인용자가 쓴 글을 그대로 옮겨 적은 재인용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이럴 경우 논문 작성지침상 '재인용'으로 표시해야 한다.

김경년 논문
▲논문 표절 의혹 부분 중 일부.

논문 작성시 저작물을 이용하려면,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출처를 명시해야 함에도, 김경년 목사는 연구자가 준수해야 할 기준인 해당 분야 타인의 저작물 또는 독창적 이이디어를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자기 것처럼 부당하게 사용한 것이다. 학계의 통상적 수칙을 무시한 것.

교계 한 관계자는 "김 목사의 논문이 상당 부분을 베껴 쓴 것에 가깝다면, 해당 논문을 읽는 신학계와 교계 선후배 목회자들, 수많은 독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며 "해당 논문이 김경년 목사의 독창적인 연구 업적인 것처럼 잘못 인식시키고, 논문의 가치나 학문적 성과를 과대 평가하게 하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해당 신학교에서는 의혹에 휩싸인 김경년 목사의 논문을 신속히 조사하여, 표절 정도에 따라 박사학위 취소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논문 심사 과정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에게도 교수로서 임무를 소홀히 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덕천교회 성도들은 "김경년 목사는 지난 2015년 장로 6인과 안수집사, 권사 각 6인 등 총 18인으로 구성된 청빙위원회에서 최종 후보자군 6명에 포함됐다"며 "당시 시무하던 교회가 서울에 있었지만 교세가 적었다. 하지만 서류 심사시 이력서에 정규 신학대 신학과 졸업에 신학박사인 점에 주목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사학위가 있으니 목회연구와 신학에 대한 논리가 정립됐으리라 판단돼, 청빙 및 실행 위원인 장로와 안수집사, 권사 대표들이 다른 후보들보다 높은 가점을 줬던 것"이라며 "그러나 정규 신학과 졸업도 허위였고, 이제 박사학위까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성도들은 "김경년 목사는 설교 도중 자신이 신학박사임을 과시하며 은근한 학위 자랑을 하곤 했다"며 "남의 논문을 베껴서 제출하고 받은 박사학위였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당회 측은 '신학박사 학위 논문들 중 상당수가 그렇고 그런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는 궁색한 논리를 늘어놓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적어도 교회를 이끌어가는 목사와 장로들이라면, 신앙양심과 더불어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도들은 "학위를 수여한 장신대 측도 덮고 감추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신속히 조사해 규칙에 따라 엄격히 처리함으로써 실추된 학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며 "김경년 목사 또한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고 회개하여, 덕천교회 교인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목회자이자 주님의 종으로서 올바른 모습이요 덕천교회 교인들을 존중하는 일일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경년
▲김경년 목사. ⓒ유튜브 캡처

김경년 목사는 앞서 덕천교회 담임목사에 지원할 당시 노회 제출용 이력서에 신학사 학위가 있는 것처럼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 목사와 덕천교회 당회 측은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혀달라는 성도들에게 "그런 이력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거짓말로 일관해 왔다.

그러다 본지 보도(2018년 8월 29일자)로 해당 이력서의 존재가 알려지자 교인들에게 사과하기는커녕, 설교 시간에 '검찰에서 혐의없음으로 나왔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의 무혐의 통보는 노회의 제출 거부로 해당 이력서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에 나온 것이어서, 재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와 함께 김 목사는 앞서 '허위기재 의혹'이 제기된 '신학사' 학위 외에, 석사 학력 역시 '목회신학 석사'와 '신학 석사'를 혼동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이력서에는 '신학 석사'라고 했으나, 위임예식 당시 학력 사항에는 '목회 신학 석사'로 기록돼 있는 것.

성도들이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자, 당회 측과 그들을 따르는 일부 젊은 성도들은 교회 입구에 쇠사슬을 채우고 성도들을 '선별'해 입장시키면서, 문제를 제기한 성도들은 무려 6개월 넘게 본 교회에서 예배드리지 못하고 있다.

부산 덕천교회 사태는 지난해 6월 항존직 65세 조기은퇴를 결의했던 9년 전 결정을 뒤집으면서 촉발됐다. 이후 1년 6개월간 당회 측은 문제를 제기하는 성도들에게 무차별 고소를 일삼고 교회 출입을 금지시키는 등 전횡을 일삼아 왔다.

성도들은 사태 초기만 해도 9년 전 조기은퇴를 주도한 뒤 자필로 서명하고도, 이를 번복한 장로 3인의 사임만 요구해 왔다. 그러나 당회 측은 조기은퇴 번복에 반대하던 소장파 장로 2인을 면직·출교시키고 권사·안수집사들을 시무정지시키고 주요 직책에서 일방적으로 물러나게 했다.

또 몇몇 청년들이 이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27세 이상 청년들을 장년부로 통폐합시키고 청년예배를 없애버렸다. 현재 덕천교회에는 청년들이 100여명 이상에서 20-30명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에 위임 후 목회 태도가 급변한 김경년 목사의 이중적 행동에 대한 실망이 쌓이던 성도들은 조기은퇴 번복 사건 이후 김경년 목사가 보인 비중립적·이중적 태도에 분노해 김경년 목사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16일 덕천교회가 속한 예장 통합 부산남노회 가을 정기노회가 열리는 가운데, 덕천교회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지는 연락이 닿지 않는 덕천교회 당회 측과 김경년 목사의 반론이 도착하면 이를 보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