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우리 크리스천들이 중독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질병 모델에 있어 구체적인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중독은 어느 정도 유전적 영향이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중독의 질병 개념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다른 요소들 중 쾌락 중추, 즉 보상체계의 이상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먼저 쾌락 중추의 이상을 살펴보기 전에, 중독에 있어 몇 가지 기본적인 사항을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우선 모든 중독을 일으키는 약물이나 행위들은 모두 도파민이라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도파민 시스템은 우리 뇌의 보상체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또 중독은 빠른 도파민 증가에 의해 나타난다는 점이다.

우리의 뇌 속에는 자연적인 보상체계가 있어, 즐거운 자극을 받으면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우리 뇌의 보상체계가 활동을 시작하여, 음식을 먹기 전보다 약 1.5배 많은 도파민을 분비한다.

이런 도파민 분비의 증가는 좋은 기분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폭식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음식을 섭취할 때 기쁨을 느끼게 해 주는 도파민이 평소보다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는 남녀 간의 성관계를 들 수 있다. 성관계를 가질 때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은 평소의 약 2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관계를 할 때 얻는 즐거움은 음식물을 먹고 나서 오는 행복감보다 훨씬 더 강렬한 것이다.

그런데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들은 이런 자연스러운 환경에서의 도파민 증가보다 훨씬 강력하게 도파민을 분비하기 때문에, 중독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도 뇌에서 도파민을 평소보다 약 2.3배 분비시켜,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게 된다.

게다가 담배의 니코틴이 흡수되면 심장으로부터 뇌까지 전달된 후 보상체계가 작동하는 속도가 놀랍게 빠른것이 더 문제가 된다. 즉 담배를 피운지 약 20분 안에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양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데, 이렇게 즉석에서 빠른 효과를 내는 것이 훨씬 중독을 잘 일으키는 물질인 것이다.

이런 경향이 있는 물질들이 마약으로 잘 알려진 그런 약물들이다. 예를 들어 양귀비의 봉우리에서 나오는 액체에서 만들어진 아편으로부터 합성된 모르핀(morphine)이 있는데, 이것은 흥분의 지속 시간이 비교적 길기 때문에 종종 병원에서 강력한 진통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 흔히 필로폰(일본식 발음으로 히로뽕이라 알려져 있기도 하다)으로 알려진 methamphetamine은 투약 40여분만에 도파민 분비가 자연 상태의 약 10배 정도까지 수직 상승하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마약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이런 도파민의 빠른 증가가 쾌락중추의 이상과 어떻게 연관이 되는 것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 속에는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신체 기능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키려는 항상성(homeostasis)이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 그 간단한 예가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 보상 체계가 작동하여 도파민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일이 반복되면, 우리 몸 피드백 시스템은 너무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준다. 그러면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의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도파민 수용기(receptor) 수를 줄여, 도파민의 영향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도파민 수용기 숫자가 정상적인 상태보다 현저히 줄어들게 되고, 일상적 상태에서 도파민이 분비돼도 수용기의 숫자가 줄어들어 있으므로 도파민의 작용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게 된다. 이는 더 이상 웬만한 자극에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쾌락중추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고, 중독은 이런 쾌락중추 이상으로부터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즉 강한 자극을 주는 약물을 섭취해야 줄어든 수용기를 통해 겨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평상시에는 정상 상태일 때보다 훨씬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김경준 월드미션 상담 칼럼 중독 질병
▲김경준 월드미션대 교수.

이런 이유로 중독환자들은 계속해서 약물이나 행위에 심취하게 되어 빠져나오기 힘들게 되고, 이는 흔히 약물에 내성이 생겨 똑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을 투약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독을 질병으로 이해하는 측면에서 신체기관에 이상에 해당하는 뇌의 쾌락중추 이상이 어떠한 방식으로 발생하게 되는가를 살펴보았다. 약물이나 중독 행위로 인한 도파민이라는 즐거움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급격한 증가와 우리 몸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기제가 이러한 쾌락중추의 이상을 가져 온다는 사실을 이해했을 줄 믿는다.

다음에는 이러한 작용을 일으키게 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서, 스트레스가 어떻게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김경준
월드미션대학교 기독교상담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B.S.)
총신대 신학대학원 (M.Div.)
Southwestern Baptist Seminary(M.A. in Christian Counseling)
Fuller Seminary(Ph.D. in Clinical Psychology) 임상심리학 박사